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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구급차로, 교사에서 하트세이버로
교단에서 구급차로, 교사에서 하트세이버로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8.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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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승언 제주동부소방서 현장대응과 의무소방대 수방
김승언 제주동부소방서 현장대응과 의무소방대 수방

“쇼크하겠습니다, 떨어지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의 짧은 경련과 함께 심전도 그래프가 점차 모양을 갖춘다.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차오르는 기대와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가슴압박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3년간의 교직생활을 잠시 멈추고 제주소방 의무소방원으로 복무를 한지 1년 반이 되었다. 내 일터는 학교에서 소방서로, 교단에서 구급차로 바뀌었다. 손톱 밑에 분필가루가 끼던 손은 이젠 소방호스를 나르고, 들것을 들고, 심정지환자의 가슴을 누르고 있다.

 

지난 8월 22일 나는 ‘하트세이버’로 인증을 받았다. ‘하트세이버’란 생명을 살린 사람이란 뜻으로, 제주소방안전본부에서는 심폐소생술로 심정지 환자를 구한 시민을 심의과정을 거쳐 ‘하트세이버’로 인정하고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소방서장님께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수여 받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현장에서 쇼크버튼을 누를 때의 진득한 긴장감과 엄숙함, 가던 길을 멈추고 한마음으로 구급대원을 돕고 응원하던 시민들, 환자가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식에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던 순간들이 어우러져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삶에 두고두고 기억될 큰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 해도, 학교 현장에 돌아가 어떤 응급 상황이 일어나도, 자신 있게 대처 할 자신감이 생겼다. 사랑하는 가족과 제자를 언제든지 지켜주겠다 말 할 근거가 생겼다. 술자리의 내 친구들이 평생 귀에 박히게 들을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제주에서는 한 해 약 600명 이상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 제주지역 심정지환자 소생률은 9.1%로 전국 최상위권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심정지 환자에게 최초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소생률이 75% 이상이 된다. 그러나 골드타임인 4분이 지나가면 뇌손상이 시작되며환자 소생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수 많은 생명이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깝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초 목격자의 빠른 신고와 용기 있는 대처 없이 골든타임은 허무하게 지나가 버린다. 기초적인 심폐소생술 교육만으로 누구든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소화기 사용법, 소화전 사용법, 심폐소생술 교육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소소심 교육’은 가까운 소방서나 119안전센터, 제주 소방 교육대에서 언제든지 수강 할 수 있다.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꺼져갈 때, ‘하트세이버’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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