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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는 점수가 아니라 잘하는 것을 적는 것”
“성적표는 점수가 아니라 잘하는 것을 적는 것”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1.0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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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24>
독일 교육에서 배운다 ④ 페스탈로치 초등학교에서 배울 점

요한 페스탈로치. 유명한 교육자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이다. 독일엔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딴 학교들이 많은데, 페스탈로치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독일의 작은 도시인 프랑켄탈. 여기에 페스탈로치 초등학교가 있다.

페스탈로치 초등학교의 피게 교장은 교육자인 ‘페스탈로치’의 이름을 딴 이유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페스탈로치는 고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우리 학교는 그런 사상을 이어받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애를 씁니다. 페스탈로치 초등학교가 내거는 교육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머리와 마음, 손이 하나가 되는 것이죠.”

이 학교는 1895년에 세워졌다. 설립된지 100년을 훌쩍 넘긴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시아 등지에서 넘어오는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학생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학생수 100명이던 이 학교는 갑절 더 많아진 220명으로 늘었다. 때문에 페스탈로치가 주창한 본연의 교육 이념은 더 중요해졌다.

페스탈로치 초등학교는 그래서인지 통합교육을 핵심으로 안고 가고 있다. 난민들이 늘어나기에 통합교육은 어쩌면 필수인지도 모른다. 장애인 통합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이 학교엔 장애 아동을 집중 지원하는 도우미도 배치하고 있다.

페스탈로치 초등학교는 한 교실에 두 세 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투입되기도 한다. ©김형훈

장애 아동, 비장애 아동, 여기에다 난민 아동들까지. 한 반에서 교육을 받고, 시키는 일도 쉽지 않을 듯하다. 난민 아동을 위해 투입되는 교사도 있고, 장애 아동을 위해 투입되는 교사도 있다. 그러다 보면 두 세 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장면도 연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성적은 어떻게 낼까.

“수준별로 시험을 출제해요. 그렇다고 성적표를 점수로 내거나 하진 않아요. 애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적는 거죠.”

이 학교를 들여다보면 교육에 ‘특별 대우’라는 건 눈에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수준이 떨어진 아이들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교실과 교실 사이에 1대 1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바로 그런 아이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특별 과외’인 셈이다. ‘특별 과외’ 현장은 모든 학생이 교육이라는 기본권리를 누리는 바로 그 모습이다. 피게 교장은 독일의 헌법을 끌어들였다.

“근본 개념은 헌법에 나와 있어요. 1조는 누구든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며, 그에 맞는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돼 있어요. 돈이나 사회적 지위나, 피부색이나, 종교에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는 것이죠. 학교나 학교의 교사들은 그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을 해요.”

때문에 이 학교는 학부모에 대한 문턱이 낮다. 부모들은 수시로 학교를 찾는다. 수업시간을 참관하는 것도 수시로 이뤄진다. 학부모가 신청만 하면 언제든 수업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피게 교장은 그게 바로 ‘부모의 권리’라고 말한다.

페스탈로치 초등학교 피게 교장. ©김형훈

“교사와 부모는 격이 별로 없어요. 한가족 같아요. 언제든 전화를 하고, 찾아와서 얘기를 하고, 아이한테 문제가 생기면 서로 적극적으로 얘기를 나눠요. 그렇다고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야단치는 건 없죠. 문제를 해결할 원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페스탈로치 초등학교는 서로 다른 문화를 융합시키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모국어를 배울 권리를 준다. 터키에서 온 학생들은 터키어를 배우고, 이탈리아에서 온 아이들도 그들의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한다면 교장의 역할이다.

“교장도 애들을 가르쳐요. 시간표도 짜고요. 항상 개방된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죠. 교장은 지시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혁신을 받아들일 자세가 우선이어야 해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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