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으로의 회귀
평균으로의 회귀
  • 홍기확
  • 승인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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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150>

어느 술자리에서 옆 테이블에 있는 직장동료들을 만났다. 술을 한 잔 주고받는데 상처를 입었다.

 

“네가 쓴 글은 빼 놓지 않고 읽어. 근데 예전에는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거의 비슷해.”

 

물론 상대방이 만취한 상태라 내상(內傷)은 그나마 적게 입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긴 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뿌듯하다.

속상한 이유는 ‘내 글이 고만고만한가?’라는 점이다. 반면 뿌듯한 이유는 ‘오! 나만의 스타일이 이제 있군. 글로써 자신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 작가로써 자리매김 한 건가?’라는 기쁨 때문이다.

 

야구에 2년차 징크스가 있다. 작년 신인상을 탄 선수가 올해는 실력이 급락하거나, 한 해 반짝 잘한 선수가 다음해에는 과거의 성적으로 형편없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당연하다. 2년차 징크스는 순전히 통계적인 현상이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평균으로의 회귀’라 부른다. 성적이 들쑥날쑥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평균에서 왔다 갔다 하는 편차가 큰 것일 뿐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시점에서는 평균에 근접한다.

 

2013년 초. 수필가로 등단한지 5년쯤 되어 간다. 그간 『미디어제주』에 글을 꼬박꼬박 써서 이번 글이 150번째다. 덕분에 칼럼과 같은 제목의 에세이집인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과 더불어, 『느리게 걷는 사람』까지 두 권의 책도 냈다.

처음의 글들을 지금과 비교해 보면 스타일이 비슷하다. 이는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느끼는 듯하다. 그만큼 나만의 ‘문체’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가끔 이상한 글들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평균으로의 회귀’처럼 내 식으로 돌아간다.

 

새벽이다. 새벽공기가 흠칫 차가운 것을 보니 환절기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리니 가을이다. 새벽은 잊지 못할 정도로 오고, 환절기와 가을은 잊을 만하면 온다. 오늘은 내 인생의 13,899번째 새벽이고, 115번째 환절기이며, 38번째 가을이다.

 

누군가 물었다. 어느 계절을 좋아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가을이요. 바람이 좋아서.

질문이 이어진다. 왜 가을바람이 좋아요?

나는 대답했다. 눈 감고 귀를 통해 흐르는 바람과 벌레 소리가 함께 들려서 좋아요.

마지막 질문 혹은 반응. 낭만적이시네요.

나의 답변 혹은 반응. 원래 있었던 것을 발견하는 겁니다.

평균으로의 회귀는 평범한 새벽과,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가을과 환절기의 언저리에서 원래 있었던 것을 발견하는 것.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흔들리고 정신없고 소란스럽더라도 결국 평균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평범이다. 오뚝이처럼 상하좌우로 돌아다녀도 결국에는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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