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31 (금)
“부모는 아이를 몰라요. 지식에서 창의력이 나오진 않아요”
“부모는 아이를 몰라요. 지식에서 창의력이 나오진 않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6.1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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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림동화책 내고 원화 전시회 갖는 할머니 동화작가 김혜숙씨
설문대여성문화센터서 6월 12일부터 18일까지…17일엔 ‘저자와의 만남’
첫 그림동화책 <해님은 무슨 색일까>를 내놓고, 원화전시회도 갖는 김혜숙 작가. ©미디어제주

할머니는 이야기꾼이다. 인류의 보편적인 이야기꾼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자녀들에게, 자녀들이 크면 손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옛날에~” 이렇게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인류를 이끈 큰 힘이 됐다.

 

요즘 그런 할머니가 있을까? 시대가 변하고, 세태도 달라지면서 그런 할머니의 모습은 좀체 만나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 있다. 그런 할머니가. 그림동화책 작가인 김혜숙씨(64)다.

 

김혜숙씨. 아니 김혜숙 작가는 자칭 할머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할머니다. 기자는 할머니라고 하길래 ‘진짜 할머니’를 만날 요량이었다. 하지만 직접 만난 김혜숙 작가에게서 할머니라는 인상을 받기는 어려웠다. 그와 얘기를 나누며 진짜 할머니의 등장을 봤다는 게 수확이랄까.

 

“손주(손자)가 다섯이죠. 외손주 셋은 태어날 때부터 7년을 함께 살았어요. 애들은 밤에 제게 옵니다. 그러면 누워서 이야기를 들려주죠. 처음엔 뻔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엔 창작을 하게 되더라고요. 재밌는 얘기를 해주면 자던 애들이 잠에서 깨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마치지 못한 이야기는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라며 다음날로 넘기곤 했죠.”

 

김혜숙 작가는 제주가 고향이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육지로 떠났고, 평생 그렇게 살았다. 자녀와 손자들도 제주가 아닌, 육지에서 길렀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이던 그는 퇴임을 앞두고 고향 제주에 내려오기를 갈망했다. 덕분에 우정사업본부 사상 첫 우편집중국장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됐다.

 

지난 2015년 퇴임 후 고향에 정착한 그는 귀농귀촌 교육을 받고, 한창 고향알기에 매진중이다. 그러다 뭔가 더 배울게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림책 일러스트’ 강좌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꽂혔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그 강좌가 자신을 그림책 동화작가로 이끌 줄은 몰랐다.

 

김혜숙 작가가 자신의 그린 원화를 펼쳐보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마지막 강좌 때 강사의 말의 생각나요. 그림책을 내보라는 겁니다. 전문 실력이 되지 않고, 두꺼운 글을 쓸 호흡도 하질 못해요. 그림동화가 가능할까 고민도 했어요. 다행인 건 이야기가 길 필요는 없고, 동화책 안에서 재밌고 즐겁게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그는 ‘딱 나야’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손자들을 키웠고, 손자들을 키우기 위해 방송통신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그였다. 준비를 해온 보람이 바로 그림동화책과 손을 잡게 된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부족함을 털어내고 그림동화책을 만들어냈고, 원화전시회도 한다.

 

“그림을 그리지만 제가 프로다울 수는 없죠. 전문실력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전시회를 좀 다르게 해볼까 해요. 우리가 전시회를 볼 때는 그려놓은 걸 그냥 쑥 지나치기만 하잖아요. 교감과 공감이 전혀 없다는 말이죠.”

 

그가 낸 그림동화책은 <해님은 무슨 색일까>이다. 원화 전시회는 12일부터 18일까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전시실에서 갖는다. 17일엔 저자와의 만남 시간도 준비했다. 그가 말했듯 ‘쑥~’ 지나치는 전시회가 되지 않기 위해 기존 틀을 벗어나기로 했다. 그래서 준비한 게 원화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원화 14점과 캐릭터 제작과정, 원화 구성을 위한 연필 스케치화, 아쉽게 원화가 되지 못하고 탈락한 그림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에게 동화는 무엇일까.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죠. 아이들이 공감을 얻고, 좋아해야 하죠. 요즘 지적이면서 논리적인 걸 강요하고 주입시키려 하는데, 때문에 애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상상력이 없으면 창의력도 생겨나지 않아요. 지식을 쌓는다고 창의력이 나오는 건 아니죠.”

 

한 평을 조금 넘는 작업실에서 만난 김헤숙 작가. 그는 아이들이 지닌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미디어제주

유아교육을 전공한 전문가적인 답변이다. 애들은 마음껏 상상하고, 놀기를 원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 부모들이 새겨들으라는 지적이다.

 

“제가 그림동화를 낸다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이러더군요. 학부모가 좋아하는 걸 그려야 한다고 말이죠. 저는 아니라고 했어요. 부모는 아이를 몰라요. 육아 전문가인 할머니 자격으로 말하는 겁니다.”

 

그의 작업실은 한 평을 좀 넘는다. 낮에는 농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손자를 위한 그림동화책을 구상하고 있다. <해님은 무슨 색일까>는 그의 첫 작품이다. 조만간 두 번째 작품도 나온다. 다음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육아 할머니의 품격이 기대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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