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통증과 스테로이드
통증과 스테로이드
  • 서혜진
  • 승인 2017.05.10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혜진의 통증클리닉]<1>

"남편이 척추 협착증 진단 받았는데 신경통을 초기에 치료해야 하나, 아님 그냥 시간이 약이다 하고 기다려야 하나 고민입니다. 참고로 저희 가족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걱정되어 스테로이드는 일절 쓰고 싶지 않아요. 척추 협착증 경험 있으신 분들 댓글 부탁 드려요."

 

필자가 자주 가보는 지역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다. 사실 이런 내용의 상담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간호사인 친정 어머니도 최근에 나에게 무릎이 아프다며 전화로 상담을 하셨다.

 

"그러시면 일단 집 근처 병원 가셔서 검사 받고, 혹시 거기서 주사 권유하면 맞고 지켜보세요."

"뭐? 주사면 스테로이드 들어가는 것 아니니?"

"스테로이드 필요할 때는 쓰기도 하죠. 증상이나 진단에 따라 달라요. 일단 집 근처 병원에서 상담 받아 보시고……."

"엄마는 스테로이드 안 맞으련다. 스테로이드 그거 안 좋은 거 아니냐?"

 

이렇게 말이 많은 스테로이드. 과연 통증 치료에서는 어떨까? 척추 치료 중에서 사실 투약이나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인 근거 수준은 효과가 없거나 약한 것으로 연구됐고, 수술적 치료에 대한 근거의 질 또한 매우 낮다. 그래서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와 같은 좀 더 침습적인 보존적인 치료가 불과 십 몇 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아니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도 스테로이드 주사 안 좋은 것 아닌가요?"

 

여전히 이러한 궁금증을 갖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가끔 환자 중에 얼굴은 동그랗게 혈색 좋아 보이지만, 막상 팔 다리를 보면 앙상하고 피부는 종잇장처럼 얇아진 분들이 보인다. 이를 쿠싱 신드롬(Cushing’s syndrome)라고 한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경우 부작용으로 외인성 쿠싱 증후군이 유발되기도 한다. 환자의 질환에 따라 필요에 의해 처방 후 복용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환자의 과잉 복용이거나 의료인에 의한 과잉 처방일 수도 있겠다.

 

정상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라면 어떤 치료를 할 때 항상 그 치료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이득과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하여 이득이 부작용보다 더 클 때만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도 예외는 아니다.

 

허리나 목에 통증이 있을 때 맞는 일명 ‘뼈 주사’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를 예로 들어보자. (물론 스테로이드가 통증 분야에서 경막외 주사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그 쓰임새와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스테로이드는 염증 자체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신경 세포막 자체를 안정화시켜 신경 전도를 억제한다. 즉 통증을 느끼는 것 자체를 줄여준다는 이야기다. 또한 직간접적인 작용에 의해 신경 내 부종과 정맥 울혈을 줄여 신경 허혈과 통증을 감소시킨다. 또한 경막외 주사에 혼합 되어 있는 국소 마취제가 후근 신경절의 비정상적인 흥분을 안정화시켜 이 역시 통증을 줄인다.

 

먹거나 정맥으로 투여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아픈 부위에 직접 전달되므로 통증 발생 첫 3개월 안에 투여 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만성적인 섬유화와 신경근 주위의 유착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간혹 허리 통증은 1년 정도 지나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자연적인 치료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이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는다. 우리 몸은 스스로 치료하거나 호전시킬 수 있는 많은 기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환자가 확신조차 어려운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1년 이상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통증이 심하면 환자들은 활동을 잘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체 상태의 저하와 생활의 제약으로 인해 심한 우울감까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을 변형하기보다 본래 가진 치료 능력을 향상해 스스로 빠르게 치유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통증 치료의 주된 목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스테로이드 주사는 매일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 또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는 약의 복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경막외 스테로이드를 투시 영상 장치 없이 시행하여 많은 양의 스테로이드가 주입돼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기술의 발달로 X선 유도 장치를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이 요구량이 줄어들게 됐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일생 동안 3번만 맞을 수 있다는 루머는 옛날의 이야기다. 오늘날에는 용량 및 횟수를 적절한 기간 내에 사용하면서 큰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스테로이드를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다.

 

▲ 서혜진 객원필진 <미디어제주>

 

<프로필>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통증 고위자 과정 수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인턴 수련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레지던트 수련
미래아이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제주대학교 통증 전임의
現 한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