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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가 많이 노출되는 그런 환경만 된다면”
“제주어가 많이 노출되는 그런 환경만 된다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8.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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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연구소 첫돌, 강영봉 이사장이 말하는 제주어 지키기

첫돌이다. 걸음을 갓 뗀 어린아이다. 그래도 돌답지 않은 원기왕성함이 있다. 바로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다.

 

소멸 위기의 언어라는 제주어. 우리나라 각 지역마다 방언은 존재하지만 다른 지역의 방언과 달리 ‘제주어’라는 이름이 붙는 특별한 지역. 하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랐고, 그 땅을 지키는 이들은 차츰 제주어를 잊고 산다. 정말 유네스코가 지적했듯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첫 돌이 된 제주어연구소의 활동에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제주어연구소는 제주어를 연구한 학자 개인의 의지에서 출발, 어엿한 사단법인으로 태어났다. 지난해 8월 5일 첫 선을 보였다.

 

제주어연구소는 첫돌을 맞은 지난 8월 5일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곽충구 서강대 명예교수를 초청, 강연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엔 제주어연구소를 있게 한 강영봉 이사장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제주어가 많이 노출되는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이사장이 첫돌을 맞은 소회를 말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모든 사람이 제주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출되는 게 필요하죠. 접촉이 많아져야 제주어가 살아납니다.”

 

그는 제주어를 확산시키기 위해 제주어연구소를 만들었단다. 시작은 지역 방언으로서의 제주어를 보존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곳이 되겠다는 의지뿐이었다.

 

“지금 80대 이상 어르신이 사라지기전에 좋은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조사도 빨리 시작을 해야 합니다. 물론 자료화 작업도 병행을 해야겠죠.”

 

정작 중요한 건 제주에 사는 이들이 제주어를 써야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기엔 표준어와 방언에 대한 인식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방언은 표준어에 비해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다고들 하죠.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방언은 다양성이 있고, 자연스러움을 내포한 언어로 인식해야 합니다. 표준어는 만들어진 언어죠. ‘만날’만 표준어였다가 ‘맨날’도 표준어로 만들어지는 식이죠. 방언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뿐입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제주어를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이주를 해서 정착하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그들은 제주어를 전혀 모를텐데, 그들을 바라보는 강영봉 이사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을 프랑스인이라고 부른다고 하죠. 제주에 정착하는 사람이 제주어를 쓰면 제주인이 되는 겁니다. 제주어엔 제주사람들의 정신과 제주사람들의 문화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1년. 그러나 그 걸음걸이는 다부지다. 앞으로 2년, 3년…. 제주어연구소의 노력과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제주어를 사랑해준다면 제주라는 땅을 밟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제주어를 자랑스럽게 쓰는 그런 날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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