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21:23 (목)
나무 심기만 하고 보호관리는 뒷전 “이러고도 세계환경수도?”
나무 심기만 하고 보호관리는 뒷전 “이러고도 세계환경수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3.29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뒷걸음질 치는 제주도 녹지 확대·보전 정책 실태 고발
공사 전 벚꽃이 핀 가로수 모습과 노견 확장 공사중인 도로 현장 모습(사진 위‧가운데). 사진 아래는 생애주기별 내 나무 갖기 행사 사진과 나무들이 사라지고 주차장이 조성된 모습. ⓒ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가 청정 자연환경과 명품 숲을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도민과 함께 하는 나무심기 행사를 해마다 대대적으로 벌이면서도 정작 사후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름드리 자란 나무들이 이식 등 아무런 조치 없이 잘려나가고, 심지어 ‘내 나무 갖기’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나무를 심은 곳이 하루 아침에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최근 하귀1리~광령3리 도로 구간에서 노견 확포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심은 벚나무 50여 그루가 모두 제거돼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광령3리 주민들이 직접 심은 이 나무들은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 훌륭한 가로 경관이 형성돼 봄이면 벚꽃길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었다.

 

제주시는 벚나무가 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있어 노견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돼 제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먼저 공사가 진행된 곳을 보면 노견이 보행로가 아닌 주변 이용 차량들의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보행자들은 오히려 도로로 내몰려 노견 확보 공사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이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애꿎은 나무들만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0년 250여명의 시민들이 ‘생애주기별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해 먼나무를 심은 장소가 하루 아침에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제주시가 결혼, 출산 등을 기념하는 해에 나무를 심어 오랫동안 추억을 간직하고 가정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붐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해마다 마련하고 있는 ‘생애주기별 기념 내 나무 갖기 행사’는 지난 2012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역 특화 우수사업으로 선정돼 1억원의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문을 연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 건립 과정에서 제주도가 나무를 심은 시민들의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이 곳을 훼손해 주차장으로 조성해버린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결과, 당시 제주시는 ‘전수회관 건립과 관련해 사업 예정지에 대한 토지 사용 등 사전 협의가 전무해 해당 토지는 기념 식주지로서 식재된 수목은 이식이 불가하다’는 협의 공문을 통해 의견을 제출했지만 결국 이 나무들은 모두 한라도서관 인근으로 이식됐다.

 

나무를 심은 시민들에게는 나무를 이식한 사실을 아예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무가 이식된 한라도서관 인근 장소도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막혀 있고, 식수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수목 표찰도 대부분 훼손된 상태로,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실망감과 행정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분야 유네스코 3관왕을 획득하고 세계환경수도 지정을 목표로 하는 제주도의 환경 정책의 도민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도민 삶의 질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도로, 주차장을 넓힌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며 “사소해 보이지만 보호해야 할 가치를 존중하고,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를 확대해 가는 것이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제주의 환경을 지키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