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도, 제주다움도 전혀 없는 제주 국가정원 기본계획
방향성도, 제주다움도 전혀 없는 제주 국가정원 기본계획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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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국가정원인지 놀이공원인지 개념조차 잡지 못한 용역 중간보고회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가 11일 오후 도청 제2청사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도대체 이게 놀이공원인가 정원인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국가 정원이 아닌 대기업을 위한 국가 정원 아닌가. 이럴 거면 국가정원 안하는 게 낫겠다”

 

11일 오후 제주도청 제2청사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 보고회’ 자리에서 쏟아져나온 비판 발언 중 일부다.

 

이날 발표된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은 국가정원이라고는 고작 순천만 한 곳밖에 다녀오지 않은 기자가 보기에도 조악하고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이날 용역진이 제시한 제주국가정원의 기본 구상은 2가지다. 첫 번째 대안은 한국 제1의 대나무 테마공원을 조성, 국가정원으로 지정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대안은 오름과 숲, 화구호 습지, 구릉지 초원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한 제주테마공원을 조성한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날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제주국가정원을 조성해 무엇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기본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각종 시설 도입 계획만 제시함으로써 자문단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제주국가정원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제시된 기본구상 제1안. /제주특별자치도

 

제1안의 경우 도입시설 계획도 중국 안길 대나무박물관 전시원과 일본 전통 대나무 정원 등 아시아 주요 12개국의 대나무 정원을 조성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작가초대정원, 20대 기업 홍보정원, 홍보관 및 관리사무소에다 대나무 박물관과 죽공예 전시관 조성 계획 등이 포함됐다.

 

심지어 정원 내부를 순환할 수 있는 순환열차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되기도 했다.

 

제주국가정원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제시된 기본구상 제2안. /제주특별자치도

 

제2안의 경우도 새로운 시설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 대부분이었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조각상을 세워놓고 설문대할망 광장을 만들고 제주돌미로공원, 작가정원, 기업 후원을 받아 조성하는 기업정원, 세계전통정원, 올레정원, 목장정원, 곶자왈 생태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 등이 제시됐다.

 

또 물영아리 오름 경관을 효율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와 스카이워크를 설치하고 다양한 이용객들을 고려한 루지 슬라이드와 루지 리프트 도입 계획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2가지 대안 모두 무슨 시설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을 뿐, 제주국가정원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나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어떤 컨셉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기사의 서두에서 소개한 자문단과 지역 주민들의 지적 내용은 그나마 점잖은 수준의 발언이었다.

 

급기야 용역을 발주한 김양보 도 환경보전국장이 물 또는 바람, 돌의 정원 등 제주다움을 담아낼 수 있는 컨셉을 주문하면서 “중간보고회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국가정원 조성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 189-5번지 일원 170만9277㎡ 부지는 100% 산림청이 소유하고 있는 국유지다.

 

이날 중간보고회에서 발표한 구상대로라면 습지보호구역이자 람사르 습지 중 한 곳인 물영아리오름을 품고 있는 이 일대를 있는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용역을 발주한 도 차원에서도 용역진이 이날 발표내용을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하고 새로운 구상을 내놓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아예 국가정원 조성 사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가 11일 오후 도청 제2청사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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