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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별 배출제는 해외 사례 '껍데기'만 베낀 정책"
"요일별 배출제는 해외 사례 '껍데기'만 베낀 정책"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1.05 11: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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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 논란]<5>요일별 배출제는 왜 실패한 정책인가?②
연동에 위치한 한 클린하우스. 제주시는 "요일별 배출제 도입 후 클린하우스 환경이 개선됐다"고 홍보한 바 있다. ⓒ미디어제주

규제정책인 제주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이하 요일별 배출제)의 성패는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달려 있다. 시민 참여는 정책 이해도, 개방적 의사결정 구조, 형평성에 의해 크게 영향 받는다(관련기사☞ "요일별 배출제 정책 홍보라곤 대규모 음악공연뿐").

요일별 배출제는 의사결정 과정이 개방적이지 않았다.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됐다. 정책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실패할 위험이 높다. 결국 행정기관이 독단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시민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지난달 29일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토론회에서 사공준(58·제주시 외도동)씨는 “(요일별배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던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주민을 배제하면 주민이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요일별 배출제, 제주 특성과 현실 반영 안 해

요일별 배출제는 ‘껍데기’ 정책이다. 제주시는 주민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신 일본의 쓰레기 배출 제도를 그대로 베끼기로 결정했다.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다보니 제주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껍데기’만 제주시에 갖다 씌운 모양새다.

제주도 관계자 A씨는 “요일별 배출제는 소비가 위축된 지역에 적합한 제도”라며 “요일제 배출제 시행은 추운 지역에서 입는 두터운 겨울옷을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억지로 입히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제주시가 시행하는 요일별 배출제는 제주시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일본 규슈 사가현의 카라츠시(唐津)의 쓰레기 배출제를 벤치마킹해 적용한 제도이다. 카라츠시는 1990년대에 지정일 배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불황에 접어들던 때다. 사람들의 소비 심리와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제주도의 경제 상황은 일본과 전혀 다르다. A씨의 지적대로 관광객과 인구 유입의 증가로 건축폐기물과 관광객이 배출하는 쓰레기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제주에 일본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일본 쓰레기 배출 홍보문.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페이스북 페이지.

클린하우스 시스템과 맞지 않아

일본과 다른 점은 경제 상황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지정일 배출제는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문전배출에 적합한 방식이다. 거점식 배출방식인 클린하우스를 운영하는 제주에 맞지 않는 제도다.

일본에서 수십 년을 거주했던 이길주(57·제주시 애월읍)씨는 “일본에선 내 집 앞에 쓰레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지정일이 정해져있어도 쓰레기를 버리는 번거로움이 덜했다”며 “제주 외곽지역 주민들은 집이랑 클린하우스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먼 거리를 매일 왔다갔다하는 게 맞냐”며 토로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팀장은 “예전에 제주도에서 요일별 배출을 하다가 클린하우스 시스템 도입하면서 안 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 행정도 클린하우스 방식과 맞지 않다고 폐기한 정책을 이제 와서 ‘선진국 사례’라며 시행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회원 농업인 박모씨는 “일본 제도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다면 껍데기만 적용시킬 게 아니라 관련 기반 시설도 함께 들여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제주시 “‘100인 모임’ 통해 주민 의견 수렴했다”

제주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제주시 총무과 관계자는 “‘범시민 쓰레기줄이기 100인 모임(이하 100인 모임)’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요일별 배출제도 그 모임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100인 모임’ 오옥만 대표는 “그 아이디어가 우리 모임에서 제안된 것은 맞지만 당시 (제도 시행에 대한) 찬반이 팽팽해 전 시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노형동이나 연동 등 시범 지역을 선정해 일정 기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며 “제주시에서 독단적으로 전면 시행해놓고 ‘100인 모임’에서 의견 수렴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제주시 요일별 배출제는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과 검증 절차가 빠진 '꽉 막힌' 의사결정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개방적 의사결정 구조로 바뀌지 않는다면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 편에선 요일별 배출제 정책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살펴본다.

지난해 10월 27일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100인 모임'이 최종 실천 아젠다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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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집에가야 2017-01-05 14:59:50
쓰레기정책 관계자 시장이하 전부 책임지고 집에서 쉬셔야 되지않을까요~~
주민을 위한 역지사지는 생각치 않고 있는 공무원들의 수준이 아이구 xxx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