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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의 문장, 스크린으로 불러내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의 문장, 스크린으로 불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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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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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원작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김남길(왼쪽부터), 설경구, 김설현, 원신연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시사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김영하 작가의 문장들이 영상화(映像化)됐다. 집요한 문장들과 묵직한 연기력, 클래식한 연출력이 한데 뭉쳐 또 하나의 작품을 이뤄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이야기다.

8월 24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첫 공개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제작 ㈜쇼박스 ㈜W픽처스·배급 ㈜쇼박스)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 분)가 새로운 살인범 태주(김남길 분)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40분 만에 소설을 완독하고 곧바로 영화화를 결심했다는 원신연 감독은 김 작가의 문장을 영상화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원 감독은 “문장과 독백에 많은 변화를 줄 수도 있었지만 영화화를 결심한 이유는 소설과 가까우면서 소설과 멀리 있기 때문”이라며 “소설의 원형이 잘 반영이 돼 있다. 무리 없게끔 반영시키려 노력했고 소설을 다시 한번 복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이 병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영화 역시 마찬가지. 극 중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나 일기 등은 소설 그대로를 반영하고 있다.

원 감독은 “판타지적인 요소 등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느껴져야 할 때가 있었다. 소설과 영화의 다른 부분인데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직접적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잿빛의 이미지를 띄는데 이는 클래식함을 베이스로 깔았기 때문이다. 인물을 살리기 위한 조명 등은 사용하지 않아서 더욱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유려하지 않지만, 심금을 울리는 묵직한 힘을 사용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원작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원 감독은 “소설은 소설, 영화는 영화”라고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원작 소설과 궤를 달리하고 새로운 작품으로서 숨 쉬는 것.
 

원 감독은 “소설을 읽으면서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주인공인 김병수를 응원하기가 쉽지 않더라. 그러면서도 작품 자체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이고 매력이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 또는 시점에 따라 감상에 빠지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연쇄살인범인 캐릭터임에도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원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병수라는 캐릭터 즉 설경구였다. 그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캐릭터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경험할 수 없었고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만의 상상력으로 인물을 꾸려나갔다. 특히 감독님에게 상의를 많이 했고 시작부터 끝까지 숙제였던 작품”이라고 어려운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설경구의 고민과 고뇌가 녹아든 작품인 만큼 ‘살인자의 기억법’은 집요하고 끈질긴 설경구 특유의 연기력을 십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설경구는 아직도 본인의 연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는 “영화를 오늘 처음 봤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보다는 제 연기만 체크했다. 신이 넘어가도 계속 아쉬운 점만 남았다. ‘잘 표현해볼걸’이라는 생각이 남더라. 끝나고 나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되는데 아쉽다”며 아쉬워했다.

병수의 살인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태주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원 감독은 “원작에서 태주는 본질이 없었다. 병수를 받쳐주는 인물이었지만 영화에서는 하나의 축을 담당해야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로서 창조했다. 머릿속으로 구성하면서 이 자체가 김병수일수도 혹은 과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교하게 가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원작과는 궤를 달리하는 부분인 만큼 김남길 역시 많은 부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 국한되지 않고 교집합이었으면 좋겠다는 (원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 제게 히스레저 포스터를 선물하며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는 조커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이 작품을 유작으로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눙쳤다.

김남길은 “큰 틀만 정해져 있고 많은 것들을 첨가한 역할이었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캐릭터라 고민도 많았고 감정선도 부딪쳤다. 감독님의 연출 하에 같이 만들어 가면 되는데 외적인 것들도 고민이 많이 됐다. 살을 빼서 날카롭게 가려고 했는데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이 벌크업을 해서 또 다른 서늘함을 표현하라고 하더라. 설경구 선배와는 반대로 살을 찌웠다”고 전했다.

병수가 기억해야 할 유일한 존재인 딸 은희 역에는 걸그룹 AOA 출신 설현이 출연한다. 그는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을 지우고 담백한 배우로서의 얼굴을 드러내고자 했다.

설현은 “육체적으로는 고생하지 않았지만 감정 표현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꼈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은희의 심리가 혼란스러워지는데 저도 따라서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이 컸다. 때마다 감독님께 여쭤보면 정말 정확하게 말씀해주셔서 많이 의지했고 영화에도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전했다.

탄탄한 원작 소설을 베이스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이 소설을 넘어 영화로도 사랑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9월 개봉 예정이며 러닝타임은 118일이고 상영등급은 15세 이상이다.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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