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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은 학살…작전통제권 가진 미국 책임 크다”
“4‧3은 학살…작전통제권 가진 미국 책임 크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6.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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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제주4‧3평화상’ 수상 브루스 커밍스 교수 기자회견서 강조
“배‧보상 오바마 정부라면 논의할 수 있었겠지만 트럼프 정부는…”
브루스 커밍스 교수(왼쪽 두번째)가 9일 시상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이문교) 주관으로 9일 열린 ‘제2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브루스 커밍스(74)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제주4‧3에 대해 ‘학살’(Genocide)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미국(미군정)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날 시상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4‧3이 1948년에 일어난 일임을 언급하며 “미군정이 38선 이남 지역을 통치하며 1949년까지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했다”고 말했다.

 

또 “연구를 하면서 (미국의) 책임이 얼마나 깊은 지를 찾아내면서 놀랐다”며 “예를 들면 (진압을 지휘했던) 로스웰 에이치 브라운 대령이 있는데 그는 나중에 CIA에서 근무했고 한국과 냉전시대에 중요한 인물이다. 다른 많은 이들도 작전통제권을 사용해 (4‧3 당시) 무자비하게 진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벗어나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국제법상 미국이 한국의 정치에 개입할 권한이 어디에도 없다”며 “미국이 1945년 좌익 정치세력의 진압을 목료로 하며 공산주의와 전쟁을 선포한 이후 4‧3이 정점이었다”고 역설했다.

 

커밍스 교수는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 4‧3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커밍스 교수는 자신의 친구가 처음으로 4‧3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며 “그때는 반란(Rebellion)이라고 했는데 한국인들에게 반란은 부정적 의미여서 좋아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과거) 영국에 대항한 것에 대해 반란이라고 한다 그래서 해석이나 번역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건이라는 표현은 애매하다. 한국의 6‧25도 사건이라는 영어 표현을 많이 봤는데 사실 전쟁이다. 모호했다”며 “Uprising(봉기)에 해당하는 언어를 선호하고 학살(Genocide)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와 관련해 2014년에 출간한 책 ‘한라산의 비극’을 봤는데 여기서도 학살이라는 단어를 썼다”며 “소요사태와 봉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진압과정에서 너무 많은 생명을 잃어 학살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커밍스 교수는 그러나 미국의 사과나 유족들에 대한 배‧보상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커밍스 교수는 “현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정부라서 사과나 배‧보상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며 “트럼프는 최근 수십년 동안의 대통령 중 최악이다. 오바마 정부였다면 논의할 수 있었겠지만 트럼프가 사과하거나 배‧보상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다만 노근리 사건에 대해 예를 들며 “미국인들이 한국 자체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우선 환기를 주의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며 “노근리 유족들이 미국에서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적이 있다. 거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9일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향후 북한 연구 계속…탄핵‧새 대통령 선출 과정 순조 세계 귀감”

 

커밍스 교수는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북한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미디어는 북한을 매우 위험하게 왜곡한다. 당장이라도 핵을 쏠 것 같은 이미지로 포장하고 너나 할 것 없이 굉장히 위험하게 그린다”며 “북한에 대한 실제 조사는 없고 반복적으로만 위험하게 그린다. (내가) 북한 연구를 25년 동안 했고 앞으로도 더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밍스 교수는 회견 말미에 최근의 한국 사회‧정치 환경 변화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또 한가지 관심이 한국의 시민사회 발전이라는 주제다. 1980년대 독재에 저항하던 모습부터 민주주의의 태동, 지난해 수백만명의 촛불 시위 등을 인상적으로 봤다”며 “헌법에 따라 탄핵을 거치고 대법원에서 결정했다. 선거를 치르고 새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는데 한국은 정말 어려운 과정을 순조롭게 잘 치러냈다. 세계의 귀감이 될 것이다”고 평했다.

 

한편 커밍스 교수는 이날 ‘제2회 제주4‧3평화상’을 수상한 뒤 연설문을 통해 미국을 전후 한국 역사에서의 무고한 방관자라고 힐난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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