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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희생자·유족 피해, 개별 소송 아닌 입법적 구제 바람직”
“4.3 희생자·유족 피해, 개별 소송 아닌 입법적 구제 바람직”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9.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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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윤 변호사, ‘4.3 배보상 관련 토론회’에서 정액배상 방식 제안
토론자들도 입법구제·정액배상에 동의 … 여소야대 국회 ‘산너머 산’
제주 4.3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배보상 관련 토론회가 29일오후 하니크라운관광호텔 별관 2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위한 과제 중 하나로 국가 차원의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은 개별적인 소송보다 입법적인 구제 방법을 통해 일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해법이 제시됐다.

 

문성윤 변호사는 29일 하니크라운관광호텔에서 4.3희생자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주최로 열린 ‘제주4.3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배‧보상 관련 토론회’에서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배상’ 주제발표를 통해 4.3 특별법 개정안에 정액 방식의 배상을 명시하도록 하는 등의 제안을 내놨다.

 

문 변호사는 우선 “제주4.3 기간 중 미군정 경찰, 대한민국 국군과 경찰, 서북청년회 등 기타 단체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을 당했다면 이는 당연히 ‘배상(賠償)’이 돼야 하며 ‘보상(補償)’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가 아닌 무장대에 의한 피해, 혹은 제3의 피해유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는 “결국 국가의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위법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생명, 재산 등 중대한 법익이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국가가 국민에 대해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로 국민에게 손해를 발생시켰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여전히 국가는 보상이 아니라 배상 책임을 진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개별적인 소송 등 사법적 구제방안의 경우 피고인 국가 측에서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개별적인 소송이 제기된다면 국가는 희생자로 결정된 시기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항변할 여지가 있는데 수많은 희생자들 중 희생자로 결정된 시기가 다르고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개별 소송보다 입법적인 구제 방법으로 일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문성윤 변호사가 4.3 현안 해결을 위한 배보상 관련 토론회에서 ‘제주 4.3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배상’ 주제발표를 통해 4.3 특별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특히 그는 4.3 피해자들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시점이 대부분 1950년대 이전이라는 점을 들어 “당시 제주도의 산업구조 등에 비춰볼 때 월급을 받거나 평균임금을 받는 피해자들이 극히 드문 상황에서 최근의 다른 입법례와 같은 계산방식으로 배상금을 산정할 수는 없다”면서 4.3의 경우에 대한 배상 방식으로 ‘정액 배상방식’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그는 “유족을 결정하려면 법적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부를 기준으로 유족의 범위를 정해야 하는데 사실과 다르게 신분관계가 잘못 등록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특별법 개정안에 ‘4.3 당시 호적부가 작성돼 있지 않거나 사실가 다르게 기재돼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돼 있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경우에는 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거나 기록을 정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배상금 기준 금액은 하위법령에 위임하기보다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배상금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사례를 들었다.

 

또 그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설치된 고등군법회의 판결에 의해 재판 절차도 없이 희생자를 처형하거나 형무소에 수감하는 등 국가폭력이 자행된 부분에 대해 “재심 청구를 위해서는 판결문을 특정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해당 군법회의에서는 재판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판결문이 없다”면서 “형사소송법의 한계와 처음부터 재판이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입법을 통해 판결 무효를 선언하거나 적어도 판결문 없이 위원회의 결정으로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어 토론 마이크를 잡은 김종민 전 4.3위원회 전문위원은 “군경 토벌대에 의한 피해만 배상하고 무장대에 의한 피해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형평성 문제가 야기돼 도민 사회를 분열시키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 “문성윤 변호사가 ‘국가의 부작위에 의한 위법’이라는 점을 들어 무장대에 의한 희생에 대해서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명쾌하게 정리한 것은 오늘 토론회의 큰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다행히 4.3 유족 분들에게 호의적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특별법 개정이 녹록치만은 않다”면서 “유족 분들이 일치단결해서 정치권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바른정당)은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공통적인 의견을 밝힌 입법적 구제가 불가피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면서도 “정액 배상이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배상해야 유족들이 공감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막대한 배상금 마련을 위한 방법으로 배상기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홍성수 전 4.3유족회장은 4.3 특별법을 통과시키기까지 숱한 난관을 거쳐야 했던 과정을 돌아보면서 “우리 유족들끼리 배보상 문제만을 가지고 토론회를 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남다른 소회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배보상 문제 이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아직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금 행불인 묘역에 계신 분들에게 배상을 받으면 뭐하겠느냐”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홍성수 전 4.3유족회장이 배보상 문제가 공론화되기까지 과정을 돌아보면서 울컥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 4.3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배보상 관련 토론회가 29일오후 하니크라운관광호텔 별관 2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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