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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 김희선이 '세대 불문' 대중을 사로잡는 비법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이 '세대 불문' 대중을 사로잡는 비법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8.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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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우아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희선[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가감(加減) 없는 배우다. 자신을 꾸미거나 포장하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배우 김희선(41)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신변 변화에도 불구 여전히 자신만의 확고한 롤을 쥐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JTBC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연출 김윤철) 역시 마찬가지. 욕망의 군상 속 두 여인의 엇갈린 삶을 그린 작품 속에서 강남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 역을 맡은 김희선은 사이다(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뜻의 유행어)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었다.

이는 그간 솔직하고 유쾌한 매력을 뽐내온 김희선과도 닿아있는 지점. 다른 듯 닮은 우아진과 김희선은 세대 불문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종영을 맞아 아주경제와 만난 김희선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지나 예능프로그램까지 사로잡은 김희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제2의 전성기요? 저야 좋죠!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이렇게 (우)아진이에게 묻어가려고요. 하하하. 오랜만에 칭찬도 받고 기분도 좋아요.”

스스로를 ‘공중파 세대’라 부르는 김희선은 종합편성채널 및 사전 제작 시스템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고백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성공하긴 했지만, 우리 드라마는 흔한 멜로도 유시진도 없잖아요. 하하하. 거기에 (김)선아 언니나 저나 더 대중에게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도 없을 것 같고…. 무기가 될 만한 게 없더라고요. ‘이렇게 사전 제작에 안 좋은 예가 또 하나 늘겠구나’ 했었죠.”

김희선의 걱정은 ‘품위있는 그녀’ 첫 방송 이후로도 계속됐다.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JTBC 드라마에 힘을 실어준 백미경 작가와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로맨틱 코미디 신드롬을 일으킨 김윤철 PD, 믿고 보는 배우 김선아와 김희선이 뭉쳤는데도 시청률은 한 자릿수. 그것도 2%로 시작을 알렸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저는 2%의 시청률은 처음 봤어요. 애국가를 틀어놔도 4%는 넘던데! 저건 어디서 나온 숫자지? 정말 의아했죠. 그래도 저는 늘 11%씩은 유지했었거든요. 종편 시청률에 적응을 못 하겠더라고요. (백)미경 언니도 ‘괜찮아, 이제 오를 거야’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축 처졌더라고요. 다들 시청률 때문에 속상해했죠.”

과거 공중파 시절에 비하자면 터무니없는 시청률이었다. 사전제작 드라마기 때문에 더 수정할 수도 없는 상황. 김희선은 백미경 작가와 김윤철 PD를 믿기로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재벌가의 민낯과 불륜, 폭력과 살인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이용해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탄탄한 줄거리와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으로 혹평을 호평으로 뒤집었다.

“시청률이 쭉쭉 올라 두 자릿수까지 찍었어요. 감개무량하더라고요. 사전제작 시스템이며 종편 드라마, 캐릭터까지 걱정이 너무 많았거든요.”
 

완벽한 재벌가 며느리. 누구나 탐낼 만한 우아진 캐릭터였지만 김희선은 아진보다 박복자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고.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4부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아진이가 하는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하하하. 대본을 읽으면서 박복자 역이 어찌나 탐나던지. 미경 언니에게 ‘언니, 나 복자할래!’하고 떼를 쓰기도 했어요. 언니는 ‘아진이는 너를 염두에 두고 쓴 거야’라면서 ‘큰 그림이 있으니까 그냥 너 아진이 해!’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언니를 믿기도 했죠.”

백미경 작가가 그린 빅 피처(Big Picture)는 드라마 중·후반에 이를수록 더욱 그 형태를 확고히 했다. 그는 각 인물과 관계를 촘촘하게 그려냈고 기존 드라마들과 궤를 달리하며 매력적인 인물과 관계들을 표현했다.

“저도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요즘 성공한 드라마들을 보면 모든 캐릭터와 배우가 살아 있잖아요? 아진이가 살아야 복자도 살고, 강남 사모들도 살아나더라고요. 튀거나 돋보여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아요.”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온 우아진에게 파동을 일으킨 것은 남편 안재석(정상훈 분)이었다. 그는 아내의 눈을 피해 딸의 미술 선생님(이태임 분)과 불륜을 저지르고 우아진과 이혼할 수 없다는 등 뻔뻔한 태도로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우아진으로선 안재석을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은데…. 정상훈 씨는 저와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 중 최고였어요. 상대를 편안하게 배려해주고 호흡도 찰떡같았죠.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더라고요. 그런 연기를 정상훈 씨가 아니라면 누가 했겠어요?”

안락한 삶을 영위하던 우아진이 산전수전까지 겪게 되는 과정을 보며 ‘만약 김희선이 미혼이었다면 이런 연기가 가능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에 김희선에게 결혼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고 묻자 그는 우아진과 자신을 비교하며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아진이와 저는 닮은 점이 너무 많아요. 덕분에 몰입이 쉬웠죠. 아주 단순한 예로는 아진이와 저는 둘째 며느리고,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아이의) 나이도 비슷하죠. 그런 설정들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진이의 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성격까지는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어쩜 이렇게 대범한지. 하하하. 재석과 성희를 불러 삼자대면을 하거나 현명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에 감탄했어요. 가끔 대본을 보면서 ‘나도 남편과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진이처럼 해결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을 정도였다니까요?”

데뷔 24년 차. 통통 튀는 매력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던 그는 어느덧 중견 배우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결혼이 연기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김희선은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마음으로는 ‘변화가 두렵지 않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할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색다른 작품을 보면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선택에 있어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결혼 후 들어오는 시나리오나 역할에 변화가 생겨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엄마 역할이지만 아가씨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아이가 이제 엄마의 인기를 알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딸의 친구들이 절 알아보기도 하고요. 특히 아이들은 예능프로그램을 주로 보는 것 같더라고요. 강호동 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죠. 하하하. 드라마도 예능도 좋은 성과를 얻어 뿌듯해요.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아이가 좋아해 주니까. ‘아, 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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