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뜯고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걸 활용해야”
“도시재생은 뜯고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걸 활용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2.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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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도의회 홍경희 의원이 제안한 동양극장 활용을 보며

요 며칠 “도시재생은 뭘까”라는 고민을 다시 하게 만드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발단은 지난주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열린 주민설명회다.

기자는 평소 도시건축에 관심이 많고, 그런 글을 많이 써왔으나 그날만큼만은 ‘가봐야지’ 생각하면서도 몸이 따라주질 못했다. 그런데 건축 원로 한분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은 가지 못하니 주민설명회를 지켜보라는 주문이었다. 그 전화 한통 덕분에 몸에 잠자던 도시재생에 대한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나고 있으니, 그 전화가 고맙기만 하다.

각설은 그만하고, 그날 주민설명회는 제대로 되지 못했다. 이유는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주민들은 설명회가 끝난 이후에 기자에게 그들의 호소를 들어달라면서 주민들이 만나는 자리를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주민들은 주민설명회가 제대로 되지 못한 사연을 풀어놓았다. ‘차 없는 거리’에 대한 주민설명회로 알고 간 주민들의 눈에 비친 건 관덕정 광장 복원과 서문 복원이었다. 주민들이 화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도시재생의 기본은 주민의 행복에 있다. 관련 특별법도 그걸 명시하고 있다. 도시재생전략계획에 행정이 하고자 하는 걸 반영하려면 주민의 의견을 무조건 들어야 하며, 주민들의 의견이 타당해야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별법에 담긴 내용이 그렇다.

그럼에도 원도심을 둘러싼 도시재생은 그런 절차가 무시되고 있다. 어제(15일)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전략계획 및 활성화 계획안’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상임위에서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보류된 이유는 주민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거였다. 환경도시위원회 하민철 위원장은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을 일일이 만나서 의견을 청취한 게 아니라, 청년회나 주민자치위원 등 지역 단체장을 중심으로 의견을 들었다”고 지적을 했다.

하민철 위원장의 말이 맞다. 주민들은 전혀 모르는데 행정은 추진을 하고, 그것도 일부 주민들과 얘기를 해서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기자를 만나 호소한 주민들은 수십년간, 아니 수백년간 그 터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떠나고 싶지도 않고, 떠날 이유도 없는데 행정에서 추진하는 계획을 보면 그들이 간직한 기억을 없애고, 그들을 원도심에서 떠나 보내려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주민이 우선이다. 제 아무리 관광객을 많이 모셔오겠다는 설탕발림의 제안도 가치가 없다. 기존에 있는 건물을 다 부수고, 기억에도 없는 과거의 유산을 등장시키는 건 도시재생이 될 수 없다.

동문시장 주식회사 건물인 옛 동양극장. 제주도의회 홍경희 의원이 이 건물의 활용방안을 제시,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이 될지 주목된다. ©미디어제주

어쨌든 도시재생은 현재라는 시점이 위주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1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홍경희 의원이 기획조정실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받으며 제안한 건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매우 가치 있는 활동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홍경희 의원이 제안한 건 동문시장 주식회사인 옛 동양극장 건물 활용이다. 이 건물은 탐라문화광장을 축으로 했을 때 남쪽지점에 있는 건물로, 잘 활용된다면 도시재생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건물은 제주출신 건축가로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독보적인 가치를 받고 있는 김한섭 작품이다. 김한섭은 동양극장 설계 이후 제주에 좋은 건축물을 많이 남겼다. 뛰어난 작품이었던 남제주군청사 등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의 명성, 동양극장이 지난 건축물의 역사성을 따진다면 이 건물의 활용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광주엔 5.18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로 광주YWCA회관이 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 건축물을 설계한 이가 바로 김한섭이다. 광주 시민들이 사라진 그 건축물에 대해 애석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족이 길었으나 도시재생은 부수고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다. 동양극장처럼 있는 걸 잘 활용하는 그런 구상을 해보라고 행정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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