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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농장 안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재래닭인데…”
“20년째 농장 안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재래닭인데…”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6.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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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 막기 위한 소규모 농가 수매 도태 방침에 농가들 ‘한숨’
A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자체 부화시킨 병아리들. 제주도 방역당국의 방침에 따라 도태 수매가 이뤄지게 된 상황이다. ⓒ 미디어제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소규모 농가에 대한 수매 도태가 본격 시작된 지난 8일 저녁. 동사무소에서 수매 도태 연락을 받은 제주시내 한 농가를 찾았다.

 

전날 동사무소 직원으로부터 농장에서 닭을 기르고 있는지 확인 전화가 걸려온 데 이어 이날은 수매 도태를 위해 직접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상황이었다. A씨가 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닭은 50여마리. 제주도가 8일부터 본격 수매 도태에 나서고 있는 대상 농가였다.

 

AI 양성반응이 나온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 지역에 있는 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외에 사실상 방역 사각지대인 소규모 농가를 통한 AI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다.

 

A씨는 “여기서 기르는 닭은 외부에서 닭을 들여오는 것도 아니고 자체 부화시켜 친환경적으로 기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사육농가보다 오히려 건강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면서 방역 당국의 수매 도태 방침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재래닭 8마리를 사와서 20년째 농장에서 닭을 기르면서 감귤원 내 잡초를 뽑고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기르고 있는 닭”이라면서 “식구처럼 애지중지 키워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방역 처리를 하겠다면서 아는 지인들을 통해 약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100마리 미만 농가는 도의 방침에 따라 수매 도태에 응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얘기만 들어야 했다.

 

그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농장에 제초제를 포함한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있다. 이런 농사는 닭이라는 훌륭한 일꾼이 있어 가능한 것”이라면서 “양계 농장을 살리기 위해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 아니냐”고 도의 수매 도태 방침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도 관계자는 소규모 농가 수매 도태 방침에 대해 “관리 사각지대인 농가에서 키우는 닭을 현재 시가 기준으로 수매, 예방적 차원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농가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8일까지 도내 356농가에서 모두 6375마리에 대한 수매 도태가 이뤄졌고, 읍면동장 책임 하에 사육농가 조사와 수매 도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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