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활동가도 두고, 지킴이도 있다네요”
“놀이터에 활동가도 두고, 지킴이도 있다네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9.19 0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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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간이 우선이다] <7> 확실하게 관리되는 놀이터

순천시, 아이 안전·보건 챙기는 활동가·지킴이 배치

놀이에 개입하는 엄마·아빠들 제지하는 역할도 톡톡

안전한 놀이터 만들려는 순천시 적극적 의지 엿보여

 

 

전남 순천시는 험준한 산도 없고, 기후도 온화하다. 살기 좋은 도시이다. 물론 인심도 좋다. 더구나 순천은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곳이다. 첫 기적의 도서관이 순천에 있고, 첫 기적의 놀이터도 순천에 있다. 순천은 모두 10곳의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 계획이다. 기적의 놀이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을 둘러봤다.

 

순천시는 지난해 연향동에 첫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었다. ‘엉뚱발뚱’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올해는 ‘작전을 시작하~지’라는 이름을 지닌 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이들 놀이터 이름은 모두 아이들 작품이다. 놀이의 원천은 아이여야 하고, 놀이터의 주인도 아이이기에 놀이터 이름 역시 아이들의 가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순천시 신대지구 아파트 단지에 만들어진 2호 기적의 놀이터 '작전을 시작하~지'. ©미디어제주

 

▲ 기존 놀이터는 어른이 지배

 

기적의 놀이터는 익히 알고 있는 놀이터와는 다르다. 놀이시설은 없다. 자연을 최대한 즐기고, 몸을 이용한 놀이를 하도록 만들어졌다. 흔히 보이는 놀이터는 모래나 땅은 없고, 인공바닥재가 그 위치를 대신한다. 아이들이 손으로 체험하며 즐길 재료인 땅과 모래를 아예 없애고 있다. 그 자리는 획일화된 놀이시설이 점유하고 있다. 똑같은 놀이시설에서 노는 아이들은 더 이상 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모래나 땅이 사라지는 이유는 있다. 어른이 우선이기에 그렇다. 모래가 가득하던 놀이터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민원으로,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인공바닥재를 깔아야 한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모래가 날린다는 이유로 민원을 넣는다. 부모 역시 바닥에 떨어지면 다친다며 땅이나 모래를 없애달라고 한다. 과연 부모는 아이를 생각하고 그런 민원을 넣었을까. 어쨌거나 부모들은 아이에게서 놀이를 뺏는 행위를 하게 됐다. 자신들의 민원이 어떤 결과를 불어넣을지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기적의 놀이터 2호는 네트 시설이 돼 있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미디어제주

 

▲ 아이의 생각을 듣는 놀이터

 

순천에 있는 기적의 놀이터는 부모나 아파트 단지의 어른보다는 ‘아이’에게 초점을 맞췄다. 놀이의 본질을 심어주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신 안전에 대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공원놀이터 활동가를 두고 있다. 활동가는 모두 10명이다. 순천시는 기적의 놀이터 10곳을 계획중이며, 10곳이 모두 만들어지면 이들 활동가는 놀이터에 모두 투입된다.

 

활동가와 함께 지킴이도 있다. 지킴이는 퇴직한 이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은 물론, 아이들이 놀면서 다치는 일이 없는지를 멀리서 관찰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해 만들어진 기적의 놀이터 2호는 순천시 신대지구에 들어섰다. 신대지구는 순천시 해룡면에 있는 신시가지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쑥쑥 들어서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곳이기에 기적의 놀이터를 심는 작업을 하기에도 적격이다.

 

놀이터 문을 연 뒤 5개월째 이곳을 지키는 활동가를 만날 수 있었다. 50대 강옥자씨다. 그는 순천만 국가정원 해설사여서인지 놀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그의 입에서 술술 나왔다. 안전지도는 물론 다친 아이들의 간단한 치료를 하는 역할이 그의 몫이라고 한다.

