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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은 도시재생 새로운 모델 적용할 최적지”
“화북은 도시재생 새로운 모델 적용할 최적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30 1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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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청탄 김광추 기념관’ 설립 추진에 대한 단상

도시재생. 참 거창한 말이다. 재생이라는 것만 놓고 보면 뭔가 한참 잘못된 걸 태어나게 만드는 것쯤으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재생’이라는 단어 앞에 ‘도시’를 붙이면 느낌은 달라진다. 도시재생은 도시를 태어나게 만드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성형수술을 하듯 바꾸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시재생을 성형수술로 착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 있다. 도시재생을 한다면서 마구잡이식 토목공사를 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여기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져다 심으려는 것도 도시재생인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제주시 원도심을 들여다보면 서문 복원을 비롯해 조선시대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물을 올리려 하는 움직임이 그렇다.

과연 이런 게 도시재생인가. 아니다. 도시재생은 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삶과 인문환경을 제대로 살리는 일이다. 예전 걸 거창하게 복원해서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게 아니고, 그 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게 바로 도시재생이다.

청탄 김광추 기념관이 조성될 예정이다. 붉은 선으로 둘러싸인 밭이 기념관 부지이다. © 미디어제주

이 점에서 제주시 원도심의 동쪽에 있는 화북에 눈길이 쏠린다. 이 지역은 원도심이라고 불리는 본래의 도심이라는 핵과는 다소 떨어져 있으나 역사·문화적으로 아주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제주시 원도심이 원형을 잃고 새로운 건물이 마구 들어서는 와중에, 화북은 철저히 소외를 당했다. 덕분에 화북은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 입장에서는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억울해 할 수도 있으나, 이 점이 바로 화북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화북은 우리나라 중세와 근대, 현대를 망라하는 보물을 가지고 있다. 삼별초의 역사가 있고, 유배의 역사가 있고, 방어유적도 한데 모여 있고, 제주도 최고의 아픔인 4.3도 자리를 틀고 있다. 한 지역에 이처럼 집단적으로 역사·문화를 가진 곳은 흔치 않다.

그러기에 화북을 도시재생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제대로만 한다면 제주도내 최고의 도시재생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예전 걸 굳이 복원하려고 들지 않아도, 이 지역은 가지고 있는 게 풍부하다.

이 점에서 ‘청탄 김광추 기념관’ 설립은 시사하는 면이 크다. 청탄 김광추는 소암 현중화와 비견되기도 한다. 그런데 소암과 달리 서예만 아니라 서각, 사진 등 다방면에 걸쳐 제주 문화를 일으킨 분이다. 해방 후 제주지역에 언론을 일으켰고, 지금 제주문화의 기틀을 다진 소중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9일이다. 화북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탄 김광추 기념관 타당성조사 최종 보고회’가 열리면서 기념관 설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어떤 이들은 제주도내에 기념관이 넘쳐난다고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화북은 역사·문화의 보고로서, 청탄 기념관 설립은 도시재생 측면에서 이 지역에 새로운 문화현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념관은 현재 ‘김석윤 가옥’과 붙은 남동쪽 대지 위에 건립될 예정으로 있다.

그런데 제주도청의 직제개편으로 기념관 설립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지난해 모든 계획이 수립됐으나 직제개편으로 발걸음을 제대로 딛지 못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면 가치는 극대화된다. 청탄 김광추 기념관은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지만 단순히 청탄 개인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실패하고 만다. 기념관은 청탄을 들여놓으면서 더 많은 일을 하는 그런 곳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화북의 도시재생을 아우르는 핵심이 돼야 한다. 덧붙여서 화북의 역사와 문화를 연결시키는 중심이 된다면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다 지역 주민들도 적극적인 힘을 보태줘야 한다. 도시재생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화북 주민들이 나서서 도시재생을 일군다면 아무도 해내지 못한 새로운 도시재생의 모델도 만들 수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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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2016-12-30 17:04:00
전적으로 동감 합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살고 있지만 지역의 정서,문화,역사가 어우러져 지속가능한 재생이 이루어진다면 "재발견"이라해도 될 듯합니다
주민 자치를 통해 힘을 모은다면 타향에서도 후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