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 신화화, 제주 본풀이 체계 부정하는 일”
“설문대할망 신화화, 제주 본풀이 체계 부정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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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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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 <14> 결어(結語)

구전으로 전해져온 ‘설문대할망’을 제주 창조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제주지역 학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이처럼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어가는 데 대해 관련 전공자인 장성철씨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취지의 반론적 성격의 글이다. 실제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현승환 교수도 지난 2012년 ‘설문대할망 설화 재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재 기고를 통해 설문대할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요즘 제주특별자치도청(이하에서는 ‘도청’이라 함)이 산하 제주돌문화공원에다 세금 930억 원을 들여 ‘설문대할망 신화관’을 건립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건립 사업은 개방적이 아니라 극히 폐쇄적이다. 주민(토박이들) 견해 따위는 아랑곳없고 극소수 공무원 · 대학교수 등의 사견(또는 편견) · (논리 비약 · 오류 · 무지 등속에 따른) 조작 등에 의해 막무가내로 진척되고 있으니까.

 

한편, 이 사업은 ‘사회 정의에 반하는 것’(허상 날조, 역사 왜곡, 종교적 갈등 야기, 공동체 분열 조장 등)인 동시에 탐라 토박이들의 주체성 · 정체성 · 자존심 등을 여지없이 짓밟는 것이다.

 

16. 필자는 2013년 1월 3일부터 지금까지 ‘질의서’(도청 민원실 접수)와 ‘도청 문화정책과’(직접 방문)를 통해 도지사에게 몇몇 사항(학술토론회, 법적 책임 등)을 건의(또는 질의)해 왔다.

 

16.1. 학술토론회 : 2013년 2월 1일 필자는 고병구(제주돌문화공원사업소 주무관)에게 설문대할망 설화는 신화가 아니라 전설이니 딱 한 번만 토론해 보자며 ‘공개적인 학술토론회’ 개최를 건의했다. 이에, 그 주무관은 토론회 개최 여부는 허남춘(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위 사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자들 중 좌장 격인 자)의 의사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고, 그리고 허남춘은 필자를 향해 “그 문젠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그리고 비전문가와 학술토론회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라 단언했다. 한번은 문화정책과 사무실에다 대고 학술토론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자 과장(정미숙)이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아주 근엄한 어조로 첨언했다. 그 사람들[‘허남춘 등’ 곧 ‘설문대할망 설화를 신화라 주장하는 자들’(이하: ‘신화론자들’)] 견해가 정설(定說)이라고.

 

16.2. 법적 책임 : 필자가 물었다. “설문대할망 설화가 전설로 판명될 경우에 발생할 제반사의 책임은 누가 집니까? 도지삽니까?”라고. 하지만 응답자는 없었다. 그 과장도 침묵했다. 그런데 최근에 사태의 불리(不利)함을 직감했는지 한 과장이 응답했다. 설문대할망 설화를 신화라고 한 것은 대학교수들이니, 그 책임도 그들이 져야 한다고. 그럼, 도청은 책임이 없다는 말일까?

 

17, 필자의 어머니(현재 92세)는 일제(日帝) 치하에서 소학교를 다니며 일본인 교장에게서 일본 신화(아마데라스 오오미까미, 다이다라봇치 등)를 배웠다. 그런데 어머니는 가끔 필자에게 그것들을 마치 자국(自國)의 것인 양 스스럼없이 늘어놓곤 했다. 물론 어머니의 그런 의식은 청산해야 할 일제 잔재다. 그럼, 설문대할망 신화론자들 주장도 혹여 청산해야 할 일제 잔재가 아닐까? 그 주장을 맨 처음(1950년대)에 한 자들은 일제 치하에서 학교를 다니며 일본인들로부터 일본 신화를 배운 자들일 테니까. 참, 일제 성노예 만행을 두고 일본 주장을 따라 공창(公娼) 운운하며 친일적 망언을 늘어놓는 얼빠진 한국인들이 있다. 이는 일제 잔재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에 따른 지당한 대가다. 여하튼, 민중의 주체성 · 정체성 · 자존심 등을 수호해야 함은 물론이고, 일제 잔재 청산의 선봉에 서야 할 도청이 설문대할망 신화론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일제 잔재 청산은커녕 친일적 망동을 자행하고 있다면 아무 책임 없다고 할 수 있을까?