 

'작전을 시작하~지' 공원놀이터 활동가 강옥자씨. ©미디어제주

▲ 놀이터 활동가 10명 투입

 

“처음 온 부모들의 반응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저기 보이는 네트를 보고서 그렇게 말해요. 아이들도 겁내요. 그러나 좀 놀다보면 ‘와~’하는 함성이 나와요. 네트 꼭대기까지 올라간 아이를 보고는 엄마들은 박수를 쳐요. 아이들도 엄마를 향해 ‘나, 성공했어’라고 말하죠. 무서워하던 아이나 엄마의 반응이 이렇게 바뀌어요.”

 

‘작전을 시작하~지’ 놀이터는 1호와 달리 네트 시설이 있다. 얼기설기 엮인 네트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안겨준다. 간혹 떨어지는 일도 있지만 네트가 받혀주고, 깊이 1m를 넘는 모래가 있기에 위험은 덜하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 놀이에 개입을 하려고 해요. 그럴 때는 지켜봐달라고 제지를 하죠. 대부분의 부모들은 응해줍니다. 어쨌든 애들은 굉장히 즐거워해요. 애들에게 아파트 놀이터와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면 아파트는 다 똑같고, 도전할 게 없다고 답해요. 그러면서 여기는 모래가 있고, 내 맘대로 놀 수 있어 좋다고 하죠.”

 

놀이터가 북적이는 시간은 오후 5시쯤이다. 방과후 일정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 둘 찾는다. 더운 여름엔 7시 이후가 피크타임이다.

 

▲ 모래 위에 맨발로 ‘훨훨’

 

모래는 낯설다. 해수욕장에 가질 않는 이상 모래를 접할 일이 없어서다. 그러다 아이들은 모래에 익숙해진다. 여기 놀이터는 물 시설도 갖춰져 있기에 모래로 인한 불편을 덜 수 있다. 신발도 이내 벗어던진다.

 

공원놀이터 활동가 강옥자씨가 아이들의 활동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기적의 놀이터는 맨발로 놀아도 재미있다. 아이들도 맨발이고, 어른도 맨발이다. 사진=강옥자씨 제공

 

“엄마들에게도 신발을 벗으라고 하죠. 불안해하는 엄마들에겐 천천히 놔주라고 한답니다. 처음엔 쓰레기도 문제였어요. 쓰레기통을 치우고 나서는 달라졌어요.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점을 엄마들에게 재차 강조하죠. 우리 아이를 위해서죠.”

 

활동가는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놀이터를 지킨다. 놀이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놀이를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는 지를 아이들에게, 엄마들에게 주문한다. 놀이터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활동가다.

 

▲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은 지킴이로

 

기적의 놀이터엔 활동가만 있는 건 아니다. 지킴이도 있다. 지킴이는 2인 1조로 놀이터를 돌본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지켜본다. 격일제로 활동하는 지킴이는 순천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놀이터를 깨끗하게 만들고, 놀다가 다치는 어린이들이 있는지를 둘러보곤 한다. 70대인 오종일 어르신은 9월부터 지킴이로 나서고 있다.

 

기적의 놀이터 지킴이 오종일 어르신. ©미디어제주

“안전교육과 환경교육을 받았어요. 3일간 직무교육을 받은 뒤 여기 오게 됐어요.”

 

지킴이는 여러 효과를 노린다. 우선은 안전한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순천시의 의지를 볼 수 있고, 어르신들의 일자리도 챙겨주고 있다. 지킴이로 활동한지 며칠 되지는 않았으나 오종일 어르신으로부터 놀이와 관련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신나게 노는 애들에게 간섭을 하지 않으려 해요. 가까이 가게 되면 놀고 있는 애들에게 간섭이 될 수 있잖아요. 저도 초등생과 중학생 손자가 있거든요.”

 

놀이터는 만드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놀도록 하고, 어른들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곳이다. 활동가도 배치하고, 지킴이도 두는 순천시. 우리가 놀이터를 만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순천시가 말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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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2017-09-20 11:21:35
순천에 기적의놀이터가 2개가 설치되어 있고 활동가와 지킴이가 배치되어 운영되고 있다니 너무나 부럽네요.
최대한 빨리 우리 아이들과 가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