<초점> '평화 Vs 군사' 모순인가, 상호보완적인가
<초점> '평화 Vs 군사' 모순인가, 상호보완적인가
  • 진기철 기자
  • 승인 2005.05.1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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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항 해군기지 건설놓고 양립가능 여부 논란 점차 고조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는 상충되는 개념인가, 아니면 양립가능한 사안인가.

지난 1월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가 삼무(三無)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다."

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 선언문에는 이러한 전문 외에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4개항의 실천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 주요내용을 보면 #세계평화의 섬임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세계평화의 섬 구현을 위한 사업을 차질없이 실행 #제주도를 국가간 자유로운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국제자유도시로 육성 #평화 증진 및 확산을 위한 평화 실천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지원 #정부는 제세계평화 증진에 앞장 설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 등이다.

역사적인 평화의 섬 지정이 이뤄진 후 제주도내에서는 다양한 평화의 섬 실천 계획이 제시되는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효과를 장담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어쨌든 평화의 섬 지정이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는 한층 커지고 있다.

#화순항 군사기지 계획 3년만에 재등장

그런데 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후속준비 작업이 한창 이뤄지던 시점인 지난 3월.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나왔다.

내용적 측면은 2002년 당시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해군본부가 집중적인 홍보와 설득을 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해군본부는 '제주도민과 해군이 함께 건설하는 화순항'이라는 홍보책자를 제작해 배포하는가 하면 도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내년부터 2014년까지 총 8000억원을 들여 남제주군 안덕면 화순항 12만여평 부지에 함정 20여척이 계류 가능한 1700m의 부두와 관련시설 49동을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해군본부는 평화의 섬에 걸맞는 아름답고 청정하며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자원으로 해군기지가 건설되도록 제주도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과거 거센 반발을 경험했던 해군본부는 주민혜택 및 보상계획도 내놓았다.

우선 50억원을 투입해 제주 해녀들에 대한 항구적 잠수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잠수병 치료센터를 통해 해녀들이 연중 무료 치료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해군본부는 또 기지가 건설되면 사업비 8000억원 중 6000억원의 직접투자 효과가 발생하고 연간 8만명의 고용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의 경우 군인 및 가족 7500명이 이주하면서 상주인구 증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도민들의 속내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

해군본부가 이런저런 인센티브 및 효과추정을 내세우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도민들의 속내는 쉽게 노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화순항 해군기지관련 논쟁 '제2라운드'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2002년과 비교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2002년 당시처럼 반대의견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득'을 따진 후 선택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제주발전연구원에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한 제주사회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에 대해 조사를 하도록 의뢰한 것도 바로 이러한 분위기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오는 20일께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한 제주사회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설문조사 및 사례조사 등을 통해 이의 효과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사.분석한 후 이달 중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해군기지가 제주에 건설될 경우 제주에 미치는 경제적 측면 및 사회.문화적 측면, 평화의 섬에 미치는 영향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검토.분석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고부언 제주발전연구원장은 "해군측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긍정적 측면과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고 있는 부정적 측면에 대한 검토는 물론, 평택 및 동해시 등의 현지사례 연구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중단요구 직면

그러나 제주발전연구원의 이러한 설문조사 실시방침과 관련해 화순반대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사계리대책위, 안덕면농민회대책위 등은 "제주도와 제주발전연구원은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 건설의 상충관계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토록 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며 여론조사 중지를 촉구하고 나서 제주도 당국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여론조사 시점이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해군이 홍보작업을 대대적으로 한 직후며, 조사 방법도  과학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 "평화와 군사기지는 양립할 수 없어"

지역대책위와는 별개로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도내 21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도해군기지 반대 도민대책위원회'의 활동도 점차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도민대책위는 지난 3일 해군기지 반대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해군기지계획 철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도민대책위는“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으며 군사기지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심각한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결과”라고 지적하고 “전략기지 성격의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공군기지까지 건설된다면 제주도는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갈등의 거점'이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도민대책위의 기본적 인식은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도민대책위는 "반드시 군사기지가 있어야만 안보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탈냉전의 시대에 있어서 안보는 군사력에만 의존해서는 지켜질 수 없으며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문화와 인권, 환경 등 비군사적 분야 또한 안보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 올바른 현실인식"이라고 강조한다.

한.미 군사동맹의 역사가 증명해 주듯이 군사기지화는 미군의 동북아 군사정책과 맞물리면서 동북아의 긴장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도민대책위는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취지에 맞게 해군기지와 공군기지 추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선언적인 제주 평화의 섬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실현을 목표로 한 제주 평화의 섬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민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경관지 중 하나인 산방산과 화순해수욕장 일대가 군사기지로 변모하면서 기형적 관광지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변모시키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제주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군사지역으로 인식되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 갈등의 핵심지역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군본부 "군사기지는 제주 평화에 이바지할 것"

이러한 우려에 대한 해군본부는 홍보책자를 통해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의 관련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해군본부측은 "해군기지건설계획은 제주도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발전성을 미리 내다보고 국제자유도시 구상 이전인 1993년부터 준비해 왔다"며 "오히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평화의 섬' 선포와 서로 맞물려 안보가 굳건해짐으로써 제주도의 평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군본부측은 "해군기자가 제주도를 더욱 청정환경으로 보존토록 앞장서고, 평화를 보장하는데도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군본부측은 "해군기지는 교류와 협력을 보장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됐지 국제적으로 민감한 '화약고'가 되지 않는다"며 "협력안보체제를 건설해 진정한 안보를 구축하려면 해군과 그 기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8일 양립가능 여부 토론회 예정
도민대책위와 해군본부의 이같은 엇갈린 평가 속에서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인지, 아니면 양립 가능한 사안인지에 대한 논란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한편 해군기지 반대 도민대책위는 오는 18일에는 군사전문가,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칭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는 양립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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