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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태환 제주지사 1심공판 최종 진술
[전문] 김태환 제주지사 1심공판 최종 진술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1.1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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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제주지사 1심 결심공판 최종 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먼저 공직선거법 위반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공직자들과 함께 법정에서 서게 된 것은 모두 저의 부덕의 소치로 생각합니다.

본의 아니게 도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송구스러울 따름이며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로 여겨집니다.

저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도민의 공복으로서 시군폐지에 따른 주민투표와 행정구조개편, 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에 따른 도민 도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저와 공무원들이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된 이유가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발품을 팔고 날품을 파는 부지런함 때문임을 헤아려 주십시오.

60년의 기다림 끝에 탄생한 제주특별자치도는 급변하는 세계화에 대응해 제주를 21세기 동북아 핵심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것이며, 100만 도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이 만들어 낸 것으로, 이 과정에는 순백한 대의만 있을 뿐 저와 공직자들의 티끌만큼의 사사로움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도지사 임기말임에도 불구하고 공직 40여년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다 내던지면서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실현에 저의 신명을 바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재판을 20회나 받으면서 도지사로서 떳떳하게 도민에게 밝힐 것은 밝혀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점 이 자리를 빌어 재판장님과 도민께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말씀드립니다. 그 원인은 바로 수사가 시작단계에서부터 헌법에 보장된 기본인권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부터입니다.

제가 개인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대표자인 도지사이고 그것도 대낮에 도청에서 강제로 압수수색 하면서 헌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엄연한 사실, 그 누가 봐도 정당하다고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이후 근 6개월여 동안 저는 위법하게 압수된 문건 중에 시간을 다투는 문건이 얼마나 있는지 조차 알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제주도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볼 수 있는 문건이 그 안에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범죄수사를 위하여 증거물을 압수할 경우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대상의 범죄혐의에 대하여 증거물을 압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수사대상의 범죄혐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서들을 무차별, 불법적으로 압수하여 그 문서들을 근거로 수사한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큰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것 같아 저 자신은 할 말을 다 잃어 버렸습니다.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힘없는 제주도민임을 다시한번 절규해 봅니다. 수사가 처음부터 위법하게 시작된 사실을 알았더라면 사건의 진행은 180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제가 마지막 피해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964년 말단 9급 공무원을 시작으로 남제주군수, 도 기획관리실장, 행정부지사, 제주시장, 그리고 제주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저는 늘 도민과 애환을 함께 하겠다던 초심을 몇 번이고 되묻고 저 자신과의 이 약속을 지키려고 무던히도 애를 써왔습니다.

이제 제 인생의 꼭짓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과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실현을 위해 저의 남은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싶은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재판장님의 넓은 아량으로 이 점을 헤아려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

제주도지사는 결국 제주도민을 위해 필요한 존재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한대의 봉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작게는 청소에서부터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르기까지 행정과정에 지역주민의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도지사는 물론 소속 공무원들이 도민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현장 확인을 하는 것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이며, 이러한 현장행정을 공무원 선거개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바라 보아서는 결국 지방행정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고 봅니다.

현장에 가서 보면 조금만 행정이 소홀해도 도민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특히 민선시대에 더욱 그렇습니다. 도지사가 표를 달라고 할 때는 도민 만족 행정을 하겠다고 공약해 놓고 가만히 앉아 정책기획이나 하면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행정과 도민이 호흡이 맞지 않아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결국 도민과 함께 애환을 나누면서 힘을 통합시켜 나갈 때 모든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 저의 평소 소신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는 소속 공무원들에게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내가 다 막을테니 여러분은 소신을 가지고 도정을 함게 이끌어 나가 달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는데 오늘 현실은 더 열심히 노력하고자 했던 공무원들을 법정에 세우는, 아픈 상처를 안겨주는 도지사가 된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민선시대의 지방행정은 도민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제주사회는 타 시도와는 달리 지연.학연.혈연 등으로 얽혀있어 이 공동체 구성요소들을 원만히 운영하여야 지방행정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또, 2005년 5월부터 2006년 5월 지방선거가 있기까지 우리 제주지역은 60년간 이어져 온 두터운 관행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 격변기였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민선시대 지방행정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고 모두가 선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수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을 저는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무쪼록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도정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 올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하여 주신 점 온 도민은 다 잘 알고 있으며 저 역시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이므로 특별자치도 출범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공무원들이 도민들을 위한 봉사의 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재판장님의 각별한 선처를 바랍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대한민국 지방분권의 새 이정표를 세울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에 따라 재판장님의 혜안을 보여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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