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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규모의 도시재생을 20년간 진행”
“유럽 최대 규모의 도시재생을 20년간 진행”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8.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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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배우다] <5> 파리와는 전혀 다른 마르세유
김태성 대표 “건축가의 힘을 믿는 프랑스가 너무 부러워”

누구나 프랑스를 매혹적으로 여긴다. 특히 파리를 바라보는 관점은 더더욱 그렇다. 왜냐고 묻는다면 파리에는 문화와 예술이 넘치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와 예술이라,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니다.

 

파리는 그냥 도시라고 부르기는 아깝다. 16세기 주요인물인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 5세가 꺼낸 말을 다시 되새겨본다. “파리는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세계다.”

 

카를 5세는 파리를 두고 왜 세계라고 했을까. 카를 5세의 이 표현은 프랑스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지 못한 안타까움이 들어 있다. 파리만 가지면 서유럽 전체는 그의 손아귀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를 5세에겐 파리가 곧 세계였다.

 

# 도시는 제각각 다른 얼굴 지녀

 

카를 5세만 그런 욕망을 가졌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파리를 가보지 않은 이들도 파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파리를 보면 마치 세계를 모두 본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듯 하나의 도시가 가지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파리와 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같을 이유도 없다. 도시는 제각각 얼굴을 하고 있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다른 얼굴을 한다. 파리의 얼굴이 서울일 수 없고, 서울의 얼굴이 제주일 수 없는 이유와도 같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에서 바라본 마르세유 시내 모습. ©김형훈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이다. 그 도시가 가진 배경을 이해한 뒤에 도시재생이 진행돼야 한다. 프랑스 파리의 도시재생이 잘 되었다고 그걸 따라할 이유는 없다. ‘프랑스에서 배우다’는 기획을 통해 4차례 들여다본 파리는 분명 보고 배워야 할 도시재생을 가진 곳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파리가 맞는 답은 아니다. 이젠 파리를 떠나 다른 곳을 둘러보자. 파리를 프랑스 제1 도시라고 부른다면, ‘제2’의 타이틀은 어디에 둘까. 논란은 있지만 인구수로 따진다면 단연 마르세유다.

 

# 부정적 이미지 가득했던 도시

 

마르세유는 독특한 도시이다. 역사로만 따지면 파리보다 더 오래됐다. 파리와는 느낌도 사뭇 다르다. 파리가 잘 정돈된 여성 이미지라면, 마르세유는 다소 어지러운 남성의 느낌이 풍긴다. 격정적인 느낌도 있고, 이 도시를 걷다가 누군가에게 당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는 풍경을 지녔다. 마르세유 사람들의 삶은 파리지엥과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리를 걷고 보면 안다.

 

마르세유 역사를 논하면 기획이 길어진다. 여기서는 마르세유 도시재생의 시작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파리와 관련된 인물을 꼽으라면 대게는 예술가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마르세유는 어떨까.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을 빼면 안된다.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지단은 축구로 세계를 제패했다. 예술로 세계를 제패한 파리와는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요트로 가득찬 마르세유 뷰포트. ©김형훈

 

마르세유는 프랑스 2대 도시라고 부르지만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도시였다. 코르시카 마피아, 이탈리아 마피아 등 국제적 범죄자들이 활개를 치는 ‘범죄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그것이다. 마르세유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활동하는 무역항이라는 특성과 맞물리면서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산업이 쇠퇴를 하면서 마르세유도 덩달아 쇠락의 길을 걷는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가 섞인 마르세유의 앞길을 막아선 건 경제였다.

 

# 1997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유로메디테라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마르세유만큼 도시재생의 매력을 지닌 곳도 없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곳,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교류를 하고 있는 곳. 이런 복합적인 이미지를 도시재생에 녹여낼 수 있는 도시는 흔치 않다. 그래서 시작된 게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도시재생인 ‘유로메디테라네’다.

 

마르세유의 도시재생은 파리와 비교하면 매우 늦은 편이다. 프랑스의 도시재생은 아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파리의 예를 들라면 19세기 오스만 남작의 파리 개조가 있다. 21세기에 마주하는 파리의 도심은 이 때 만들어졌다. 이후 파리에는 작은 단위의 도시재생이 진행됐고, 현 도심을 보존하기 위해 ‘라데팡스’라는 신도시를 만든 파리였다.

 

마르세유는 다르다. 오스만의 도시재생과 비교하면 100년의 격차가 있다. ‘유로메디테라네’는 마르세유 도심을 거대한 도시재생의 덩어리로 간주했다. 20세기 후반 진행된 파리의 도시재생이 도심에서 산발적으로 흩어져 진행된 것과 다름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마르세유의 도시재생은 19세기 때 오스만의 파리 개조와 닮았다면 닮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개조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마르세유 도시재생을 의미하는 ‘유로메디테라네’라는 단어엔 지중해에 접한 유럽의 도시라는 느낌을 준다. 마르세유는 거대규모로 진행된 유로메디테라네의 체계적 진행을 위해 관련된 개발공사를 따로 설립해서 진행됐다. 여기엔 프랑스 당국과 마르세유가 속해 있는 지방정부, 마르세유 시당국, 마르세유와 인접한 공동체가 모두 엮여 진행됐다는 특징이 있다.

 

마르세유의 유로메디테라네는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진행형이다. 2007년부터는 ‘유로메디테라네 2’라는 이름으로 오는 2020년까지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게 된다. 그 와중에 마르세유는 ‘유럽문화도시’ 타이틀을 따내며 마르세유의 가치를 입증시켰다.

 

# 도시재생은 행정이 아닌 건축가를 마스터로 내세워야

 

마르세유는 지금도 바뀌고 있다. 건축가가 바라본 마르세유는 어떤 모습일까. 김태성 티에스에이건축사사무소 대표로부터 마르세유의 느낌을 들어봤다.

 

건축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태성 티에스에이건축사사무소 대표. ©김형훈

 

“파리는 쉬운 길을 택했어요. 도심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의 도시재생을 택했죠. 그러다 보니 라데팡스라는 신도시를 건설했다고 봐요. 마르세유는 상황은 다르지만 어쩌면 제주도의 도지재생은 마르세유를 참고해야 할 것 아닌가요.”

 

김태성 대표의 말을 빌리면 오스만에 의해 진행된 파리 개조는 19세기 관점으로 본다면 도심 파괴였을 수도 있다. 지금은 그걸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에 파리의 도시재생이 다른 곳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마르세유는 대대적인 도시재생이 진행중이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가 배워야 할 곳을 파리가 아닌, 마르세유로 꼽은 듯하다.

 

“마르세유는 과거와 자연 사이에 거대한 현대 건축물을 집어넣고 있어요. 건축인임에도 믿기지 않는 게 많아요. 도심 한 가운데에 동양인 건축가 구마 겐코의 작품이 있는 등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능력이 우수합니다.”

 

마르세유 시내에 있는 일본인 건축가 구마 겐코의 작품인 'FRAC'. ©김형훈

 

그렇다. 도시재생에 없어서는 안되는 게 건축이다. 왠지 모르게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에서 건축가는 소외된 느낌이다.

 

“마르세유는 건축의 힘을 믿는 것 같아요. 도시재생은 행정 위주여서는 안됩니다. 프랑스는 건축가의 힘을 믿는 게 너무 부러워요. 건축가를 마스터로 내세워 진두지휘하잖아요.”

 

도시재생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를 바꾸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건축물 하나보다는 도심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는 건축가의 존재에 대한 이유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태성 대표의 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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