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0곳의 도시들이 모였다. 가보기 힘든 평양도 눈에 띈다. 바로 올해 처음으로 열리고 있는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풍경이다.
여기에서 주목을 끄는 건 제주건축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참여한 도시들 상당수는 대규모 건축을 풀어놓거나, 어떤 식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제를 던진다.
제주도는 다르다. 뭐라고 할까? 소박하다는 표현도 어울릴만하다. 그렇다고 ‘소박’이라는 게 다른 도시에 비해 뭔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제주도가 선보인 제주관에는 파괴 일변도의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제주도가 내건 주제는 ‘돌창고-정주와 유목사이’이다. 정주는 ‘머묾’이다. 유목은 ‘옮겨 다님’이다. 정주와 유목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정주와 유목은 역사적으로도, 민족학적으로도 다른 가치를 지닌다. 정주와 유목은 어찌 보면 충돌의 개념도 들어있다. 숱한 전쟁의 역사엔 정주와 유목은 늘 붙어 다녔다.
충돌의 개념인 정주와 유목이 왜 제주건축에 끼어들었을까. 그것도 전세계 50곳의 도시들이 모여 건축을 이야기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제주관의 주제일까.
정주와 유목은 충돌이지만 제주관의 돌창고는 충돌의 개념이 들어 있지 않다. 정주와 유목이라는 서로 다른 개념이 잘 녹아 있는 지점이 현재 제주도에 널려 있는 돌창고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돌창고-정주와 유목사이’라는 주제를 제시한 제주관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건축사회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행정 일변도의 주제 제시도 아니고, 건축인들만의 생각만으로 건축을 풀어낸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현 시점에서의 제주 이야기를 잘 풀어갈까라는 고민이 제주관에 담겼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9월 2일 개막을 시작으로, 11월 5일까지 열린다. 2일 개막식 자리엔 제주도와 제주도건축사회 관계자들이 얼굴을 비쳤다. 제주관에서 만난 제주도청 임한준 디자인건축지적과장은 제주에서 가져온 주제의 중요성을 다음처럼 설명했다.
“제주의 원형은 돌입니다. 이주민들이 들어오면서 제주의 원형에 변신을 주고 있어요. 돌창고는 그런 면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어요. 서울시와는 건축을 통해 줄기차게 교류를 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이번 건축비엔날레에 참여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죠. 제주는 다른 도시와 달리 인구도 늘고 상업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런 제주현상을 잘 표현해내고 있는 게 바로 돌창고였죠.”
돌창고는 버려지고 있었다. 정주해 살던 제주사람들에겐 그냥 버려지는 창고였다. 그러다 이주해오는 유목민들이 새로운 생명을 집어넣었다. 정주와 유목이라는 서로 다른 개념을 이해시기키 위해 제주관에는 서로 다른 사진도 포함시켰다. 정주 개념은 강정효 사진가의 작품으로, 유목의 개념엔 변신하는 돌창고의 모습을 노경 사진가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주관을 만들기 위해 지난 5월 TF팀도 꾸렸다. 행정과 제주도건축사회 등이 참여를 했다. TF팀의 총괄코디네이터는 시유재 대표로 있는 고성천 건축가가 맡았다. 제주도건축사회 강영준 회장은 행정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제주에서 국제건축포럼을 열면서 행정과의 협업의 중요성을 알았죠. 이번 서울건축비엔날레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은 제주 생성의 이야기입니다. 돌을 주제로 제주관을 풀어가는데 행정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됐어요.”
올해 처음으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무엇보다 제주관은 제주현상을 잘 풀어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변신을 꾀하는 건축. 바로 그런 건축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이 제주도라는 점을 제주관은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과 전문가의 협업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우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은 이들은 본질은 못 보고 현상 만을 가지고 얘기합니다.
본질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상처와 실망이 될수도 있습니다.
돌창고 전시는 본질을 잘 파악 하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