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공공 디자인은 안중에 없고, 세금 낭비에만 혈안”
“공공 디자인은 안중에 없고, 세금 낭비에만 혈안”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3.22 11:3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1억원에 달하는 산지천 ‘식물 안내판’을 바라보며

수많은 법 가운데 ‘경관법’이라는 게 있다. 여기서 경관은 “자연, 인공요소 및 주민의 생활상 등으로 이루어진 일단의 지역환경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 ‘경관’이다. 그런데 왜 경관법을 만들었을까. 이유는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조성’에 있다. 정말 경관법에서처럼 우리 주변은 아름답고 쾌적할까. 답을 하자면 “아니다”가 맞을 것 같다.

 

제주시 산지천을 바라보면 더더욱 “아니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1개당 500만원에 달하는 식물 안내판을 보면서 “세상에나…”라는 한탄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직접 가보면 안다.

 

산지천에 들어선 안내판. 공공 디자인을 망각하고 있다. ©김형훈

산지천은 공적인 영역이다.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행정은 산지천 주변으로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한다는 미명아래 산지천 주변을 마구 할퀴어왔다. 그런 결과가 500만원, 다 합치면 1억원에 달하는 식물 안내판을 등장하게 만들었다.

 

필요 없는 데 시민들의 세금을 쏟아부어야 했을까. 행정은 1억원이 대수냐고 하겠지만 서민들 입장은 그렇지 않다. 많이 잡아야 20만원이면 해결할 일을, 1억원을 들인다는 발상 자체를 서민으로서 이해하지 못하겠다.

 

문제는 더 있다. <미디어제주>(2017년 3월 21일자 보도) 기사에 따르면 공무원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공모 업체에 맡긴 것이어서 확인이 어렵다는 말에 어이가 없다. 경관은 곧 디자인인데, 공무원의 말엔 능동적이거나 창의적인 생각은 없고 수동적이면서 자기회피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성과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행정의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다. 공모과정만 거치면 된다는 발상이 문제이다. 효율적인 예산집행과 예산절감을 목표로 제시되는 게 공모라는 과정이고, 그 과정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식이다. 이런 오만함이 세상에 어디 있나.

 

도시 이미지는 그걸 바라보는 시민들의 것이다. 사적 영역에 속하는 개인 건축물도 많지만, 그보다는 공적인 영역의 환경이 더 많다. 공원과 광장 등의 오픈 스페이스도 어찌 보면 공적 영역에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산지천은 당연히 공적 영역에 들어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의 디자인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공모를 했다고 해서 팽개쳐서는 안된다. 업체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공공 디자인이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

 

공공 디자인을 얘기할 때 ‘공공’은 모든 사람을 일컫기에, 사회구성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500만원짜리 식물 안내판은 ‘공공’은 안중에도 없는 수치스러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꼴이 됐다.

 

산지천만 그럴까. 아니다. 현재 제주도라는 도심에서 공공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눈에 거슬리는 디자인은 퇴출시키는 게 답이다. 1억원을 들이긴 했으나 공공 디자인을 거부한다면 없애는 게 답이다. 아울러 공모를 했다고 나자빠지는 공무원도 이번엔 제발 반성해달라. 세금을 함부로 낭비했으니 당연한 절차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무원의 자세가문제다 2017-03-22 12:31:07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공무원 수와 제주도 공무원 수가 비슷하다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있다.
공무원들은 도민의 봉사자란 개념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한 것같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