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읍 “도면과 달리 석벽 쌓아…개발행위 위반으로 고발하겠다”
제주는 언제부터인가 ‘공사 공화국’이 됐다. 곳곳이 개발로 파헤쳐지고 있다. 문제는 그런 개발행위가 인심까지 앗아가는가 하면, 문화 단절 현상까지 부르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아름다운 고장인 이곳도 곳곳이 개발 현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유수암리 본동을 에워싸듯 건물이 땅위를 지배하고 있다.
14일 기자가 찾은 유수암리 일대. 평화로에서 유수암리로 접어들다 보면 타운하우스들이 즐비하다. 며칠 전 기자에게 취재를 요청한 이가 있어 그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게 됐다.
유수암리를 대대로 지키고 있는 A씨(54)는 자신의 땅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비록 자신이 농사를 짓지 않지만 임대를 주면서 밭을 관리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곳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A씨 땅 북쪽으로 대단위 타운하우스가 만들어지면서 농사짓는 땅으로서의 가치도 잃고 있기 때문이다.
A씨의 땅은 북쪽으로 약간 솟아있다. 그래도 걸어서 이동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던 땅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북쪽은 성벽처럼 5m에 달하는 석벽이 세워졌다. 서쪽으로도 같은 높이의 석벽이 쌓였다. 서쪽과 북쪽을 아우르는 석벽은 200m 가까이나 된다.
타운하우스를 짓는 이들이 성토를 하면서 도로 높이까지 쌓아올렸고, 결국 A씨의 땅은 이웃한 지역보다 4~5m 낮아지는 결과가 됐다. 문제제기를 했으나 고쳐지지 않고 있으며, 계속 주택만 세워지고 있다.
A씨는 “지난해까지 농사를 짓던 땅이다. 이제는 아무도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질 않는다. 석벽을 쌓는 걸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업자는 안하무인이다. 이웃한 땅을 계속 사들이면서 주택만 늘리고 있다. 탐욕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참다못한 A씨는 애월읍사무소에 문제를 지적했으나 고쳐지질 않고 있다.
기자는 현장을 둘러본 뒤 애월읍사무소에 들러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펴봤다. 취재 결과 사업자는 애월읍에 제출한 도면대로 시공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가 제출한 도면엔 서쪽 일부인 40m 가량만 석벽을 쌓기로 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A씨 소유의 밭 전체를 둘러버린 것.
애월읍 관계자는 “도면대로 하지 않았기에 사업자에게 앞으로 할 것인지 답변해달라고 구두로 통보했다. 다음주까지 답변이 없으면 개발행위 위반으로 고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개발을 하더라도 주변이 어떻게 변할지를 생각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행정에서 고발조치를 해서 탐욕행위를 제발 막아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