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5:07 (화)
"얼마나 원통하고 비통했으면..."
"얼마나 원통하고 비통했으면..."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2.23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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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화북1동 별도봉 일본군 진지동굴서 유해 5구 발견
4.3희생자 발굴단 23일, 별동봉 진지동굴 현장서 중간브리핑

# "얼마나 원통했으면 입도 다물지 못했을꼬..."

"얼마나 원통하고 비통했으면 입을 다 다물지 못하고 저리 눈을 감았을꼬...참혹함의 극치를 절절히 느낄수 있지 않습니까"

2월 23일 4.3희생자 유해발굴 중간브리핑에 참석한 김두연 제주도4.3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살아도 사는게 아니었을 '지옥같은 과거'를 떠올려봤다.

제주시 화북1동 4757-1번지 속칭 '별도봉 일본군 진지동굴'에서 4.3희생자 유해 5구가 발굴됐다.

언제 무너진지 모르지만 무너져 입구가 막혀버린 동굴 입구 2평남짓한 곳에 시신 5구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총에 맞아 골절된 듯한 유해와 두손을 나란히 모은 유해 옆 입을 다물지 못한 유해. 4.3당시 희생된 이유없이 죽어간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였을 것이다.

지난 2006년 12월 7일 제주4.3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가 봉행된 지 2개월여만에 4.3희생자 유해발굴 중간브리핑이 진행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사업소가 주최하고 제주4.3연구소와 제주대학교가 주관한 이날 중간브리핑에서는 23일 현재 발굴된 유해 5구와 완탄.탄두.탄피, 단추 등 유류품이 공개됐다.

# 화북1동 4757-1번지  토지주 "학살된 시신들 있어서 잘 묻었다"

이번 발굴연구 조사팀 장윤식씨는 이날 "'4.3을 말한다' 중에서 '걸핏하면 동료 군인들이 연행되던 1948년 10월 하순 헌병에 의해 검찰 감방에 수감됐는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옷을 모두 벗긴 후 낡은 일본군복으로 갈아입히고 곧바로 트럭에 실혀 형장으로 이동했는데 일제진지동굴이었다'는 문헌조사와 교육대학 뒤편에 밭이 있었던 외할아버지가 어느 날 밭에 갔다 농로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죽은 사람들이 엉켜있었다는 4.3당시 화북리에 거주했던 양옥자씨(여.74) 등의 증언에 따라 별동봉 일본군 진지동굴 이곳에서 발굴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정적으로 4.3당시 시부모님이 그 밭에서(화북1동 4757-1번지 속칭 '별도봉 일본군 진지동굴')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굴 앞에 학살된 시신들이 있어서 이를 잘 묻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토지주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4.3희생자 유해발굴 조사팀이 공개한 유해는 지난 1월경 제주시 화북동 속칭 가릿당 동산 동녘밭에서 발견된 유해와는 달리 유해원형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이에대해 강현욱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토지주가 시신을 이쪽으로 옮겨와 묻고난 뒤 진지동굴이 무너져 내리면서 유해가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점과 수분이 잘빠지는 이지역 특성상 유해 원형이 그나마 양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유전자검색을 하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고 밝혔다.

# "4.3당시 유해발굴 촉매제는 생존자들의 증언"

김두연 4.3유족회 회장은 "토지주의 증언이 사실 그대로다"면서 "시신이 고스란히 묻혀있는 것은 군인들이 당시 희생자들을 묻은 것이 아니고 민간인이 묻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4.3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증언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알려주는 계기"라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또 "나이 80세가 된 토지주가 아직도 실명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때 당시 4.3에 대해 언급을 일체 하지 못하게 했던 그 때를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 발굴 유해 5구, 제주대 의과대학 안치

한편 23일 오후 5시부터 수습된 유해 5구는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임시 안치돼 체질인류학적, 법의학적, 유전자 감식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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