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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공부요? 그렇게 하지 못해요”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25>
독일 교육에서 배운다 ⑤ 독일에서 만난 학생들
데스크승인 2017.01.10  10:32:06 김형훈 기자 | coffa@naver.com  

방학도 짬은 없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다. 방학이라도 이른 아침 학원을 들른다. 방학의 원래 의미는 학업에서의 탈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학업 탈출은 꿈꿀 수 없다. 방학은 곧 ‘학업과의 전쟁터’라는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오늘(10일) 아침이다. 기자의 눈에 승용차에서 내린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기자와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다. 그 학생이 내린 곳은 학원이다. 아침 8시다.

독일 학생들도 빠른 시간에 활동을 한다. 가을과 겨울엔 낮이 짧기에 학교를 오가는 길은 늘 어스름이 껴 있다. 아침 8시면 학교에 도착한다.

아침 8시. 같은 시간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과 아침 일찍 학원을 향하는 풍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독일 학생들이 방학을 맞으면 어떨까. 학원이라는 풍경은 찾으래야 찾을 수 없다. 대신 독일 학생들에겐 무한한 여유가 있다. 그들에게 방학은 여행을 즐기는 기간이고, 책을 마음껏 읽고 지내는 배양의 시간이 된다.

   
통역 김미경씨(맨 오른쪽) 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독일 학생들. ©김형훈

기자는 지난해 11월 24일 독일 취재를 도와준 통역의 집에서 독일 학생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7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이었다. 우리로 따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다.

그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강의 나라 가운데 하나이기에 뭔가 배우는 게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심리다. 그런데 ‘어떻게 공부를 할까’라는 기대는 단박에 허물어졌다. 그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에 매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즐길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고 보니 독일 라인란트팔츠주의 프랑켄탈에 있는 슈만초등학교에서 만난 풍경이 떠오른다. 1학년 교실에서 가르치는 게 ‘1 더하기 2’와 ‘3 더하기 2’라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다. 취학 이전엔 글자를 배우거나, 수학에 몰입하거나 그러질 않는다. ‘노는 게 의무’라고 네머스-가비 슈만초등학교 교장이 그러지 않았던가.

독일의 학교 섭외와 통역을 해준 이는 김미경씨다. 그의 집에 모인 학생은 모두 6명. 12세에서 18세까지의 학생들이다.

그들에게 학교 생활이 끝나고 어느 정도 공부를 해왔고,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학생들에게서 얻어낸 답변은 30분에서 많아도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우리는? 201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펴낸 ‘아동청소년인권조사실태’를 들여다보자. 초등학생임에도 정규시간 이외에 6시간 이상 공부하는 학생이 6.8%였고, 5~6시간도 8.1%였다. 초등학생의 절반은 매일 3시간 이상 공부에 얽매여 산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공부시간은 이보다 훨씬 많다.

김씨의 집에서 만난 학생들은 중·고교생임에도 공부시간이 평균 1시간도 되지 않는다니 ‘정말 그럴까’라는 의심마저 들 정도이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경우도 없다. 혹시나 해서 “새벽까지 공부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1년에 많아야 1회라고 답했다. 하지만 6명의 학생 가운데 한 학생이 “3회 정도 있다”고 답했다. 모두 놀랐다. 레이니라는 학생으로, 자신의 엄마가 한국인이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건 웬만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겐 일상이다. 공부시간 확보가 자신이 들어갈 학교를 결정지을 정도로 시간과의 싸움이 치열하다. 6명의 학생들에게 “만일 한국 아이들처럼 매일 늦게까지 공부해야 한다면 어떨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독일에서 만난 학생들. 왼쪽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니콜라스(12학년), 레오니(9학년), 요나스(7학년), 지나(10학년), 이자벨(7학년), 비비안(7학년). ©김형훈

“못할 것 같고, 다음날 피곤해서 학교생활 못할 거예요.”(이자벨·12세, 7학년)

“중요한 시험이 있다면 주 1회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 다음부터 손가락을 까딱도 하지 않을 것 같아요.”(비비안·12세, 7학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흥미가 있어야죠. 그러지 않으면 왜 해요.”(레오니·16세, 9학년)

“하고 싶어도 그렇게 못해요.”(니콜라스·18세, 12학년)

“생각할 수도 없어요.”(지나·15세, 10학년)

“그렇게 오래 견디지 못해요.”(요나스·13세, 7학년)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프랑켄탈 시내에서 학원을 찾는 건 무척 어렵다. 학원을 찾는 이들은 선행학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몇몇 애들만 찾는 곳이 학원이란다.

대신 독일 학생들은 꿈을 좇는다. 작가가 꿈인 비비안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책을 쓰고 있는데, 공개는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자벨은 여행을 많이 하고 싶어서 체력을 키우는 중이다. 레오니는 국제변호사가 꿈으로, 관련된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본단다. 니콜라스는 프랑켄탈 시에서 운영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중이기에 음악과 관련된 길을 찾고 있다. 지나는 정보기술을 익혀 프로그래머가 될 꿈을 그리고 있다. 요나스는 아직까지 직업을 정하지 않았으나 이집트 앞바다에 잠수할 계획을 잡고, 자격증을 따기에 열중이다. 다들 지금의 자신이 행복하단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면 어떨까. 어느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몇 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고 답을 하지 않을까. 독일 학생과 우리 학생들의 행복도가 차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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