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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 “시는 좋든 싫든 현실 인식의 혁명”
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 “시는 좋든 싫든 현실 인식의 혁명”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0.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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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전국문학인제주포럼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 기조강연에서 역설
15일까지 제주 목관아 등에서 문학백일장‧문학 콘서트 등 진행 예정
제주 출신 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 선생이 13일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디아스포라(Diaspora). ‘씨를 뿌린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민족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주민들이 고향을 자발적으로 또는 강제로 떠나 머리 떨어진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제주 출신 재일 조선인으로서 70년 가까이 일본어로 시를 써온 시인 김시종 선생(89)이 고향인 제주를 찾아 던진 화두는 그가 천착해온 시론(詩論)에 대한 얘기였다.

 

김시종 선생은 13일 제주오리엔탈호텔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시작된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제가 일본에서 살아온 ‘재일(在日)’의 삶은 일본어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감정이 과다한 일본어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 자신을 키운 일본어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얘기다.

 

일본의 근대시와 현대시 흐름을 자신의 시선으로 요약한 그는 “일본에서 문학이라고 하면 소설을 얘기하며, 신문 등 문예시평에서 다루는 것도 소설 뿐”이라고 일본의 현대시가 수십년째 궁색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시인들이 상업주의와 연관된 카피라이터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거나 소설을 써서 일본의 표층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쓰이지 않은 소설은 존재하지 않지만 쓰지 않는 시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제시, 시인의 언어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노 도자부로(小野十三郞)가 쓴 『시론(시론)』에서 ‘시적행위라 함은 느슨하고 지루한 시간인 일상생활의 바닥에 보이는 항상적인 저항의 자세’라고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익숙해진 일상으로부터의 이탈과 그렇게 익숙해진 일상과 마주하는 것이 시를 낳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시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대상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자신의 존립만이 모든 것일 때 사회의 상태를 질적으로 높이고 풍부하게 만들려는 우리의 사랑은 엷어져갈 뿐”이라면서 “우리는 좀 더 주변의 것, 더 나아가 변동하고 있는 시대, 꿈틀거리는 사회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시는 성실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측에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저해하는 모든 것과 마주봐야 하므로 시는 ‘언어만의 창작’이라고 한정할 수 없다”고 시인으로서의 막중한 사명을 강조했다.

 

그가 이날 기조강연에서 “그 자체가 이미 시라 해도 되며, 그 비평을 언어로 발화할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기에 시는 좋든 싫든 현실 인식의 혁명”이라고 고향 제주의 후배 문인들 앞에서 어렵게 입을 연 이유가 바로 이 대목에 있었다.

 

포럼 첫날인 이날 ‘한국문학, 외연과 경계를 말하다 – 재일 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을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는 소설가 김길호시인과 광운대 곽형덕 교수, 제주대 김동현 박사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틀째인 14일에는 포럼 세션 외에도 제주목관아에서 문학 백일장과 토요 북카페, 문학 콘서트가 진행되며 15일에는 참여 작가들이 모두 함께 하는 문학기행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제주시가 주최하는 이번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은 제주문화원과 제주문인협회, 제주작가회의가 공동으로 조직위를 꾸려 주관을 맡아 행사가 마련됐다.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 개막식이 13일 제주오리엔탈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고경실 제주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 개막식이 13일 제주오리엔탈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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