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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수 증원도, 선거구 조정도 못하면서 무슨 특별자치도?
도의원 수 증원도, 선거구 조정도 못하면서 무슨 특별자치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8.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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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선거구획정위 위원 총사퇴가 제주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
지난달 원희룡 지사와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강창일‧오영훈 국회의원이 도의회 의장실에서 가진 3자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할 제주도의회 의원 선거구 조정 문제를 대하는 제주 지역 정치 주체들의 모습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난 2월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를 늘리도록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도에 제출했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국 획정위 위원 전원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거구획정위 위원들은 “제주도와 도의회, 지역 국회의원들이 도민들과 획정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한다고 해놓고 여론조사 결과로 나온 비례대표 축소 결론에 대해서도 특별법 개정안 발의를 포기, 결과적으로 획정위에 무거운 짐을 던져놓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 이상 자신들이 선거구 획정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위원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는 것이다.

 

애초 선거구획정위 역할이 선거구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법정기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모습이다.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은 다른 정치 주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지역 국회의원들을 보자. 의원 수를 늘려달라는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이 제출된 시점이 지난 2월이었다. 하지만 법안 발의 역할을 해줘야 할 지역 국회의원들은 5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른바 ‘3자 회동’을 제안했다.

 

회동 결과에 따라 획정위 권고안을 무시한 채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 비례대표 축소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도민사회 반발과 동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법안 발의를 포기해버리고 만다.

 

도의회도 마찬가지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특별법 개정 권고안과 비례대표 축소 개정안 발의까지 모두 무산돼 현재 29개 선거구 내에서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도의 입장이 나오자 신관홍 의장이 “쉽지 않을 거다”라며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여기에다 원희룡 지사는 획정위 권고안을 갖고 의원입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3자 회동 후 비례대표 축소를 골자로 한 특별법 개정마저 모두 무산되자 정부입법으로 특별법을 개정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선거구획정위로 선거구 조정 책임을 다시 떠안기고 말았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 문제 때문에 불거진 선거구 조정 현안이 결국 돌고 돌아 선거구획정위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획정위 위원들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원 총사퇴’ 카드를 던진 획정위 위원들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바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겠다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스스로 실천해 보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도, 기존 29개 선거구 내에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것도 스스로 못하는 수준의 자치 역량이라면 ‘제주특별자치도’라는 간판부터 내려야 하는 것 아닐까?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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