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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4.3 잘못 인정하고, 미국 책임 묻는 작업도 시급”
“국가는 4.3 잘못 인정하고, 미국 책임 묻는 작업도 시급”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4.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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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3일 제주4.3평화공원서 열려
양윤경 유족회장 “국제법 접근으로 미국 사과 받아야” 강조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제주4.3평화공원. ©미디어제주

4.3영령들의 한이 풀리려나.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제주4.3평화공원은 오랜만에 햇살을 드러냈다. 그동안 추념식이 열리는 4.3 당일은 흐리거나 비날씨가 많았으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그렇다고 역사는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는 작업은 더 중요해졌다. 그래야 맑은 날은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게 아닌가.

 

추념식 자리에서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 점을 강조했다.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잘못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암울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의 중대과실을 범한 국가가 피해자에게 법적인 배·보상의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그동안 간과했던 배·보상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4.3 해결의 장으로 진정성있게 다가오라”며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가 국민들에게 그토록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순응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대한민국 국가 스스로가 4.3의 잘못을 인정할 것을 주문함과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 ©미디어제주

양윤경 유족회장은 “제주4.3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의 책임을 묻는 작업도 시급해 진행돼야 한다. 제주4.3의 반인륜적 피해의 배후에는 미군정의 비호가 있음이 명백하다. 인권을 중심으로 한 국제법적인 접근을 통해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정당하게 묻고, 그에 상응하는 사과와 후속조치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을 직접 거론하며 정부의 미온적인 4.3 대책을 꼬집기도 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총리가 오셨는데 수년째 추가 진상조사를 미루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제주4.3평화공원. 위패가 모셔전 봉안실을 찾은 유가족들. ©미디어제주

유족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원희룡 지사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 실현을 이루겠다는 점을 역설했다.

 

원희룡 지사는 “앞으로 4.3의 정신과 가치를 공동체 화합을 위한 에너지로, 미래세대의 유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평화와 인권의 가치 확산과 함께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내년 4.3 70주년을 준비해가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는 또 “제주4.3이 세계로, 미래로 나가기 위한 과제가 아직도 남아 있다.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비롯, 희생자 및 유족 심의결정 상설화,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행방불명인에 대한 유해 발굴 등 남은 과제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자리에서 원희룡 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자리에서 정부 대표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정부대표로 참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추념사에서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2014년부터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정부 차원의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희생되신 분들의 뜻을 기리고 유가족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념사에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책동’이라는 4.3 관련 없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우리나라는 안보·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북한의 무모한 도발책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일련의 사태로 확대된 사회적 갈등과 분열 양상도 심각하다.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국민적 화합과 통합으로 국가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추념사에 이어, 추모시 낭송과 도민대표 등의 헌화 순으로 4.3희생자 추념식은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4.3희생자 추념식 자리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과 각 정당 대표, 대선 주자, 전국의 시도 교육감들도 자리를 차지했다.

 

대선 주자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참석했고, 당 대표로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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