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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돼버린 책임 정치, 한겨울 촛불 민심 벌써 잊었나?
실종돼버린 책임 정치, 한겨울 촛불 민심 벌써 잊었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8.09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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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법과 제도’의 뒤에 숨은 정치인들의 한심한 ‘뒷짐 정치’
지난달 12일 제주도의회 의장실에서 열린 원희룡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신관홍 도의회 의장과의 간담회 때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할 제주도의회 의원 선거구 조정 문제가 돌고 돌아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제주도의회 29개 선거구 중 선거구 인구 편차를 초과한 제6선거구(제주시 삼도1‧2동, 오라동)와 제9선거구(제주시 삼양‧봉개‧아라동) 등 2개 선거구를 나누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정치권이 아예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도의회 의원 정수를 2명 늘리도록 하는 권고안을 냈지만, 이 권고안은 지난달 12일 원희룡 지사와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강창일‧오영훈 국회의원의 회동 결과에 따라 한 순간에 ‘없던 일’이 돼버렸다.

 

애초 선거구획정위가 도민 여론조사와 이해관계인 설문조사, 도민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정수 증원 권고안을 냈음에도 다시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 의견을 수렴, 의원입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면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석연치 않은 3자 회동 결과에 따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비례대표 축소 여론이 많은 것으로 나왔지만 도민사회 분위기는 싸늘했다.

 

비례대표 축소가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대선 후보들의 약속과 배치되는 데다, 무엇보다 소수‧약자의 정치 참여 기회가 박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비판 여론의 주된 이유였다.

 

결국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고 지역구 의원을 늘리는 내용의 의원입법 개정안은 공동발의 의원 숫자도 채우지 못한 채 무산됐고, 제주도도 정부입법을 통한 특별법 개정을 요청하는 데 난색을 표시하면서 특별법 개정을 통한 의원 수 조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 모든 과정이 제주에서 책임 정치를 구현해야 할 원희룡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제주도의회 등 정치인들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현행 법률체계와 도민 여론의 뒤에 숨은 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한겨울 내내 무려 20여차례 이어진 촛불집회 과정에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는 국정 농단 박근혜‧최순실 세력을 처단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촛불집회 과정 속에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의 핵심은 권력 구조 개편에 방점이 찍힌 ‘개헌’이 아니라 승자 독식구조의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음에도 도내 정치권이 이 목소리를 무시했기 때문에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이다.

 

이미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시작되고 있고, 실제로 법률 개정안도 발의돼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지역 국회의원들은 의원 정수를 늘려달라는 권고안은 무시한 채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내용의 의원입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다 동료 의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겸연쩍은 상황이 돼 아예 손을 놔버렸다. 원희룡 제주도정도 정부입법 절차가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특별법 개정 추진에 난색을 표시, 선거구획정위로 기존 29개 선거구 내에서 선거구를 재조정하도록 책임을 떠넘겨버렸다. 사실상 특별법 개정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정치 주체들이 모두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제주도가 선도적으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을 잡아나갈 생각은 왜 못하나?

 

제주도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전면에 나서 정치를 업(業)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법과 제도 뒤에 숨어 뒷짐을 지는 게 아니라 민심을 제대로 읽고 이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법률안 발의 권한과 법률 개정 요청 권한이 모두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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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불리만 따지는 2017-08-09 09:42:58
자신들의 유불리만 생각하는 이런 정치 행태에 치우라는 말밖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