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독립투사들이 친일파처럼 살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세요”
“독립투사들이 친일파처럼 살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0.01 18: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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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를 쓴 저자 김태빈씨
한국·중국 넘나들며 항일 유적지 답사…한권의 책으로 내놓아
“문학인들의 업적과 함께 친일행각을 한 사실 그대로 전해야”

1949년 6월 26일에 울린 총탄은 국민을 울렸다. 포병소위 안두희가 쏜 네 발의 총탄에 우린 백범을 잃었다. 일제가 그토록 잡고 싶어 하던 백범은 일제가 아닌, 우리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세상에 김구 뿐이었겠는가. 백범을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은 미군정의 계략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 고국을 밟아야했다. 그 누구를 탓하랴. 일제강점기 때 호위호식하고, 미군정에 이어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들인 친일파가 아니던가.

 

세상에 이런 억울함이 또 어디 있나. 독립투사는 죽임으로, 가난으로 내몰리고 친일파는 정계와 재계를 마구 휘젓는 상황을 제대로 된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분통함에 가슴을 치고 싶다. 때마침 그런 분통함을 해소시켜주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펴낸 책이 나와 다행이다. 바로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김태진 지음, 도서출판 레드우드 펴냄)이다.

 

한성여고 국어선생인 김태빈 교사. 그가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를 최근 펴냈다. ©미디어제주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 일제와 싸우며 나라를 찾으려고 했던 독립투사들이 왜 중요한 지를 현장답사를 통해 잘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글을 쓴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닌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국어를 가르치는 국어선생이다. 국어선생이 왜 독립운동사를 건드렸을까. 추석연휴를 제주에서 보내기 위해 내려온 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근현대문학을 가르치다보면 항일운동과 일제강점기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요. 관련이 되거든요.”

 

‘광야’의 이육사가 그랬고, ‘서시’의 윤동주가 그렇지 않은가. 한편으로는 이육사나 윤동주와 대비되는 인물도 있다. 최남선, 이광수, 이인직 등 일제에 빌붙은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저자는 문학을 통해 항일과 친일을 배웠고, 전라남도 여수라는 자신의 고향에서도 여순사건이라는 비극을 배운 터였다. 때문에 그는 독립운동사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북경한국국제학교에 3년간 파견을 갈 기회가 주어졌다. 덕분에 그는 항일 발자취를 찾는 본격적인 발걸음을 진행하는 행운을 가지게 됐다. 북경한국국제학교 학생·부모들과 답사를 하며 하나 둘 배워갔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애들이랑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도 했어요. 상하이에 가면 임시정부 청사만 보는데 항일 근거지를 찾으면 핵심만도 10곳은 됩니다. 러닝맨 형식을 빌려서 진행하곤 했죠.”

 

3년의 파견 기간 가운데 2년은 중국 전역을 돌며 항일답사를 진행했다. 파견 근무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서는 고교 제자들과 ‘청포도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한성여고 인근은 이육사와 깊은 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벌인 투사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중국의 항일 유적만 소개하는 건 아니다. 책 속에 부록으로는 그들과 관련이 있는 국내 유적을 지도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항일 관련 발자취를 모은 흔적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문학으로 애들을 가르치다보면 항일 이야기도 해야 하고, 친일 얘기도 해야 합니다. 문학 이야기만 할 순 없습니다. 일제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달하더라도 애들은 탄식합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인들의 친일행각도 분명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래서 육사가 빛나는 거죠.”

 

김태빈 교사는 국어 선생으로서 일제강점기 당시의 문학과 함께 친일행각도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디어제주

 

그는 교단에 서는 선생님이다.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를 가르치면 아이들은 작품을 완전 다르게 읽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문학감동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붙였다. 특히 이육사의 작품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한다.

 

그는 중국에서 북한 잡지를 본 경험도 털어놓았다. 북한이 발간하는 <KOREA>라는 잡지다. 내용은 온통 김정은 선전물이며, 남한을 비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잡지에서 그는 놀라운 장면을 찾아냈다.

 

“남북의 공통분모가 하나 있어요. 안중근 의사에 대한 기사가 보였어요. 남북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역사는 바로 항일무장투쟁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항일투쟁을 벌인 독립투사들이 온전한 대접을 받는 건 아니다. 여전히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틀이 독립투사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영화 <밀정>과 <암살>에 등장하는 약산 김원봉은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의열단을 이끈 김원봉은 김구와 더불어 항일독립운동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남 밀양출신인 그는 월북을 하고, 북한의 고위직에 있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훈장추서에서 제외되고 있다. 올해도 김원봉은 제외됐다. 밀양독립운동연구소 등은 김원봉의 훈장추서 청원을 지속적으로 해오지만 번번이 외면을 받고 있다. 바뀐 정권은 김원봉을 어떻게 평가를 할까. 적폐 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권에 한가닥 희망을 거는 이유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를 쓴 저자 김태빈도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항일 유적을 돌아본 그는 책 제목처럼 항일운동 답사를 하며 눈물을 흘린 게 한 두 번은 아니다.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뭘까.

 

중국의 항일운동 유적을 답사하며 눈물을 직접 훔치기까지 했다. 사라져가는 유적이 안타깝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이육사는 중국에서 순국을 했습니다. 그 터가 방치되고 있어요. 중국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과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이육사 순국처가 있어요. 곧 개발된다면 사라질 수 있어요. 거기에 동판이라도 새겨서 이육사가 순국했던 곳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중국에 있을 때 그런 노력을 했는데 결실을 맺지는 못했어요. 지금도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안타까운 건 이육사 순국처만은 아니다. 책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안타까운 삶을 그려내고 있다. 어찌 보면 분단이 가져온 상처이기도 하다. 저자는 역사는 지울 수 없는 증거이고, 우리 모두의 기억이고, 가슴 치는 성찰이고, 또 다른 미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역사 공부는 사실(史實)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事實)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항일운동가들의 활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점이 많아요. 책에 지도를 넣은 이유도 흔적을 따라다니며 가보았으면 해서죠. 길 표기도 정확하게 돼 있어요.”

 

중국까지 찾아가며 독립운동가들의 항일 루트를 따라가기 힘든 이들이라면 책에 담긴 김구 루트, 임정요인 루트, 서울 이회영 루트, 서울 안중근 루트, 서울 윤동주 루트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이다. 독립운동가, 아니 독립투사들은 왜 친일파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저자가 책 속에서 그 이유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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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걸 2017-10-21 12:06:29
선생님 책도 쓰시고 존경합니다.
나중에 커서도 선생님의 말씀들이 많이 기억에 남을것 같고 항상 우리를 깨우치게 하기위해 애쓰신것같아 감사드립니다. 저도 기회가되면 가족들과 같이 탐방해보고싶네요.

ㅇ.ㅇ 2017-10-09 10:25:59
선생님 역시 최고이십니다. 친구들과 다 같이 찾아뵈러고 합니다 내년 1월 쯤에요 ㅎㅎ 많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