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9:18 (목)
(e-취재파일)메뚜기 차량 '888번 버스'를 아시나요?
(e-취재파일)메뚜기 차량 '888번 버스'를 아시나요?
  • 조형근 기자
  • 승인 2005.04.3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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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차량' 혹은 '888번 버스'라는 말은 대중교통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새삼스런 단어가 아니다.

제주시 시내버스 중 가장 불편하고, 탑승자들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버스를 악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시청에서는 소위 ‘메뚜기차량’으로 불리는 제주시 시내버스 ‘888번 버스’에 관한 민원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시 돼 왔던 시내버스 문제에 대한 제주시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888번 버스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888번 차를 타면 매번 급정차와 급출발을 반복하는 탓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꼭 운전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888번 버스는 제주대를 출발해 시청과 중앙로를 거쳐 한라병원을 경유, 하귀와 고성을 돌아 다시 제주대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이 버스는 평일 하루 16회 운행되며 첫차는 오전 6시 20분 고성을 출발해 7시 18분 제주대에 도착하며, 막차는 오후 9시 5분에 출발해 고성까지만 운행한다.

이 차량은 보통 버스보다 좀 작은 35인승 정도의 버스로,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메뚜기차’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면 급정차에, 방지턱을 지날라 치면 차가 껑충 튄다.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연동 한라병원 앞 정류장에서 마침 888번 버스에서 내리는 김 할머니(68, 이호2동)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시내에 가려고 이 버스를 탈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며 “다칠까 무서워서 버스를 탈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 할머니는 이어 “차를 세울 때마다 무슨 사고라도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 차량이 항상 888번을 달고 운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여객 관계자에 따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번호가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888번 버스’하면 고달픈 버스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나 회사측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

대화여객의 차량담당 관계자는 “차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운전자들이 좀 더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할 것이다”며 운전기사들만 탓했다.

노동조합측도 “888번 차량이 브레이크가 좀 급하게 잡히지만 승객들은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접 대화여객의 한 버스기사에게 888번 차량에 대해 물어봤다.

한 버스기사는 “888번 차량의 브레이크는 다른 차량보다 급하게 잡혀 경험이 적거나 888번을 많이 운행해 본 기사가 아니면 다루기 힘들다”면서 “운전기사들은 매일 배차를 다르게 받기 때문에 888번 버스에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888번 버스를 배차 받는 날이면 하루 종일 신경 쓰인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시청 대중교통계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행정처분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화여객측은 뒤늦게 “이 차량은 현대에서 제작된 중형승합차량인 에어로타운으로 다른 차량에 비해 판스프링이 약해 굴곡도로에서 튀는 경향이 있으니, 여건이 허락하는 데로 차량을 대폐차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상황이 악화될까 수습에 급급한 대화여객은 아직도 서비스개선 의지가 없는 듯 보인다.

제주시민의 발을 책임지고 있는 회사가 이렇듯 현장에서 뛰는 운전기사나 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어서야 대중교통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대화여객과 제주시 당국은 좀 더 시민과 일선에서 뛰는 기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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