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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바꾸려면 기본소득은 보장돼야 합니다”
“정치를 바꾸려면 기본소득은 보장돼야 합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7.29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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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의 이면을 얘기하는 <정치혁명> 저자 신봉수씨
<정치혁명>의 저자 신봉수씨. ©김형훈

지난해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바로 혁명이다. 촛불로 대변되는 혁명이었다. 혁명은 피를 부르지만 그런 게 깔리지 않은 혁명이었다. 그래서 ‘촛불혁명’으로 불렸고, 이젠 세상을 바꿀 힘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촛불혁명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또다시 바뀌어야 할 게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정치다.

 

정치철학을 쉽게 얘기해주는 신봉수씨. 그는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얼마 전에는 <정치혁명>(나무출판소 펴냄, 2만원)이라는 이름의 책을 내놓았고, 제주를 찾아 정치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권위여야 한다

 

“정치는 권력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우린 알고 있죠. 정치학개론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변화시키는 게 정치혁명입니다. 정치를 권력접근이 아닌 권위중심의 정치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올바른 정치를 해나갈 수 있게 되죠.”

 

권력? 권위? 언뜻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권위여야 한다고 했다. 권위가 있는 정치란 무엇일까.

 

“예전엔 군주가 주권을 가지고 있었죠. 현재는 모든 국민들이 주권을 가지고 있고,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권위를 줍니다. 우리가 동의하지 못하면 혁명을 통해 쫓아냅니다. 정치인들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죠.”

 

그러나 정치라는 뜻 그대도 바르게 이뤄진 경우는 찾기 힘들다. 어쩌면 엘리트들이 지배하고 있는 게 정치일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조차 그들에게 당하지 않았던가.

 

그럼 그가 쓴 책으로 들어가 보자. <정치혁명>은 이색적인 책이다. 일반적으로 책을 펼치면 서문이 나오고, 목차가 이어진다. 이후 독자들은 본문 내용을 읽어가도록 구성돼 있다. 이 책은 다르다. 목차는 한참 뒤에 나온다. 프롤로그가 무려 60쪽에 달한다. 프롤로그가 긴 이유는 있다.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정치이지만 정치는 여전히 어렵기에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한 지름길이 60쪽에 달하는 프롤로그다.

 

# <정치혁명>은 60쪽의 프롤로그가 이색적인 책

 

저자는 <정치혁명>을 내기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고 한다. 스스로는 책에 담긴 내용들이 논쟁거리도 있다고 했다. 대신 그는 자신이 가진 정치에 대한 생각들을 대중들이 읽어주기를 원했다.

 

저자는 앞서 권위가 있는 정치를 말하고 있다. 권위가 그토록 중요할까. 그러려면 권위를 잘 이해해야 한다. 플라톤은 가족에서 유래된 자발적인 복종의 관계가 공적영역에서 실현되는 것을 이상적인 형태로 여겼다. 플라톤이 생각한 그게 바로 권위라고 표현된다. 쉽게 설명하면 가정내에서 자식들이 아버지를 인정하고, 어머니의 위치를 인정하는 게 권위인 셈이다. 그러지 않고 아버지가 자식을 향해 권력을 행사할 때 우린 ‘권위적’이라는 말을 쓴다. 권위는 자발적인 것이며, 권위적인 건 복종을 강요하는 그런 형태이다.

 

권위가 있는 정치. 사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까지는 없었다. 권위적인 정치만 있었을 뿐이다. 권위가 있는 정치가 되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정치를 봐온 일도 없다.

 

신봉수씨는 자유민주주의의 폐단으로 소극적 자유를 꼽았다. ©김형훈

저자는 정치권위를 가로막는 적(敵) 가운데 자유민주주의를 포함시키고 있다. 전체주의는 분명 정치권위를 가로막고 있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를 하겠지만, 자유민주주의를 포함시킨 건 저자의 말마따나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의 얘기를 듣고, 저자가 쓴 <정치혁명>을 들여다본다면, 자유민주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는 적극적 자유보다는 소극적 자유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적극적 자유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며, 소극적 자유는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개인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 스스로 주체가 되는 적극적 자유가 중요

 

“적극적 자유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기 의견을 개진하면서 그런 의견들이 정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죠. 공자는 나이 일흔이 되면 마음이 이끄는대로 하더라도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 그런 자연스런 행동을 남들도 인정을 해준다는 말인데, 그게 바로 적극적 자유주의의 완성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공자가 될 순 없죠.”

 

그러려면 먹고사는 문제만이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져야 한다. 솔직히 쉽지는 않다. 돈만 좇아가는 세상, 돈이면 뭐든지 해결이 되는 세상에 사는 우리이기에 ‘먹고 사는 것’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엔 벅차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는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먹고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국가가 자꾸 끌어내줘야 해요. 국민들이 현안에 참여해서 논의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촛불혁명은 내가 주인이라는 걸 보여준 겁니다. 서양이론에 맞춘 정치가 아니라 한국적 상황에 맞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정치는 미국에서 많은 걸 가져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적 가치를 모범 사례로 알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서양의 법치는 소극적 자유주의로 발전을 했어요. 특히 서양식 구분은 선하냐, 악하냐를 따집니다. 이성중심인 것이죠. 그에 비해 동양적 사고는 본성 안에 도덕이 있다고 강조를 합니다.”

 

그는 마냥 미국을 따르거나, 서양적 사고에 함몰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촛불혁명에서 보듯 우리 상황에 맞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는 이를 더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 경제적 결핍 벗어나는 ‘기본소득’ 필요

 

“경제적인 결핍을 벗어나면 정치적으로 적극적 자유를 행사하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사회적으로도 기본소득은 분배정의의 실현으로 실질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죠. 법에 의해 보장되는 조건의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이 가능해지죠. 법 앞의 평등은 왜곡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열악한 임금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해결하기는 어려워요.”

 

<정치혁명> 저자 신봉수씨는 기본소득이 보장될 경우 소극적 자유가 아닌, 적극적 자유로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형훈

기본소득 보장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소극적 자유가 아닌, 적극적 자유로 이동하는 요건은 갖출 수 있다. 어쩌면 한국적 민주주의, 한국적 정치제도를 만들 새로운 돌파구도 될 수 있다.

 

저자는 권위 없는 다수의 지배가 소크라테스에 사형을 선고하고, 결국 아테네를 멸망시켰다고 진단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소득 불평등이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소극적 자유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체제에서는 정치권위가 생길 수 없다.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본다.

 

“법은 강제를 통해 행위를 이끕니다. 도덕은 동기를 제공합니다. 이들 법과 도덕은 적극적 자유를 보장하는 과정에서 동반자가 돼야 합니다. 물론 장애물은 있죠. 권력자들은 적극적 자유가 지배와 복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겠다고 생각하겠죠. 우리는 그 대신 정치권위를 불러내자고요. 그리고 완성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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