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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숫자놀음'은 그만둬라"
"일자리 창출, '숫자놀음'은 그만둬라"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03.07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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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특별자치도의 '2만개 일자리 창출' 정책의 문제
제주특별자치도가 핵심정책으로 내놓았던 '2만개 일자리 창출'이 그 본심을 의심받을 처지에 놓였다. 행정집행 과정에서 2만개 일자리 창출이 내용적 측면보다도 '숫자놀음'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된 행동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이 문제는 지난해 5월31일 실시된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다. 3만개 일자리 창출과 2만개 일자리창출, 그 갯수를 놓고 후보간 경합을 벌이듯 발표할 때부터 그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가 많았다. 3만개가 아니더라도, 2만개가 아니더라도,  단 몇천개의 일자리를 만들더라도 제대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줬으면 하는 것이 제주도민의 한결같은 바람이었을 것이다.

물론 김태환 제주지사는 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하여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임기 중  수도권 기업체 유치와 민자유치를 통해 임기중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고, 3만개 일자리 창출기반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공공분야에서 공무원 신규채용, 사회적 일자리 창출, 기업체 인턴지원 등 3개사업 35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략산업분야에서는 첨단산업, 에너지, 선도프로젝트, 관광개발, 교육의료, 제주도내 기업육성 등 7개분야 1만65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최근 청년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경제침체와 더불어 민생이 허덕이는 이때, 이러한 공약은 실제 실현여부를 떠나 많은 이들의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9개월째에 접어든 요즘, 이 공약이 과연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제주도정이 진정으로 일자리를 창출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취업박람회 등 기존에 해오던 의례적 행사를 막대한 예산을 퍼부으며 여전히 형식적 운영을 하는 것은 물론 신규 일자리 창출에 의지가 실종된 듯 하기 때문이다.

취업박람회 및 인턴지원제도 등 관행적 사업과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취업자수 통계를 놓고 도민들을 농락하듯 하는 태도는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얼마전 미디어제주는 제주지역 취업문제에 대한 보도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그 당시 제주특별자치도 실무부서에서는 미디어제주에 강력히 항의를 했다. 항의의 내용은 일자리 2만개 창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2006년에는 일자리 '4093명'을 창출시켰는데, 왜 취업관련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듯이 기사를 작성해 내보냈느냐는 것이었다.

해당 실무부서에서는 취업정책 추진에 언론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취지로,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디어제주가 '일자리 창출 4093명'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줄 것을 요청하자, 제주도당국은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자료제출을 요청한 당일 제주도당국은 2006년 취업관련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2차례에 걸쳐 질의서를 보내 '일자리 창출 4093명'의 근거를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고, 3월6일 제주도당국은 매우 간략한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 답변서를 확인한 미디어제주 취재팀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도당국이 그동안 취업자수를 통계해 자랑삼아 발표하던 그 내용은 신뢰성 및 타당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일자리 2만개 창출'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을 알선하는 '신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당국은 일자리 창출을 '숫자 맞추기'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6년 일자리 창출실적 4093명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금방 확인이 되었다. 제주도당국이 공개한 취업자수 통계방식을 보면 근로복지관리공단의 고용보험 관리인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보험가입 인원을 근거로 해 2006년말 현재 전년도 동기대비 증가한 인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즉, 고용보험 가입자수가 2005년 12월 현재 7만9101명이었는데, 2006년 12월 현재 8만3194명으로 늘어나면서 그 증가분인 '4093명'을 일자리 창출 인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험가입자 증가분=일자리창출 인원'이라는 계산법이다.

이러한 통계는 분명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이었다. 통계청의 경우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1주일간 경제활동 상태에 따라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나누고, 여기서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한다. 물론 이런 통계방식 또한 평상시 고용구조를 파악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계청의 이런 방식도 지적을 받고 있는 판에, 제주도 당국이 '2만개 창출'이라는 숫자놀음을 하듯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가분을 그대로 일자리 창출실적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에 다름없다.

제주도정이 취업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투자유치 등을 통해 신규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그 야심찬 의지는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단순히 숫자채우기식 '2만개 일자리'창출을 할 속셈이라면, 그 정책을 폐기시키고, 현실에 근거한 실질적 고용촉진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2만개 일자리 창출'에 대해 제주도당국이 언제까지 도민을 기만하며 '숫자놀음'을 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윤철수 미디어제주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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