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5:24 (금)
한국 女골프의 ‘美 점령’,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한국 女골프의 ‘美 점령’, 부러우면 지는 거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7.21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PGA 투어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박성현(24)이 우승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이 끝난 뒤 귀가 간지러울 지경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한국 여자 골퍼들의 강세를 분석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고, 미국 선수들은 여전히 한국 선수들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올해 열린 L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18명의 챔피언이 나왔는데, 그 중 8명이 한국 선수들이다. 유소연이 유일한 다승 선수. 노무라 하루(일본)와 대니얼 강(미국) 등 한국계 선수까지 포함하면 10명이 11승을 챙기는 ‘한국 낭자’의 저력을 선보였다.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더 놀라웠다. 우승자 박성현과 준우승자 최혜진(18)을 비롯해 톱10 안에 8명의 선수들이 태극기를 휘날렸다. 반면 미국 선수들은 안방에서 사상 처음으로 10위권에 단 한 명도 진입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상금 규모가 가장 큰 대회에서 ‘슈퍼 루키’ 박성현의 데뷔 첫 우승에 여고생 아마추어 선수가 준우승 돌풍을 일으켰으니 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심지어 ‘US오픈’이 아니라 ‘코리아오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특히 US여자오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소유 골프장인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을 대표하는 대회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유럽 순방길을 마치고 곧바로 대회 현장을 방문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기간 내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관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기 위해 유세장에 쓰고 다니던 모자다. 그런데 미국 선수의 우승은커녕 리더보드 상단에 성조기조차 구경할 수 없었으니 씁쓸하게 썼던 모자를 벗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미국 언론은 US여자오픈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 조롱에 섞인 보도를 퍼부었다. ‘뉴욕타임스’는 “US오픈 리더보드는 아이러니”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골프장 주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선수들은 사상 처음으로 톱10 안에서 경기를 마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고, 골프 전문매체 ‘골프닷컴’도 “(톱10 안에) 미국 선수가 하나도 없었지만, 코스와 대통령 부인은 아름다웠다”고 비꼬았다.

또 골프닷컴은 LPGA 투어에서 통산 19승을 거둔 베테랑 골퍼 크리스티 커(미국)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여자골프의 지속적인 강세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커가 꺼내든 이유는 황당했다. 커는 “한국 선수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첫째 이유를 들었지만, US오픈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28명, 미국 선수는 5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미국 선수들이 많았다.

커가 꺼낸 두 번째 이유는 더 당황스러웠다. 커는 “한국에서는 골프 아니면 공부”라며 한국 스포츠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까지 했다. 골프닷컴도 재능 있는 스포츠 유망주들이 골프에만 집중한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았다.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한국에서도 프로 농구와 배구를 비롯해 올림픽 효자종목인 양궁, 빙상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박세리 키즈’부터 화수분처럼 새로운 유망주가 나오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도 미국 진출을 위해 꾸준히 기량을 쌓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때 커는 한국 선수들을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는 기계’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골프를 즐기며 여유가 넘치는 ‘기계’로 바뀌었다. 단지 부러우면 지는 거다. 시원한 장타력과 정확성, 섬세한 쇼트게임 능력까지 탁월한 한국 선수들과 맞서는 미국 선수들이 US오픈과 같은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 천재’는 재능만 갖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박성현을 포함한 한국 선수들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476야드)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시즌 20번째 대회인 마라톤 클래식에서 10번째 우승 사냥에 나선다.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