 

 

17.1. 구비문학 설화이론(『구비문학개설』, 장덕순 · 조동일 · 서대석 · 조희웅 공저, 일조각, 1990년, 17~20쪽)에 의하면, 설문대할망 설화는 두말없는 전설이다. 증거물은 ‘특정의 개별적 증거물’을 갖고(신화: 포괄적 증거물), 미적 범주는 ‘비장미’에 해당되고(신화: 숭고미), 전승 범위는 ‘일정 지역’(탐라 곧 제주도)에 국한되니까[신화: 대체로 국가(또는 문화권) · 종족(씨족 · 부족 · 민족)].

 

그런데, 인간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자리’가 달라지면 ‘민중의 삶’이 달라지고, 그러면 설화도 자연히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탐라와 일본 간의 설화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는 다름아니라 탐라와 일본 간의 설화이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각국의 설화이론은 하나같이 다 자국(自國) 설화들을 대상으로 하여 귀납적(歸納的)으로 추론해 낸 것들이니까.

 

17.2. 탐라에서는 신화(≒본풀이)는 특수민중(‘무격사회’ 곧 ‘굿’)에 의해, 전설은 일반민중에 의해 구전(즉, 향유)된다. 그런데 본풀이의 일차적 속성은 ‘축원 사항의 성취라는 공리적(功利的) 기능(職能)’을 꼭 지닌다는 것이다. 이는 ‘본풀이 주인공’[신(神)]은 직능이 꼭 있다는 말이다. 그럼, 설문대할망 설화는 두말없는 전설이다. 굿에서 구송되는 일도 없고, 직능도 없으니까.

 

17.3. 일본에서는 ‘천지 분리, 복수(複數)의 해와 달, 국토 생성[거인 / 떠오는 섬]’에 관한 설화를 신화로 취급한다. 이는 설문대할망 설화가 신화일 수 있다는 말이다. 설문대할망이 거인이니까. 바로 이것이 신화론자들 논거다. 그럼, 설문대할망 설화는 일본 설화란 말인가?

 

18. 허남춘은 주장한다. 설문대할망이 현존 본풀이 여주인공들 기저(基底)에 있다고. 이는 설문대할망이 ‘그녀들에게 직능을’(예: 동해용왕 따님아기에게는 저승할망 직능을, 명진국 따님아기에게는 삼승할망 직능을) 부여했다는 말이다. 물론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녀들에게 그 직능들을 부여한 것은 설문대할망이 아니라 옥황상제(도교의 신)니까(『제주도 신화』, 현용준, 31쪽). 그럼, 허남춘은 왜 이런 뚱딴지같은 주장을 할까? 그것은 아마도 ‘설문대할망을 주신(主神)으로 하는 계통(系統)’을 세움과 동시에 제주돌문화공원의 설문대할망 신화관을 본원(本院)으로 하고 제주 전역의 굿당들을 분원(分院)으로 하는 조직체를 구축한 연후에 제주 전역에서 연례행사(年例行事)로 ‘굿(또는 본풀이 곧 신화) 축제’를 하려는 속셈의 발로리라. 하지만 이는 제주 본풀이 체계를 부정하는 오만하고 방자한 짓거리인 동시에 그것에 대한 무지를 자백하는 어리석은 짓거리일 뿐이다. 본풀이 신들은 다 직능신(職能神)으로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 있으니까.

 

19. 뭐, ‘허상(虛像)의 소굴’(거짓투성이 신화관)을 초·중등학생 교육의 장(場)으로 삼겠다고?

 

20. 요컨대, 설문대할망은 망국 후예라는 설움을 간직한 채 탐라국(곧 이어도)을 그리며 세상을 향해 처절히 몸부림치다 장렬히 숨져 간 탐라 여인들(민중)의 전형이다. 이는 설문대할망은 ‘탐라 구원을 오매불망 염원하며 탐라를 위해 헌신한 인물’ 곧 ‘탐라 땅에 늘 눌어붙어 살며 탐라 고통에 자나깨나 동참한 인물’이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설문대할망은 탐라 구원(미래)을 위한 구원자상(救援者像)[또는 지도자상(指導者像)]을 여실히 예시(豫示)해 주는 인물인 셈이다. <<끝>>

 

 

<프로필>
- 국어국문학, 신학 전공
- 저서 『耽羅說話理解』, 『모라(毛羅)와 을나(乙那)』(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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