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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노루와 인간, 상생 방안은 없나
<기획취재>노루와 인간, 상생 방안은 없나
  • 현도영 기자
  • 승인 2005.04.2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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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분포 노루의 기본 데이터 확보 시급

이는 노루들이 겨울에 먹이 문제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 내 서식하는 있는 노루들이 저지대로 이동한데 기인한다.

또 노루는 개체수가 많아지면 노루새끼를 적게 낳는 등의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어 현재의 국립공원 내 노루의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국립공원 내 노루의 개체수를 파악하고 있는 반면 국립공원 외 지역의 노루 개체수 및 현황에 대한 데이터는 제주도와 도내 4개 시.도 어느 기관도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립공원 외 노루 개체수 파악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하며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노루가 분포하는 범위가 광범위 할뿐만 아니라 노루 개체 수 조사는 겨울철 족적 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저지대 지역의 노루를 파악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 노루로 인한 피해 현황
국립공원 외 지역의 노루에 대한 현황 파악이 안 돼있는 현 시점에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교통사고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집계한 노루로 인한 피해 현황을 보면 해를 거듭 할수록 농작물 피해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8년에 농가 95곳에 피해면적 107ha였던 것이 작년에는 농가 263곳에 피해면적 583ha로 피해농가가 6년 사이에 3배로 늘어났고 피해면적도 5배로 증가했다.

또 한라산국립공원내에서 지난 4년 동안 5.16도로와 1100도로 등 산간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노루의 수가 124마리에 이른다.

 교통사고에 의해 죽는 노루의 수도 줄지 않고 있으며 갑작스런 노루의 출몰로 노루를 피하다가 일어나는 교통사고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 노루 피해 대책 현실은

이런 노루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제주시는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 농가에 울타리 시설용 그물망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그물망 규격을 보면 2mm 뚜께의 망이 1.5m의 폭으로 설치된다.

그러나 이 대책 방안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노루가 점프를 하면 1.5m 정도의 높이와 폭은 쉽게 넘고 울타리 그물망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노루가 주위 환경에 적응하면 쉽게 그물망을 통과해 이동할 수 있다.

또 노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루보호도로가 5.16도로, 1100도로에 지정 운행되고 있지만 노루와 차량의 접촉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노루보호도로에서 차량이 감속 운행해도 노루의 갑작스런 출현은 운전자에게는 곤욕인 것이다.

# 노루 특성 맞는 피해방지책 필요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울타리용 그물망,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루보호도로가 적절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노루의 특성에 맞지 않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루는 겁이 많아 바람소리에도 놀라 도망가기 때문에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서 노루가 놀라 어디로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노루는 주위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만약 도로환경에 익숙해지면 차가 다가와도 쉽게 도망치지 않는다.

이런 노루의 습성을 아는 일각에서는 노루이동 통로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농작물 피해를 막는 울타리용 그물도 노루의 점프력을 감안해 폭을 좀더 넓히거나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상생의 방안은 없나
관계 당국은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노루와 인간의 상생을 위한 방안으로서는 미흡하다.

한라산연구소 오장근 박사는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노루와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특별히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오 박사는 “5.16 도로의 특성상 노루의 길을 따로 만들다거나 우회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산업고에서 노루를 관찰해온 김창성 교사도 “현재 노루에 대한 뚜렷한 데이터도 없는데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며 “행정당국에서 노루와 인간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기 전에 먼저 노루의 생태계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사는  “노루에 대한 데이터가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노루에 대한 추적을 통해 개체수와 분포도를 파악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루와 인간의 상생을 위해서는 노루에 대한 기본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갖춰져야 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주시내 농가, 노루피해 매년 증가 추세

국립공원 서식노루 먹이 찾아 저지대로 내려와

제주시내 농가의 노루에 의한 피해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이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에 따르면, 한라산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노루가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도내 해안가 쪽으로 서식지를 확대해 농작물을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루에 의한 주요 피해 작물은 콩, 팥, 배추, 고구마, 딸기, 더덕, 감나무, 감귤 등이다.

보리, 콩 등을 재배하는 고모씨(57. 아라동)는 “노루가 오라동에 있는 밭에 심어 높은 보리와 콩을 모조리 먹고 밟아 놓고 갔다”며 “제주시에서 울타리 시설용 그물망을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모씨는 “밭주위에 울타리 시설용 그물망을 설치하면 설치된 밭에는 노루들이 들어오지 못하겠지만 그물망을 피해 계속 해안가 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배추 피해를 입은 김모씨(61. 오라동)도 “그물망을 설치하면 노루는 그물망이 설치안 된 곳을 찾아 계속적으로 내려와 농작물피해뿐만 교통사고 등 다른 피해도 생길 수 있다”며 “또 다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노루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루 피해 농가에 대해 울타리 시설용 그물망을 지원하고 있고 노루생태관찰원 조성과 연계해 저지대 서식 노루를 포획이동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노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루기피제는 비가림시 30일간, 노지살포시 10일에서 15일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효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하기가 무섭다”

도로에 노루 출몰 안전위협

한라산국립공원연구소는 지난 4년 동안 5.16도로와 1100도로 등 국립공원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노루의 수가 124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먹이를 찾아 해안가로 노루들이 내려오면서 차량흐름이 많은 도로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요즘 5.16도로나 1100도로 이외에도 중산간도로와 해안가 근처에 도로에서도 노루가 종종 목격돼 운전자들의 안전 운행이 요구되고 있다.

서귀포시에서 종종 5.16도로를 이용하는 오모씨(32. 서귀동)는 “특히 밤에 5.16 도로에 진입하기 전 해안가와 이어지는 도로에서 가끔씩 노루가 갑자기 뛰어나오는 바람에 급정거 한 적이 많다”며 “노루와 사람이 모두 안전하게 도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전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햇다.

또한 남조로를 이용하는 신모씨(31. 남원읍)도 “노루가 남조로뿐만 아니라 수망리 밑 도로까지 내려와 갑자기 나타나 운전하는데 사고를 당할 뻔 했다”며 “차량 불빛을 보고 노루가 피하기는커녕 우두커니 서 있어 운전하는데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라산국립공원연구소 오장근 박사는 “겨울에는 한라산에 먹이가 없어 노루가 모두 저지대로 내려오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노루보호 도로를 지정 운행하고 있다”며 “현재의 도로 형태(S자형 도로)와 관리상 노루를 차량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운전자들의 서행 운전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관광산업고등학교 김창성 선생님도 “노루가 저지대 해안가 쪽으로 내려와 저지대 도로에 자주 출몰하는 이유는 먹이문제가 가장 크다”며 “한번 먹이를 구한 곳은 또다시 찾는 노루의 습성상 한번 노루가 출몰한 지역은 계속적으로 노루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정당국은 “아직까지 현 도로상황에서 노루 이동통로를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한라산국립공원 외의 노루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노루 보호는 더욱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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