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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작동방식에 문제 있다는 공감 이끌어낼 수 있기를”
“언론 작동방식에 문제 있다는 공감 이끌어낼 수 있기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8.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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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최승호 감독 인터뷰 … “복귀하면 PD수첩부터 바로세우고 싶어”
최승호 감독(가운데)과 MBC 김민식 PD(오른쪽)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공범자들>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진행됐다. ⓒ 미디어제주

 

“언론의 작동방식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바꿔야 한다는 공감 얻어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방송 장악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을 제주MBC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011년 PD수첩 ‘공정사회와 낙하산’ 프로그램을 내보낸 직후 MBC에서 쫓겨난 게 마지막 스튜디오 출연이었던 그는 28일 오후 제주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6년 반만에 친정 나들이였던 셈이다.

 

그는 “대구MBC에서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은 있는데 스튜디오 직접 출연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범자들’을 제작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촛불 민심으로 박근혜가 탄핵되는 걸 보면서 대통령선거를 통해 세상이 바뀌면 KBS와 MBC만 적폐의 왕국으로 남아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공영방송을 되찾으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선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언론인들이 싸워왔는지, 그리고 이걸 다시 되살려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니까 영화에 담긴 내용들은 가감없이 다 사실이다. 주요 출연자인 MBC 전현직 경영진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영화에 담긴 내용을 관객들에게 보여줘도 된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일반 시민들은 언론 기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잘 모르고, 하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방해가 이뤄지고 기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냥 기사를 소비할 뿐”이라면서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권력자들이 시민들의 생각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분명하게 볼 수 있다”고 ‘공범자들’을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이명박 전 대통령 인터뷰를 하게 된 과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MB와 저는 캐미가 맞는 거 같다. 4년 전 임기를 마치던 날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났을 때 질문을 던진 이유도 PD수첩에서 ‘수심 6미터의 비밀’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미운 털이 박혀 해고됐는데 막상 가보니까 경호가 허술하더라”면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에도 일주일 정도 잠복해야 될 거라 생각하고 탐색하러 갔는데 경호 차량과 함께 온 에쿠스 차량에서 내리더라”면서 “그래서 몇 시간 기다린 끝에 만날 수 있었다”고 MB와의 인터뷰를 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아직도 진행중인 해고 무효 소송에 대해서도 그는 “MBC에서 해고된 3명이 해고 무효, 손해배상, 검찰이 기소한 업무방해 등 2심까지 6번의 재판에서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공정방송을 지켜내기 위한 파업이 합법이라고 법원에서 인정을 해준 것”이라면서 “대법원에서 이 판례가 정립된다면 모든 언론사 노동자들에게 해당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해직 언론인으로서 복직이 이뤄진다면 자신이 마지막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맡았던 PD수첩부터 바로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영화 <공범자들>의 최승호 감독이 28일 오후 제주MBC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이날 저녁 8시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영화 상영 후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는 최근 MBC 사옥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출근정지 처분을 받은 김민식 PD가 자리를 함께 했다.

 

김 PD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후에 한겨레, 경항, 오마이뉴스 보도 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더라”면서 “이른바 ‘한경오 사태’를 보면서 겁이 났던 게 ‘왜 한겨레나 경향 가지고 그러지? 아 MBC는 안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진짜 무서웠다. 김장겸 사장이 가장 바라는 게 MBC를 자신들을 비롯한 극우 보수적인 사람들의 전유물로 만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이 구호를 외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최 감독도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 자백 때보다도 훨씬 제주도민들의 열기가 더 뜨거운 것 같다. 탄압을 받는 데 대한 저항의 긴 역사를 갖고 있어서 훨씬 뜨거운 응원의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고 제주 관객들의 호응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KBS제주 기자협회를 비롯한 전국기자협회와 전국촬영기자협회는 29일 자정을 기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했고, 파업 찬반투표중인 MBC도 파업 찬성이 결의되면 9월 4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면전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한 관객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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