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엥은 도시재생을 하더라도 문화를 심는다”
“파리지엥은 도시재생을 하더라도 문화를 심는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7.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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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배우다] <2> 공원의 틀을 깬 파리 라빌레트공원
권정우 탐라지예 소장 “새로운 것만 찾으면 신도시만 남게 돼”
파리 라빌레트 공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장 누벨의 작품인 '필하모니 드 파리'. ©김형훈

괴물을 만났다. 딱히 그렇다고 볼썽사나운 괴물이겠거니 생각은 말았으면 한다. 첫 느낌이 괴물이었을 뿐이다. 볼썽사납지 않은 그 괴물을 보는 순간 눈이 부셨다. ‘대체 재료는 뭘까’라는 고민을 안겼다.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축물은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공원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필하모니 드 파리’(파리오케스트라)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장 누벨의 작품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라빌레트엔 두 개의 ‘필하모니 드 파리’가 있으며, 나중에 지어진 게 장 누벨의 작품이다. 장 누벨이라는 이름은 건축을 하는 이들에겐 흥분을 시킨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면서, 하이테크 건축물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건축가다. 그는 건물 집합소 같았던 라빌레트에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했다. 어쩌면 음악계의 퐁피두건물을 지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장 누벨은 빛의 건축을 하는데, 이 건축물도 빛의 건축이지만 음악당이라는 것 때문에 내부에 들이는 빛을 줄이려 했다.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내부로 직접 빛을 쏘기보다는 외부에서 입장하는 이들에게 빛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사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이번 답사일정에 포함된 건축물은 아니다. 이 건축물을 볼 생각은 꿈에도 그리지 못했다. 라빌레트 공원으로 가보자는 몇몇 건축가의 제안에 의해 이뤄졌고, 정말 몇몇 만이 장 누벨의 건축물을 봤다. 지난 2015년 개관을 했으니 신작임은 분명하다. 다만 저녁시간에 라빌레트로 향했고, 공연장 내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있다. 라빌레트는 공원인데 왜 건축물만 즐비할까. 장 누벨 스스로도 ‘건물 집합소’라고 했을까. 공원인데 말이다.

라빌레트 공원에 있는 또다른 음악당의 내부. ©김형훈

우리가 아는 공원은 푸른 잔디가 깔리고, 나무가 있는 그런 형태로 안다. 그건 단순히 조경이라는 좁은 관점에서만 바라보기에 그렇다. 공원은 많은 이들이 찾는 공간이기에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야 하고, 그에 맞춘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잔디에 앉아서 놀다가 떠나는 그런 공원은 없다.

그래서인지 라빌레트 공원은 네덜란드 건축가인 베르나르 츄미가 진두지휘를 했다. 츄미는 라빌레트 현상설계를 따냈고, 라빌레트 공원은 연간 1000만명이 찾는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로 탄생했다.

하지만 라빌레트의 지난 역사를 훑어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읽게 된다. 대형 도축장이 있었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육류 도매시장이 있던 곳이다. 지금의 라빌레트를 보다보면 피비린내 나는 그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더구나 라빌레트엔 문화가 있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어찌보면 도축장 일대를 재생하는 사업인데, 파리지엥이 그렇듯 그들은 문화를 심어놓는다. 그게 우리와는 좀 다르다고 할까.

왜 그들은 문화를 심으려 할까. 라빌레트엔 장 누벨이 설계한 음악당 외에도, 유명 건축가인 크리스티앙 드 포르장파르크(‘뽀장박’이라고도 발음함)의 음악당, 산업과학관을 비롯해 일일이 세기에도 벅찬 다양한 공연장이 있다. 한마디로 예술공간의 집합체인 셈이다. 그렇다고 라빌레트는 기존에 있는 걸 완전 갈아엎어서 만든 공원이 아니다. 있는 시설을 남겨둔 채 최대한 활용하고, 그 땅위에 랜드마트 요소가 될만한 걸 세워뒀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라빌레트 공원 현상설계가 1980년대 초에 이뤄졌고, 장 누벨 작품이 2015년 준공됐으니 30년 이상 공원은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공연장을 만들었을까. 우리 같으면 대형 쇼핑몰을 집어넣을텐데 말이다. 그걸 문화의 차이라고 부르기는 그렇다.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행정이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관점이 달랐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이번 답사를 함께한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권정우 소장은 문화를 즐기는 게 달랐다고 평가했다. 기자와 함께 오르세미술관을 둘러보기도 했는데, 권정우 소장은 예리하게도 파리지엥의 더 깊은 면을 본 모양이다.

탐라지예 권정우 소장은 도시재생을 추진할 때 행정의 일방통행식 기획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형훈

“야간에도 미술관에 사람이 몰리잖아요. 우리는 사진을 찍기에 바쁜데, 그들은 작품 앞에서 대화를 나누더라고요. 그들이 그렇게 문화를 향유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어요. 우리를 보세요. 예산만 쏟아부으면 뭐하냐구요.”

권정우 소장은 딱히 그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행정의 일방통행식 기획은 아니라는 점을 파리에서 배웠다.

“도시재생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단계적으로 만들어가야 해요. 그렇다고 다른 곳 사례를 무작정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역 현실에 맞는 걸 찾아아죠. 그러지 않고 새로운 것만 찾는다면 신도시 모습만 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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