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요
허리가 아파요
  • 서혜진
  • 승인 2017.06.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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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의 통증클리닉]<2>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진료를 보던 어느 날의 일이다.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여자 분이 진료실에 들어오더니 대뜸 CD를 내미신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이게 검사한 건데 여기 다 나왔어요. 치료해주세요.”

 

CD에는 요추 MRI 결과가 담겨 있었다. 열어보니 심각해 보이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추간판(디스크)가 조금씩 튀어나와 있었고, 4-5번 추간판에 의해 중심관 협착증이 있었다. 증상을 상세히 확인하려고 하니 환자분이 그냥 사진에 나온 대로 치료해달라고 하신다.

 

“어머님, 일단 증상 확인이 필요해요. 사진은 분명 도움은 되지만 증상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거든요.”

 

환자분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3달 전쯤부터 다른 곳에서 엉덩이도 아프고 해서 꼬리뼈 주사 2번 정도 맞았는데 별로 효과가 없어요. 그래서 검사도 했고요. 뭐 예전에 다리 저리던 것은 좋아진 것 같기는 한데 요즘에는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통증은 더 심해졌어요.“

 

간단한 이학적 검사와 문진 이후 천장 관절 주사를 놓으면서 진단과 치료를 겸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주사를 통해 통증의 경감이 있을 시 천장관절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2주 뒤 환자분이 다시 내원했을 때는 통증이 30% 정도 남아있다고 하셨으니 처음 환자분의 생각과는 달리 허리디스크가 아닌 천장관절증후군이었던 셈이다.

 

허리는 어깨와 골반의 각 근육들의 상호작용으로 균형 및 조화로 유지되고, 상체를 지지하는 동시에 체중의 무게를 골반과 하지에 골고루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선진국의 요통 유병률 조사에서는 70% 정도 나타나고 우리 나라도 이와 비슷하다. 중, 장년의 인구 증가와 스마트폰 등의 사용 증가, 생활 습관 변화,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앉아있는 생활 습관은 오히려 몸이 덜 피곤하여 허리가 안 아파야 하는 것 아닌가 궁금증이 생기겠지만 서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추간판이 받는 하중이 크다. 특히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자세에서는 추간판이 받는 하중은 2배 정도 증가되게 된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통해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만물의 영장이 되었으나 그 대가로 추간판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게 됐다. 그 결과 20세 이후로는 추간판에서 노화가 시작되어 40세 이상에서는 대다수 퇴행성 변화를 볼 수 있다.

 

갑자기 발생한 허리 통증은 대개 6주 이내에 90% 정도는 회복되지만, 2~7% 정도 만성 통증으로 이행이 되는데 이 경우 MRI와 같은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진과 증상이 100% 일치되지는 않는다는 많은 보고도 있고, 허리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진 및 이학적 검사가 필수다.

 

통증은 주관적인 경험이고 복합적이다. 강가에 던진 돌에서 동심원이 퍼져 나오듯 통증은 관련 조직으로 퍼지게 된다. 처음 던진 돌이 만든 동심원과 나중에 던진 돌이 만든 동심원이 섞이게 되면 그 동심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통증 치료는 검사와 환자의 증상을 표지판 삼아 미로를 걷는 것과 같이 해나가야 한다.

 

 

<프로필>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통증 고위자 과정 수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인턴 수련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레지던트 수련
미래아이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제주대학교 통증 전임의
現 한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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