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융복합산업인 이른바 ‘6차산업’이 제주지역에서 뜨고 있다. 전국 어디와 견줘도 가장 알차고 활발하다. 6차산업은 농특산물(1차)을 바탕으로 제조·가공(2차),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3차) 등을 이어 매 새 부가가치를 만든다. 올해까지 도내에서 73명이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사업자로 인증 받았다. 현장에 직접 만나 이들이 실천하는 기술력·창의력·성실성·마케팅 능력과 철학 등을 통해 앞으로 도내 1차산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기존 농업유통구조에 문제가 많죠. 이에 끌려 다니지 않고, 받고 있는 불이익을 스스로 극복하며 맞설 수 있는 ‘슈퍼 농민 히어로 집단’인 이른바 ‘농민 어벤져스’가 나와야한다고 봐요.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정당한 값에 납품하고, 농민끼리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해요”
농산물을 생산해 식품가공·제조, 도소매를 하며 6차산업을 실천하고 있는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50)는 농민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힘을 키우는 ‘농민 자강’(自彊)을 강조한다.
농업을 대대로 이어온 ‘가업농’(家業農)이라고 스스로 자처하는 문 대표.그는 가업을 자신의 딸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 한다. 어떻게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 물려줄까 고민을 해왔다.
“농업은 그 가치를 후세에게 이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 딸들도 탐낼 수 있을 정도로, 먹이고픈 친환경농산물을 잘 만들어 물려줘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데요. 그래서 여러 시도를 거치면 지금에 이르게 됐죠”
문 대표는 자신의 딸들에게 먹일 만큼 정직하고 건강한 제품이란 뜻을 담은 ‘내딸에게’란 상품 브랜드를 내걸고 상표등록까지 했다.
제주시 아라1동에 자리한 ‘아라올레 지꺼진(기쁜)장’앞에 있는 상품매장 간판도 ‘아라올래 내딸에게’로 내걸었다.
지난 2000년부터 삼양동에 있는 농장 4000평에서 문 대표는 처음 감귤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감귤 시세가 낮아 자신이 생산한 감귤 첫 매출액이 500만원밖에 되지 않아 농약·인건비 도 못건졌다.
가업농으로 농사를 이어받았지만 스트레스가 커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됐다.
“온주감귤 위주에서 모든 친환경으로 하다 다시 레몬과 팔삭으로 모두 바꿨어요. 레몬은 당도와 상관이 없고, 팔삭은 자몽 수입이 많아지고. 나쓰(하귤)다 맛있어 선택했죠. 관점보다 시점이 중요해요. 현상만 보지 말고 흐름을 읽어야죠. 농사에 실패하는 건 현상만 보기 때문이라고 봐요. 절대적인 농산물은 없어요. 처음엔 힘들지만 ‘왜’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정리해야죠”
e제주영농조합법인은 2002년 ‘미소짓는 자연, 건강한 삶’이란 사훈으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젊은 농민 10명이 뜻을 같이 하기 위해 만들었다.
현재 농장에서 문 대표는 레몬을 시설에서 1200평, 팔삭은 노지에서 1800평 재배하고 있다.
문 대표는 제주지역에선 처음으로 냉동감귤을 생산. 판매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농산물을 개발하고 있다. 처음에 감귤 친환경농사를 지었으나 비상품 처리가 가장 문제였다.
“농사를 짓다보니 생산물 판로가 걱정됩디다. 특히 비상품을 처리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냉동감귤과 껍질로 부가가치가 있는 걸 만들기로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진화하게 된 것이죠”
2004년에 문 대표는 친환경 감귤을 짜 생즙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러다 냉동창고를 지어 감귤 껍질 벗겨 냉동으로 만들어 50톤을 매출했다.
올해 문 대표는 냉동감귤을 지난해 500톤에서 200톤으로, 친환경귤피 20톤에서 5톤으로 물량을 줄였다.
그 이유는 친환경 감귤 생산량은 점점 줄고 있으나 가공은 늘고 있다. 또 청귤시장 생김으로써 이젠 관행감귤 쪽으로 함께 농사를 지으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문 대표는 직접 생산한 레몬·팔삭·감귤·키위 등을 냉동감귤·잼·진피(감귤껍질을 말린 것)로 가공 생산해휴먼허브, 웰팜, 해올렛 등에 팔고 있다.
“냉동과일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흐름이에요. 마트에 입점하는 걸 보면 앞으로 뭘 해야 할 것인가 읽어야 하죠. 앞으로 파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했죠. 그래서 무농약감귤 100%인 진피차를 과거 통 단위에서 낱개로 먹을 수 있게 만들어 특허를 냈고, 매장에서 팔고 있어요”
농사만 짓는 농민이었던 문 대표에게 어느 한 순간 찾아온 전기는 농민단체 곧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활동을 하면서부터이다.
“쓸 데 없는(?) 사명감이 생겨서, 그때부터 농업에 전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대안 제시는 어떻게 하고 우리 농민의 목소리를 설득력 있게 하려면 조직의 힘과,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공간, 창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서로 고민하는 사람들 만나며 서로 스터디하고 대안을 제시하게 됐어요”
문 대표가 이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잘 모르고, 마트에 내보내려했지만 납품가가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 유통구조가 그들이 만든 시스템에 농가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 스스로 장터를 만들어보자 해서 나온 게 ‘아라올레 지꺼진장’이다.
이슈거리를 만들기 ‘파머스마켓’과 ‘플리마켓’을 결합. 대상이 관광객이 아닌 도민 주체로 하기 위해 디자이너·요리사·언론·사회단체·영농법인 등 만나게 돼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농사짓는 우리끼리 만들어보자, 기존 유통구조에 끌려 다니지 않게, 버티다보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봐요. 그래서 웹툰인 ‘지꺼저스’ 만들었어요. 농민들이 슈퍼 히어로에요.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적이 생겨 이들에 대항할 수 있는 ‘어벤져스 팀’이 ‘지꺼저스’이죠. 궁극적으로론 농산물이 문화와 결합해 문화상품화해야 한다는 거죠”
현재 ‘아라올레 내딸에게’ 매장엔 도내 생산 6차산업 생산품 납품, 진열해 팔고 있다.
대표적인 문 대표 생산품목은 기타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자연 상품무농약 감귤 진피차·감귤잼·당근감귤잼·감귤즙 등이다.
“마진율을 보장해주는 공간, 정당한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우리끼리 설 수 있는 공간 여러 곳에 생기면 가능할 겁니다. 이곳이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길 바라죠. 이제 영농법인들이 모여 더 큰 규모로 만들어야 할 때가 왔어요”
e제주영농조합법인은 제주시 돌송이길80(삼양1동)에, ‘아라올레 내딸에게’는 제주시 중앙로640(아라1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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