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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구금·징역까지…‘간첩 누명’ 31년만 벗었다
불법 구금·징역까지…‘간첩 누명’ 31년만 벗었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7.1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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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76세 남성 재심 사건 무죄 선고
제주지방법원 청사 전경. ⓒ 미디어제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돼 불법 구금되고 징역까지 산 70대가 30여년만에 ‘간첩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은 강(76)모씨에 대한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주지법에 따르면 강씨는 1986년 5월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되고 상고를 포기했다.

 

강씨는 1979년 일본에서 귀국해 같은 해 7월부터 1984년 9월 초순까지 자신의 지인들에게 △도로변에 보이는 군부대 명칭과 임무 △입항 신고 경찰초소에 배치된 경찰관의 수 등을 묻고 민방위 교육에 참석해 교육 내용을 주의 깊게 관찰한 점 등을 이유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강씨가 반국가단체인 북한 또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이를 수행할 목적으로 국가 기밀 및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함으로써 간첩행위를 했다고 구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공소를 제기했다.

 

강씨는 또 1986년 1월 임의동행으로 이뤄진 보안부대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된 뒤 같은 해 2월 26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같은 달 27일 집행될 때까지 불법으로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관한 수사는 대부분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이전인 영장 없이 보안부대에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이뤄졌고 수사기관은 별다른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강시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강씨가 수사 초기부터 방대한 내용의 해당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은 불법 구금된 상황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스스로 장황하게 자백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강씨가 보안부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가혹 행위 등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고 검찰에서도 임의성 없는 진술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재심 대상 사건 및 항소심 사건의 공판기일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황에서 자백에 이른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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