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위한 단식 농성과 도청 앞 천막 농성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천주교 사제들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날 농성장을 찾은 이들은 현문권 신제주성당 주임신부와 임남용 성산포성당 주임신부, 현성훈 제주애덕의 집 담당 신부 등 3명이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마자자 지난 10일부터 농성이 시작된 후 도내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당 관계자들이 농성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지만 종교계에서 농성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 날씨 속에 천막농성장을 찾은 이들은 강원보 성산읍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부터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강행 움직임에 대한 상황과 함께 자신들이 극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제주도가 지난달 24일 국토부에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해 “제주도는 공문에서 제2공항 건설 찬성 여론이 63.7%라는 점만 적시했지만 실제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제2공항 입지를 성산 지역으로 정한 타당성 조사를 재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41.8%나 된다”면서 도가 사업의 조속한 추진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 빈약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현 신부 등은 일주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경배 부위원장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제2의 강정마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현문권 신부는 지난해 신제주성당 피습 사건 당시 강우일 주교가 교통 문제와 쓰레기, 하수 처리 문제의 근본 원인이 탐욕적인 자본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 강론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제2공항 문제도 이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산 지역 주민들이 제2공항 찬성, 반대로 주민들간 갈등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현 신부 등은 20분 가량 대화 시간을 가진 뒤 농성장을 떠나면서도 각별히 건강에 유의해달라는 당부를 다시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