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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찾은 강우일 주교 “힘의 논리 아닌 사랑의 논리로”
강정 찾은 강우일 주교 “힘의 논리 아닌 사랑의 논리로”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4.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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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사순시기 성 목요일 미사 집전 … 강정천에 발 담근 채 세족례까지
13일 성 목요일 미사를 강정천에서 집전한 강우일 주교가 강론중인 모습.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다시 강정천에 직접 발을 담그고 강정 주민들의 발을 씻겨주며 위로의 인사를 건넸다.

 

강우일 주교는 13일 오후 강정천에서 성주간 목요일 미사를 집전, 미사 중 강론을 끝내자마자 가장 먼저 강정천으로 들어가 미사에 참석한 강정 주민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례’를 진행했다. 이날 미사의 복음 중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다락방에서 마지막 만찬을 가지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상황을 직접 재현한 것이었다.

 

강론에서도 그는 바로 예수님의 이 ‘발 씻김’ 예식에 대해 “수건을 들고 허리를 굽혀 먼지 투성이인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예수님의 그 행동과 움직임에 예수님이 이루려고 하는 하느님 나라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가장 나약한 자의 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섬기는 자의 모습, 종의 모습을 취한 예수님의 행동에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참된 지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장황한 설교가 아니라 단순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강론의 요지였다.

 

그는 이날 복음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면서 “오늘날 이 나라 백성들이 대한민국의 중대한 전환기에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인가를 제대로 판단하고 힘의 논리가 아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논리야말로 세상을 다스리고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도록 함께 기도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에 앞서 그는 최근 대선을 앞두고 증폭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설에 휘둘리고 있는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애초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정당과 대선후보들마저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당론까지 바꾸려 하는 모습을 비판하면서 그는 “자신이 당선되면 안보부터 튼튼히 하겠다는 얘기를 여러 후보들이 앞을 다퉈 하고 있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의 논리에 굴복하고 힘의 논리를 숭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는 선거 때만 되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선거에 이용하는 서글픈 경험을 여러 차례 해왔다”고 현 정국에 대한 언론과 정치인들의 태도를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제는 시민들이 그런 막연한 불안감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분별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국민들이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강론을 마친 강우일 주교가 강정천에 발을 담근 채로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론을 마친 강우일 주교가 강정천에 발을 담근 채로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한 강정마을 주민이 강우일 주교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정천에서 봉헌된 성 목요일 미사 중 성체 예식 모습. ⓒ 미디어제주

 

한편 천주교 제주교구는 지난 2012년부터 6년째 해마다 성 주간 미사를 강정에서 진행하고 있고, 강우일 주교가 직접 미사를 집전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미사가 끝난 후에는 강정 주민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과 함께 제주교구 평신도협의회에서 준비한 김밥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성 목요일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강정천에서 한 아이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 미디어제주
사순시기 성 주간 중에서도 가장 거룩한 성삼일 중 첫날인 성 목요일 미사가 13일 오후 강정천에서 봉헌됐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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