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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북의 옛 모습 ‘골목길’을 지켜주세요”
“제주 화북의 옛 모습 ‘골목길’을 지켜주세요”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9.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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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등 반발
화북의 정다운 골목길을 지키려는 사람들 “40년된 계획 도로 개설 안 돼”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화북의 정다운 골목길을 지키려는 사람들' 중 강두옥씨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시가 40년도 더 된 계획도로 사업을 현 상황 반영 없이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상 지역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화북의 정다운 골목길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다운 화북 골목길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날 제주시가 올해 말까지 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중 착공을 계획 중인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수립 및 정비구역(안)’을 문제 삼았다.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수립 및 정비구역(안)’ 위치도.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수립 및 정비구역(안)’ 대상 지역은 제주시 화북1동 4086-1번지 일원이며 면적은 2만8504㎡다.

 

사업 내용은 △주거환경+범죄예방 환경설계, 유니버설 디자인을 복합한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도시기능 회복하는 기반시설 정비 △지역특성을 살린 주거환경관리사업 정비계획 및 단계적 실행방안 수립 등이다

 

기자회견에 나선 화북동 주민 4명은 제주시의 계획에 대해 “실제 내용은 주거 상황과 지형의 고려 없이 획일적인 십자형 바둑판 도로를 개설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둑판 모양의 예정도로는 1976년에 지정된 것으로 40년이 흐르는 동안 도시 정책도 변하고 방법론도 바뀌었다”며 화북동의 도로도 40년 전 도로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손대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 채 ‘계획된 것이니 그냥 가자는 것은 안일한 정책”이라며 “국내·외 선진 도시들은 도시의 기존 특성들을 무시한 획일적인 정책들을 이미 폐기한지 오래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이 사업의 가장 큰 문제가 화북포구를 둘러싼 기존 옛길 중 서북방면의 포구 진입이 직선화, 대형화돼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역사 마을의 흔적을 남김없이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수립 및 정비구역(안)’ 도면. 노란 형광색 표시 부분이 '화북의 정다운 골목길을 지키려는 사람들' 이 주장하는 제주시가 1976년 계획을 근거로 새로 추진하려는 도로. 우측 노란 형광색 표시 하단 끝부분이 연결되면 그 지점은 현재 오거리에서 육거리가 된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제주시가 2011년 해당 지역과 동쪽으로 인접한 화북 진성을 복원하고 주변 문화 자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며 “성을 복원하고 그 성을 둘러싼 옛길을 허문다는 r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향후 복원을 생각해서라도 옛길은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제주시가 ‘계획된 것은 시행한다’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에서 벗어나 수백년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옛길을 속절없이 없애는 사업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향해서도 “주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제주다운,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이날 회견문을 발표한 뒤 개별적인 발언도 이어갔다.

 

“화북다움 있는 골목 없애고 주차장화 해야 하나”

 

'화북의 정다운 골목길을 지키려는 사람들' 중 김양희씨가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양희씨

 

어릴 적 화북에서 살다 다른 지방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다시 화북으로 이주해왔다. 지금 사는 곳은 친정집이다.

 

지난 5월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수립 및 정비구역(안)’ 주민설명회를 갔더니 이건 주민설명회가 아니라 그 용역회사의 사업 설명회였다.

 

1970년대 당시에는 이 동네에 차 1대도 어려울 때다. 지금은 가구당이 아니라 식구 수만큼 차가 있는데 예산 계획대로 하면 제대로 된 소통이 도로가 되겠나.

 

화북도 남문 동사무소로 내려가는 길이 마을 진입로(중앙로)다. 서쪽으로 화북초등학교 후문, 동쪽 월마트까지는 인도가 있는데 가운데 중심도로는 인도도 없이 차도를 만들어놔 주민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갈 때 차와 사람이 엉킨다.

 

그래서 인도를 다시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그 길(차도)을 더 넓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화북다움이 있는 골목을 없애면서 주차장화를 해야 하느냐.

 

도시재생을 말하는데 제주시내 구도심 권만 이야기한다. 제주시내권 도심을 살리자고 하면서 다른 한쪽, 제주다움이 있는 화북마을은 굳이 파헤쳐 바둑판식 도로를 만드는 것이 정당한가.

 

지난 5월 주민설명회에서 내가 첫 질문으로 “여기 오거리가 있는 것을 아느냐”고 했더니 용역사에서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오거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온 것이다.

 

제주시 도시재생과에서 공사를 하겠다는데, (계획된) 길을 뽑겠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이 길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행정당국이 밀어버린 빨래터…그때 막아볼 걸 지금 후회”

 

12일 '화북의 정다운 골목길을 지키려는 사람들' 중 김미정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미정씨

 

화북에 시집온 지 28년이다. 재산권보다 화북을 지키고자 이 자리에 왔다.

 

우리(부부)는 빨래터 쪽에 집이 있는데 예전에 행정당국이 빨래터를 시멘트로 싹 밀어 버렸다.

 

옛 모습이 그대로 있어서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보수했으면 했는데, 그 때 좀 막아볼 걸 후회했다.

 

그래서 지금은 화북 동부락은 상업지구로 가더라도 중부락과 서부락은 예전 모습대로 했으면 한다.

 

우리도 차라리 (땅을) 내놓고 돈을 받아 남은 땅으로 살면 되지만, 내가 화북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등대나 (진성이나) 엄청난 가치가 있더라.

 

정작 화북 사람들이 화북의 가치를 모른다. 우리가 설문조사는 못했지만 여기에 서명하신 분들은 이런 설명을 듣고 우리가 지키고자 한다고 하니 서명을 해줬다.

 

물론 서명자 612명 중에는 화북동민이 아닌 사람도 있다. 이 점은 이해 바란다.

 

“전통자산‧문화 복원 무시하고 추진하는 사업 문제”

 

12일 '화북의 정다운 골목길을 지키려는 사람들' 중 한승훈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승훈씨

 

화북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다.

 

화북진성 복원 계획이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문제가 되는 해당 구역을 빼면 모두 도로가 직선화 및 대형화됐다.

 

여기는 옛 올레, 좁은 골목, 걷기도 즐겁고 큰 불편도 없다. 여기에 큰 도로를 뽑아도 바로 밑이 바닷가다. 도로를 뽑아도 주차장화가 될 것이다.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수립 및 정비구역(안)’에 여기는 포구에 접한 곳이라 도로를 뽑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도 옛날 집들이 남아있다. 물론 조그마한 빌라도 있지만 마을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도로가 들어오면 큰 길이 골목을 다 끊어놓게 된다. 옛 정취가 없어지는 것이다.

 

경제적인 것을 더나 옛 고향을, 옛 모습을 살리고 지켜보자는 것이다.

 

40년 전에 계획된 것을 하겠다는데, 세월이 지났다. 도시재생이 개발이 아니라 지금은 전통자산이나 문화를 복원하는 것을 관건으로 한다.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 정비계획(안) 수립 및 정비구역(안)’이 주민 협조나 공청회 및 토론회도 없이 이뤄졌다는 것도 문제다.

 

한편 이들은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등에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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