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0:01 (금)
비만 1위, ‘걷기 실천율’ 전국 꼴찌인 제주도
비만 1위, ‘걷기 실천율’ 전국 꼴찌인 제주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2.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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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도시를 만들자] <2> 걷지 않는 것의 위험성
걷는 환경 최악…오는 9일 도의회서 열릴 관련 토론회 ‘주목’

앞서 차량 위주의 도로환경을 알아봤다. 문제는 차량을 우선함으로써 인간이 무시를 당하고, 삶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을 지을 때도 보행자 위주인지, 그렇지 않은지 바로 눈에 들어온다. 지금 제주도라는 땅에 지어진 건물과 한창 올라가고 있는 건물을 보면 보행자 위주의 건물을 찾는 건 어렵다.

대부분의 건물은 차량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해당 건물에 쉽게 진입을 유도할까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차량을 가진 이들이 걸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건물에 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건 거꾸로 얘기하면 보행자 우선이 아니라, 보행자는 뒤로 밀리로 있다는 걸 말한다.

캐나다의 밴쿠버는 지난 2006년부터 보행자를 교통의 최우선으로 상정했다. 보행자는 모든 가로의 중심이며, 이를 토대로 가로 경관을 꾸미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만 그런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사람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축 정책은 그런 면에서 반인간적이다. 주차장 설치 기준을 강화하면서 가로와 만나는 지상 부분은 죄다 주차장이 돼버렸다. 흔히 1층에 뜬 공간인 ‘필로티’가 사람이 편하게 걸어다니는 보행중심의 공간이 아니라, 주차장이 됐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건축활동이 인간중심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것들이 우리 삶, 가까이는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의 건강은 최악을 걷고 있다. 성인과 아동 비만비율은 전국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제주의 2015년 시도별 비만 유병률은 42.1%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걷지를 않는다. 차량 이동이 생활화돼 있다. ‘걷기 실천율’이 걷지 않는 제주사람들의 일상을 대변해준다. ‘걷기 실천율’은 1주일간 하루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실천한 것을 말한다. 전국 평균 걷기 실천율은 41.8%이지만 제주도는 28.3%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전국 꼴찌다. 가장 많이 걷는다는 서울시(57.6%)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제주지역 6개 보건소를 비교하면 제주시 읍면 지역과 서귀포시 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걷기는 더 열악하다. 2015년 제주시 동지역 걷기 실천율은 32.1%였으나, 제주시 동부지역은 21.5%에 머물렀다. 서귀포시 동지역의 걷기 실천율도 21.5%로 매우 낮았다.

제주도내 6개 보건소별 걷기 실천율. 제주대 김수영 예방의학교수 슬라이드(2016년 5월 30일) 발췌.

왜 이렇게 됐을까. 걷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지 않고, 차량 위주의 생활이 편리하도록 돼 있어서다. 서울처럼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억지로라도 걸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도 부족한데, 제주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여기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한 대중교통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부터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를 한다고 하는데, 과연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데 부합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는 9일 오후 3시부터 제주도의회에서 열리는 ‘도민 건강증진을 위한 걷기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 관심이 간다.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범 의원)가 주최하고, 제주시제주보건소(소장 송정국)가 주관하는 이날 토론회는 건강의 문제를 단순한 걷기 문제가 아닌, 도시환경과 접목해서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이날 토론회는 세계보건기구(WHO) 사사카와 보건상을 수상한 박노례 인제대 교수가 좌장을 맡는다. 또한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발제를 한다. 박소현 교수는 동네 걷기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30분 정도 불편없이 걸을 수 있는 동네가 좋은 도시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 도시설계가 궁금하다면, 걷지 않는 게 문제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이라면 이날 토론회를 직접 참관해보면 어떨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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