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마구잡이 중산간 개발 때문에 원주민들은 운다
마구잡이 중산간 개발 때문에 원주민들은 운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4.14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민원실] 타운하우스 업자의 탐욕을 호소하는 유수암리 A씨
애월읍 “도면과 달리 석벽 쌓아…개발행위 위반으로 고발하겠다”

제주는 언제부터인가 ‘공사 공화국’이 됐다. 곳곳이 개발로 파헤쳐지고 있다. 문제는 그런 개발행위가 인심까지 앗아가는가 하면, 문화 단절 현상까지 부르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아름다운 고장인 이곳도 곳곳이 개발 현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유수암리 본동을 에워싸듯 건물이 땅위를 지배하고 있다.

 

14일 기자가 찾은 유수암리 일대. 평화로에서 유수암리로 접어들다 보면 타운하우스들이 즐비하다. 며칠 전 기자에게 취재를 요청한 이가 있어 그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게 됐다.

 

조상 대대로 유수암리를 지키고 있는 A씨.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 일대에 타운하우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원래의 모습을 잃는 모습에 A씨는 한숨을 쉰다. 더욱이 A씨 소유의 밭 주위에 높은 석벽이 세워지면서 농지 가치도 사라지는 현상을 지켜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유수암리를 대대로 지키고 있는 A씨(54)는 자신의 땅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비록 자신이 농사를 짓지 않지만 임대를 주면서 밭을 관리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곳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A씨 땅 북쪽으로 대단위 타운하우스가 만들어지면서 농사짓는 땅으로서의 가치도 잃고 있기 때문이다.

 

A씨의 땅은 북쪽으로 약간 솟아있다. 그래도 걸어서 이동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던 땅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북쪽은 성벽처럼 5m에 달하는 석벽이 세워졌다. 서쪽으로도 같은 높이의 석벽이 쌓였다. 서쪽과 북쪽을 아우르는 석벽은 200m 가까이나 된다.

 

타운하우스를 짓는 이들이 성토를 하면서 도로 높이까지 쌓아올렸고, 결국 A씨의 땅은 이웃한 지역보다 4~5m 낮아지는 결과가 됐다. 문제제기를 했으나 고쳐지지 않고 있으며, 계속 주택만 세워지고 있다.

 

A씨는 “지난해까지 농사를 짓던 땅이다. 이제는 아무도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질 않는다. 석벽을 쌓는 걸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업자는 안하무인이다. 이웃한 땅을 계속 사들이면서 주택만 늘리고 있다. 탐욕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참다못한 A씨는 애월읍사무소에 문제를 지적했으나 고쳐지질 않고 있다.

 

A씨가 밭 주변의 높이를 가리키고 있다. A씨가 가리키는 손 높이가 원래의 높이였으나, 서쪽과 북쪽으로 4~5m에 달하는 거대한 석벽이 세워졌다. A씨는 사업자의 탐욕이 너무 심하다며 행정에서 제재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취재 결과 사업자는 도면과 달리 석벽일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미디어제주

기자는 현장을 둘러본 뒤 애월읍사무소에 들러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펴봤다. 취재 결과 사업자는 애월읍에 제출한 도면대로 시공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가 제출한 도면엔 서쪽 일부인 40m 가량만 석벽을 쌓기로 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A씨 소유의 밭 전체를 둘러버린 것.

 

애월읍 관계자는 “도면대로 하지 않았기에 사업자에게 앞으로 할 것인지 답변해달라고 구두로 통보했다. 다음주까지 답변이 없으면 개발행위 위반으로 고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개발을 하더라도 주변이 어떻게 변할지를 생각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행정에서 고발조치를 해서 탐욕행위를 제발 막아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