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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대한 이유 없는 불신은 말아줬으면”
“여론조사에 대한 이유 없는 불신은 말아줬으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9.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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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추석 D-7일, 여론조사에 대한 단상
<미디어제주> 정확도 뛰어나…42개 기관 중 3위

앞으로 1주일만 있으면 정겨운 추석이다. 고향 생각이 절로 날 수밖에 없다. 고향에 가는 걸음걸이가 힘든 이도 있으나 명절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도 만나게 된다. 반가운 형제의 얼굴, 타향에서 오랜만에 고향의 부모를 뵙는 그 맛이 바로 명절이다.

 

반가운 명절은 갖은 음식을 펼쳐놓지만 음식과 함께 등장하는 또다른 메뉴가 있다. 바로 ‘정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기에 예전과 달리 정치 메뉴는 더 뜨겁고, 더 불타오르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한다.

 

이쯤에서 여론조사를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는 여론을 읽는 장치임에 분명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여론조사를 믿지 않고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왜곡된 시각으로 여론조사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만큼 현 상황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장치는 사실 없다. 그럼에도 여론조사를 불신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자기중심적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 가운데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예전에 이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지지율 2%대를 얻은 후보자의 아버지였다. “내 아들이 그렇게 나올 리가 없다”는 항변이었다. 아니 엄포(?)로 들렸다.

 

기자가 여론조사 문제를 얘기하는 이유는 10년 넘게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제주도내에서는 꽤 오래해 온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여론조사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기도 한다.

 

문제는 불신이다. 이상하리만큼 기자가 인연을 맺고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불신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왜 그런지 이해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믿지 못할 여론조사 기관이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정말 그럴까. 그런 여론조사 기관이었으면 10년간 인연을 맺으며 여론조사를 해올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르면서 떠들어대는 경우가 허다했다. 솔직히 말하면 여론조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어떤 절차를 거치고, 어떻게 발표를 하는지에 대한 기본을 모르는 기자들이 숱했다. 응답률이라는 게 있다. 응답률을 여론조사 결과에 명기하도록 한 건 오래지 않다. 5년쯤 됐다. 응답률을 이해하지 못한 어떤 기자의 공격이 들어왔다. “응답률이 10%라면 대체 몇 명 가지고 여론조사를 한거냐”는 핀잔이었다. 기자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응답률이 어떤 것인지를 그 기자에게 제대로 가르치면, 배움을 받는 기자는 속된 말로 쪽팔리게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응답률이 10%라고 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응답률이 10%라고 발표하면 어떤 이들은 100명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한 걸로 오해를 하곤 한다. 기자에게 물음을 던진 기자는 그런 경우였다. 응답률이 10%라면 1000명에게 답을 얻기 위해 1만명과 접촉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응답률 10%를 얻게 된다.

 

<미디어제주>가 조사를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뉴스타파> 분석 결과 42개 기관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미디어제주

 

말이 나왔으니 여론조사에 대한 얘기를 더 해보겠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도의원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여론조사는 광역이 쉽다. 도의원보다는 국회의원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보다는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가 쉽다. 도의원 여론조사가 어려운 이유는 표본을 잘못 잡을 경우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말하지만 <미디어제주>가 2014년 지방선거 때 도의원 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정확도가 매우 뛰어났다. 거의 다 맞췄다는 말이다.

 

탐사전문 언론사인 <뉴스타파>가 지난 4월 분석한 자료도 있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디어제주>가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를 해서 진행한 여론조사는 분석대상 42개 기관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자랑하려고 <뉴스타파>의 분석 결과를 가져온 건 아니다. 여론조사 3위를 내세운 이유는, 이유없이 불신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왜 <미디어제주> 여론조사가 3위를 했을까. 그것도 도지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도의원을 대상으로 한 ‘아주 위험천만한 조사’였는데 말이다. 그건 각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어느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도 많이 투입됐다. 지방선거 언론사 여론조사는 당일 조사가 대부분이지만 2014년엔 3일에서 길게는 4일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이상영 연구원은 “오랜기간 제주지역의 선거조사를 진행, 축적된 정보도 많았다. 오랜 기간 함께한 조사원들의 숙련도가 높았던 점이 케이엠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 정확도를 높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년 지방선거는 6월 13일이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추석 민심을 통해 중앙 정치도 거론되겠지만, 지방 정치에 대한 얘기도 나오게 된다. 이때 걸러지는 민심은 앞으로 여론에 매우 중요한 방향키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추석엔 내년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여론조사에 앞서 귀중한 얘기를 듣는 자리로 만들어봐야겠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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