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도서관. 세계적인 책 읽기 운동을 불러일으킨 도서관이다. 규모는 큰 새장만하다. 지난 2009년 미국 북동부의 위스콘신주 허드슨시에서 시작됐다. 토드 볼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자신의 집마당 앞에 처음으로 꼬마도서관 문을 열었다.
꼬마도서관은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little free library)’로 불린다. 책을 누구든 자유롭게 꺼내서 볼 수 있다. 대출 장부도 없다. 그런 점에서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에 담긴 ‘프리’는 공짜라는 개념보다는 자유로운 소통에 더 가까워보인다.
이런 꼬마도서관이 제주에도 있다. 벌써 4곳이 문을 열고 운영중이다. 꼬마도서관은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강철남)가 운영하는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의 주요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제주시 연동에 있는 삼다공원과 남녕고 인근의 46호공원에 꼬마도서관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10일 시작했으니 벌써 1년이 된다. 꼬마도서관은 개관 1년만에 다시 2곳을 더 오픈했다. 지난주엔 연동 충신교회 인근의 67호 어린이공원과 연동 소망교회 곁에 있는 45호 어린이공원에 꼬마도서관이 들어섰다.
꼬마도서관을 만들자 주위에서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책을 누가 몰래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었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양창근 사무국장은 그런 걱정은 없다고 한다.
“책이 없어지지 않느냐는 걱정을 해주세요. 사실 없어지기는 해요. 작년에 오픈한 두 곳은 책의 30%정도가 사라졌어요.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요.”
책이 사라진다는데 걱정을 하지 않는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을까. 책을 몰래 가져가는 이들이 있지만 책을 몰래 넣어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좋은 책을 읽고 있다면서 꼬마도서관에 자신이 읽은 책을 놓고 가는 분들도 있어요. 나중에 입소문이 나면 책을 공유하는 그런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꼬마도서관이 기대하는 역할은 바로 그런 ‘공유’에 있다. 그건 소통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걸 남에게 주고, 같은 생각을 나누는 그런 공간이 꼬마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찾아가야 하지만 꼬마도서관은 공원에서 쉬다가 잠깐 시간을 내서 책을 읽을 여유를 주는 특징도 있다.
특히 지난해 오픈한 3호와 4호 꼬마도서관은 후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후원자가 이름을 원하지 않아서 꼬마도서관에 후원한 사람의 이름은 담겨 있지 않다. 꼬마도서관은 이런 후원자들이 있어 더욱 빛난다.
꼬마도서관은 추운 겨울엔 문을 닫는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만날 수 없다. 봄 향기가 피어오르는 3월부터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꼬마도서관을 만날 50일 정도의 여유가 있다.
꼬마도서관은 4곳에 불과하지만 제주도 전체로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이 아닌, 다른 지역의 작은도서관이나 각 지역의 단체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한 남자가 시작한 꼬마도서관 사업이 제주도 전체에 퍼질 날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