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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코미디?"…나문희X이제훈 '아이 캔 스피크'에 뒤통수 맞다
"뻔한 코미디?"…나문희X이제훈 '아이 캔 스피크'에 뒤통수 맞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9.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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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배우 나문희(왼쪽), 이제훈[사진=영화사 시선 제공]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다. 웃음과 감동, 메시지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같은 작품을.

9월 6일 서울 성동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제작 영화사 시선 ·공동제작 명필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첫 공개 됐다.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 분)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코미디라는 외피를 입었지만, 그 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와 아픔으로 점철돼 있다. 하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그리는 것에만 갇히지 않고 확실한 문제 제기와 할머니들의 용기를 더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희망적으로 완성해냈다.

김현석 감독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만그만한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영화 중후반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을 느꼈다. 우회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후일담이나 할머니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적절하게 담아냈다”고 전했다.

앞서 로맨틱코미디·멜로 장르에서 활약해온 김현석 감독은 웃음과 감동, 확실한 메시지를 더해 작품의 방향성을 확고히 했다.

김 감독은 “제가 로코나 멜로를 많이 했지만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스카우트’도 연출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할머니들을 조사할수록 두려운 마음이 들더라. 코미디로 가다가 피할 수 없는 메시지를 맞닥뜨리는데 물과 기름처럼 놀지 않도록 연출하려고 했다. 편안하게 보다가 뒤통수를 맞게 되고 우리 모두가 느끼는 얼얼함을 함께 느끼게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과 주연배우 나문희, 이제훈[사진=영화사 시선 제공]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역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터. 김 감독은 “‘귀향’은 정공법, ‘아이 캔 스피크’는 우회적”이라며 표현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위안부 문제는 알면 알수록 더 아프다. 저는 남들이 아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이번 작품을 계기로 수요 집회도 가보게 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르는 우리와 같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강조하려고 했고 일부러 피해자들의 아픔을 짧게 묘사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민원 왕 도깨비 할매 나옥분을 연기한 나문희 역시 작품에 대한 애틋함과 만족스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나문희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할머니들이 얼마나 지옥 속에 계셨을까. 머릿속에 그 아픔을 얹어놓고 사셨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 고사 지낼 때 ‘배우로서도 영화로서도 한몫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관객과 만나봐야 알겠지만, 현재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박민재를 연기한 이제훈 역시 “영화를 보고 나니 (나문희)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진다”며 “영화를 찍는 내내 행복했고 감사했다”며, 작품과 상대 배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영화는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를 통해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된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다. 김 감독은 “그때 자료를 찾아보고 영화 속에 녹여냈다”며, “비주얼적으로나 영화적으로 더 적합한 샌프란시스코 증언을 토대로 미국 청문회 장면을 만들었다. 극 중 옥분 할머니의 대사들은 실제 피해 할머니들의 말들을 엮어낸 것”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옥분 역을 맡은 배우 나문희[사진=영화사 시선 제공]


‘아이 캔 스피크’의 균형감은 실로 안정적이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코드를 앞세우면서도 메시지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제훈은 “전작 ‘박열’이나 ‘아이 캔 스피크’의 경우 개인적 즐거움, 연기적 욕망을 보여주기보다 관객이 느낄 메시지에 더 초점을 맞췄다. 배우로서 작은 매개가 돼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감사한 일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으로 따듯한 행복을 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제나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나문희지만 이번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만족감이 남다르다고. 그는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한다는 느낌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특히 이 작품을 해냈다는 것, 무사히 마쳤다는 것에 안도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4년. 진심을 전하기 위해 시작된 ‘아이 캔 스피크’는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 묵직한 이야기를 녹여내며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김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과 제훈 씨 덕에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추석에 개봉하는데 가족과 보는 의미도 있지만 영화로서의 의미도 생각해주시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고, 이제훈은 “모쪼록 많은 분이 보시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가슴 아픈 일을 겪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한편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오는 21일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19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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