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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ㅇ!’와 ‘춤·i·a~!’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나오세요
‘하ㅇ!’와 ‘춤·i·a~!’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나오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8.24 14:15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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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문화예술계에 깔린 한글 장난치기를 바라보며

‘하ㅇ!’와 ‘춤·i·a~!’. 이게 무슨 말인 것 같나요. 있는 그대로 읽어보죠. ‘하ㅇ!’는 ‘하이응!’으로 읽힙니다. ‘춤·i·a~!’는 ‘춤·아이·에이~!’로 읽힙니다. 맞춤법의 원리상 그렇게 읽어야 합니다. 이렇게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알 수가 없죠. 왜 모르느냐. 문자는 소통을 하기 위한 약속의 도구라는 사실을 ‘하ㅇ!’와 ‘춤·i·a~!’는 잊은 겁니다.

 

인간은 말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다 좀 더 정확한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 문자를 발명합니다. 세종대왕 때 한글을 만든 이유 역시 그렇습니다. 훈민정음은 백성들이 쉽게 자신이 원하는 걸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것도 마구잡이로 쓰도록 돼 있지 않습니다. 사용법이 나와 있습니다. 그건 약속이거든요.

 

‘하ㅇ!’와 ‘춤·i·a~!’. 이건 대체 뭔가요. 느낌표는 아무렇게나 붙여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하ㅇ!’를 보세요. 모음 이응(ㅇ)은 자음을 만나야 제소리를 만들 수 있는데 달랑 모음 하나만 붙인 이유는 뭘까요. ‘춤·i·a~!’도 그래요. 춤과 알파벳 아이(i)와 에이(a)를 어떻게 연관을 시키겠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군요.

 

제주도립미술관 보도자료. ⓒ미디어제주
제주문화예술재단 보도자료. ⓒ미디어제주

 

요즘 만들어지는 단어가 숱합니다. 국적불명의 단어가 판을 칩니다. 글로벌 시대인지는 모르지만 듣도 보도 못한 용어들이 지면을 장식합니다. 이처럼 자기들만 아는 언어로 만든 보도자료가 수없이 쏟아집니다. 기자들에게 보도를 해달라며 내놓는 자료들은 자기들만의 언어이거나 새롭게 창작된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보도자료에서 쉬운 언어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왜 보도자료를 어렵게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딱 두가지죠. 하나는 자기들이 잘 났다는 오해에서 비롯됐고, 또다른 하나는 자신들이 쓰는 용어를 풀어쓸 자신이 없어서 그들만의 용어를 내놓는 겁니다.

 

‘하ㅇ!’와 ‘춤·i·a~!’. 창작된 이들 단어는 보도자료에 등장합니다. ‘하ㅇ!’는 제주도립미술관 보도자료에, ‘춤·i·a~!’는 제주문화예술재단 것입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어서 보도자료도 예술인답게 쓴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창작물은 언어유희를 넘어선 장난입니다. 한글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요.

 

‘하ㅇ!’는 제주도립미술관이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제주비엔날레 2017’에 포함돼 있어요. 고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인 ‘하ㅇ!스쿨’입니다. ‘고교생스쿨’이나 ‘고교생교실’이라고 쓰든지 굳이 영어를 써야 위세를 잡고, 어깨를 으쓱일 것 같으면 ‘하이스쿨’이라고 하면 되죠. 왜 ‘하ㅇ!’라는 국적 불명의 단어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춤·i·a~!’는 뭔지 아세요? 예술공간 이아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군요. 제주시 원도심에 생긴 창작예술공간 이름이 ‘예술공간 이아’입니다. ‘춤·i·a~!’에 등장하는 아이(i)와 에이(a)는 예술공간 이아를 영문으로 표기할 때 ‘이아(IA)’라는 겁니다. 그러면 ‘춤·i·a~!’가 ‘춤·이·아~!’로 읽힌다는 거죠.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문화예술재단은 공공성격의 기관입니다. 미술관은 직접 도민들을 대하는 위치에 있고, 재단은 문화관련 사업들을 펼치는 곳입니다.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그럼에도 왜 그들은 장난치듯 문자를 만들어낼까요. 만해의 시 제목을 빌리죠. “알 수 없어요.”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부 계층이어서는 안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흡할 때라야 문화와 예술은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문화예술은 극소수만을 위한,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문화예술은 어려워서도 안됩니다. 이해할 수 없어서도 안됩니다. 왜 제주도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지 못하느냐. 거기엔 이런 공공기관의 제 잘난 위세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발 쉽게 다가가는 문화예술 활동을 하길 바랍니다. 쉬운 단어를 쓰는 건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가장 수준이 높은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를 해주시고요. 한마디만 더 할게요. 꼴값을 떨지 마세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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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갑하네여 2017-08-26 08:08:30
기자의 지적이 아주 맞네요~~
글은 모두가 알수 있게 표현돼야.

자신들만의 아는 표현으로 하는 게 예술이고 권위라면다른 곳에서 하던지, 이건 아니죠.
댓글다시는 분들은 예술단체 관계자 아니면 알바생들로 보여요.

자중하시죠~~
모든 것의 가치는 대중적일 때 비로소 값을 찾는 거라 봐요.
편하고 알기 쉽게 표현하는 예술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데 모두가 노력함이 좋지 않을까요.

게메양 2017-08-25 09:37:39
마지막 꼴값 얘기는 안하는게 나을뻔했네요
다수가 보는데 기분이 영

도민2 2017-08-25 09:20:52
제주에서 몇 안되는 기자님의 심층적인 글 잘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적해야할 부분이며 원칙입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공감.소통을 위해서라고 둘러 댈래도 정도껏이라야 말이돼죠

받아드리는 자세가중요 2017-08-25 08:56:13
모든 지적은 우선적으로 받아드리고 개선할 사항을 찾아본 다음
어떤 사항을 요구하는 게 도리인데
댓글 다시는 분들의 자세를 보면 기사를 폄하부터 하는 모양은
문제가 있어요 ~~
기사거리가 없어서 기사쓰는 기자는 없다고 봅니다^^

스무살 2017-08-24 22:40:30
참신하고 잘 읽히는데 꼰대들 트집은.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훈민정음으로 기사쓰지 왜? 쉬워야 한다면서 정작 자기 기사에 미디어 窓 한자 뭐임? 위세임? 하여튼 어른들 꼴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