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승부였다. 하지만 또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인지(23)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5번째 준우승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승부를 뒤집지 못한 통한의 17번홀(파4)이었다.
또 한 번의 아쉬운 준우승이다. 전인지(23)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시즌 5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전인지는 4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파72·647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하지만 우승까지는 조금 부족했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전인지는 이날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스테이시 루이스(미국·20언더파 268타)에 1타 차 뒤진 준우승에 그쳤다.
전인지는 이번에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왕과 최저타수상을 석권한 전인지는 LPGA 투어 2년차인 올 시즌 우승 신고를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파운더스컵, 4월 롯데 챔피언십, 5월 킹스밀 챔피언십, 6월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매달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까지 준우승만 5번째다.
3라운드까지 3위를 기록한 전인지는 이날 루이스, 모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함께 챔피언 조로 4라운드에 나섰다. 단독 선두 루이스와는 4타 차. 루이스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면 역전 우승은 쉽지 않은 스코어였다.
하지만 전인지는 최종 라운드에서 대추격전을 펼쳤다. 1번홀(파4)부터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한 뒤 4번홀(파4)과 7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전반에만 3타를 줄였다. 루이스도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여 전반까지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후반 들어 전인지의 반격이 시작됐다. 루이스가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전인지는 10번홀(파5)과 12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2타 차로 따라붙었고, 16번홀(파3)에서 롱 퍼팅을 성공해 1타 차까지 추격, 루이스를 긴장시켰다.
17번홀이 아쉬웠다. 루이스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나 위기를 맞았고, 전인지는 두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였다. 동점 혹은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전인지의 약 3m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갔고, 루이스는 위기를 침착하게 파로 막아 이변을 막았다.
전인지의 준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의 연속 대회 우승도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 7월 US여자오픈부터 지난주 캐나다 오픈까지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1996년 미국 이후 21년 만에 단일 국가 6개 대회 연속 우승 도전에 나섰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전인지를 힘겹게 따돌린 루이스의 우승도 값졌다. 루이스는 2014년 6월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이후 무려 12번의 준우승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투어 통산 12승. 루이스는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를 받았지만, 대회에 앞서 밝힌 대로 허리케인 ‘하비’의 직격탄을 맞은 휴스턴의 피해 복구를 위해 대회 상금 전액을 기부할 방침이다.
한편 루이스, 전인지와 함께 우승 경쟁을 펼쳤던 쭈타누깐은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3위에 머물렀고, 최운정(27)과 이미림(27)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